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사람 찾아 따뜻한 겨울나기 도와
귀뚜라미보일러 김의영씨 훈훈한 사랑실천

[고향지킴이]어렵게 살아가는 독거노인들과 소년·소녀가장들이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지낼 수 있도록 무료로 사랑의 보일러를 설치해 주는 등 나눔의 미덕을 십여년 동안 몸소 실천하는 이가 있어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어렵게 살아본 사람이 힘든 이웃을 가장 잘 알지요. 몇달전에는 원남면의 어느 할머니 집에 보일러를 놔 드렸는데 며칠 후에 보일러를 점검하러 들렀더니 돌아 가셨다더군요. 틀림없이 오랫동안 불기 없는 냉방에서 지낸 탓에 지병을 얻어 일찍 돌아가셨을 겁니다. 그런 생각에 한동안 가슴 한쪽이 많이 저렸었지요.” 울진읍 시내에서 귀뚜라미 보일러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십여년동안 관내 저소득 계층의 노후 보일러를 무료로 교체해주며 함께 사는 사회를 가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의영(52세·사진)씨는 보일러 교체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법부터가 독특(?)하다. 김씨는 관청에서 추천해준 저소득층이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들의 실질적인 경제 사정을 일일이 직접 확인하고, 그래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으면 주위 이웃들에게까지 확인하는 절차를 세심하게 거친 다음 보일러를 교체해준다.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타인을 도울 의향이 있을 때 관청에서 추천한 대상자를 그냥 돕고 마는 경우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보일러 1대가 아까워서가 아닙니다. 제가 가진 능력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한정되어 있는데, 자기 돈으로 보일러를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제 도움을 받게 되면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어느 한 사람이 추운 겨울을 찬 기운이 가득한 냉방에서 떨며 지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온정면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강분기씨와 후포면에 사는 소년소녀가장 김소형학생을 포함하여 21명의 보일러를 무료로 교체해 주었다. 근남면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참으로 고단하게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한동안 잠사공장에서 힘들게 일했었다는 김씨는 보일러 무료 교체뿐만 아니라, 배움을 애타게 목말라하면서도 돈이 없어서 중도에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해 10여년 전부터 1년에 6백만원에서 1천만원정도의 장학금도 학교의 추천을 받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돈이 있다고 다 남을 도울 수 있는 건 아닌 세상에 힘들게 벌어서 남을 너무 도와준다’며 가족들의 항의(?)는 없었냐는 질문에는 말없이 씨익 웃으면서 “누가 뭐라고 하던 돈은 버는 만큼 각자가 가진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되어야 합니다. 저는 보일러 대리점을 운영하다 보니까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일러를 무료로 설치해 줄 수 있지요. 버는 만큼, 얻는 만큼 우리는 그것을 가져다 준 사회에 다시 토해내야 합니다. 저부터 그러다 보면 이 지역이 조금씩 조금씩 더 살기 좋아지지 않겠어요?” 드러내지 않고 흔들림 없이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이는 진정 아름답다. 나의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참되고 소중한 문화를 생활 속에서 조용히 실천하는 김의영씨의 생활 혁명(?)이 멀리까지 퍼져 나갈 수 있기를 염원해 본다. /이명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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