바르게살기 중앙협의회 부회장 홍성태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라는 말은 ‘쏟아진 물은 담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평생 낚시를 하여 세월을 기다리다가 인생 말미에 중국의 주(周)나라를 세우는데 1등 공신이며 제나라 왕이 되었던 강상(姜尙) 강태공(姜太公)이 출세를 하여 금의환향을 하자 어려울 때 집을 나갔다가 다시 찾아온 본 부인이던 마(馬)씨한테 한 말이다.

강태공은 80이 가까이 되어 세상에 나아가 출세를 한 인물이다(요사이도 80살이 가까이 되면 적은 나이가 아닐 텐데).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은 ‘운이 70%요, 기술(실력)이 30%’로 실력이 아무리 있어도 운 좋은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의 유래는 중국의 청나라 문인 포송령(蒲松齡)의 ‘료재지이(聊齋志異)’라는 소설에서 유래를 했다.

그 소설 내용이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운이 따르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운이 좋은 사람이라도 덕(인복)이 많은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덕이 많은 사람이라도 (강태공 같이)명이 긴 사람에게는 진다’는 것이란다.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는 말은 ‘순자(荀子)’의 ‘유좌(宥坐)편’에 실린 공자의 말씀으로 ‘황화강은 만 번이 꺾여도 결국 동쪽(우리의 서해)으로 흐른다’는 뜻으로 ‘선비의 꺾을 수 없는 굳은 절개나, 굳은 뜻은 반드시 이루어 진다’는 내용이다.

위의 고사를 보면 내용이 모두 다른 듯하지만, 깊이 살펴보면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다.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과 ‘뜻은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의 정주영 왕회장이 자주 하던 말 “해보기나 했어(하면 된다는 뜻)?”와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집 동쪽 마당에 큰 목련나무가 있는데, 봄에 목련꽃이 만개하면 볼만하다. 그 목련나무는 한국JC 중앙회장을 마친 이듬해에 심었고 한 때 빨리 자라라고 비료와 거름을 듬뿍 주기도 했는데, JC활동 이후 힘든 시기에 급한 마음에서였다.

목련나무 아래 동쪽담장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며 수많은 상념과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질 때가 많았다. 빨리 뭔가 풀리기를 말이다. 이제는 세월의 성상을 이기지 못하고 흰 머리카락도 제법 보인다. 특히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봄이 오면 더욱 견디기 힘든 시절이라 급한 마음이 반복되기도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수년전부터는 조급한 마음이 점차 사라져 간다. 내가 늙어 가는지 아니면 열정이 사라져 가는 것인지. 가끔 “이러다가 그대로 인생을 마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는 것은 세상섭리를 터득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 인생에서 청년시절 ‘일생의 목표’로 삼았던 ‘청년 대통령’이라는 ‘한국JC 중앙회장’을 했으면 그만이지, 뭘 더 바라겠는가!” 그 이상은 역사와 시대와 국민이 필요로 할 때, 내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꼭 데려갈 것이다. 틈만 나면 사랑방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세상에 내 생각을 남기려는 마음에서다. 비록 강태공이 평생을 다듬어 쓴 그 유명한 치도와 병법의 ‘육도삼략’ 보다는 못할 지언 정.

조물주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다 필요한 가치(능력)와 기회를 공평하게 주는 법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누구든지 성실히 노력하면서 기회를 기다리고 세상 이치(하늘의 뜻)에 따르면 된다.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기회는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강태공처럼 세월을 낚으며 기회를 기다리자. 봄날은 가지만, 만절필동(萬折必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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