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태 바르게살기 중앙협의회 부회장


청년시절 봉화JC 회장 직에 도전하여 선배와 경선을 치룬 적이 있다. 선배와의 경선이어서 JC회원들도 매우 힘들어 했다. 당시 봉화JC는 잘 나가는 선후배들이 만든 사조직이 있어 기득권 파워가 형성되어 있었고, 나와 경선한 선배는 봉화읍내에서 자주 어울리는 그룹이 있었다. 나는 봉화 토박이지만 서울에 유학을 했고 집이 봉화읍내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비주류에 속한 경우로 봉화JC 개혁파를 자처한 셈이다.

평소 경선한 그 선배와는 아주 잘 어울리면서 나와는 별로 친하지 않은 초등학교 동기생이 운영하는 체육사가 바로 그들의 아지트였다. 당연히 그 동기생은 나를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포기해 버렸다.

봉화JC 유사 이래 처음 치러지는 경선이 막바지에 다 달아 봉화JC 분위기가 심각하여 열기도 대단했다. 선거를 앞둔 막바지 어느 날 그 체육사 앞에서 동기생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나더러 “야, 성태야? 내가 누굴 찍을 것 같니?” 하기에 나는 “괜찮다. 니 찍고 싶은 데로 해.” 라고 했다. 그러자 “성태야? 내가 니 하고 잘 안 어울리는 사이지만, 내가 친구다. 나는 니를 찍을 거다.” 하면서 “덧붙일 것은 니가 내 동기생이어서 찍는 것도 있겠지만, 니가 봉화JC 발전을 위해 주장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고, 적임자라고 생각해 니를 찍을 거다.”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말한 동기생을 전혀 믿지 않았다. 결선결과 3표 차이로 낙선했는데, 표를 분석해보니 정말 그 동기생은 나를 찍었던 것이 여러 정황으로 증명이 되었다. 나는 봉화JC 회장직에 이듬해에 다시 도전해서 뜻을 이뤘고, 한국JC 중앙회장까지 갔다. 지금도 늘 선거 때만 되면, JC를 생각할 때면, 그 친구를 떠올린다. “그때 그 동기생이 의리(義理)가 있었구나” 하면서 말이다.

최근 성완종 회장 자살사건이 터져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나는 그 사건을 우리나라 건국 이래 최대 ‘정치비리 게이트’로 생각한다. 현 정권의 모든 실세들이 망라되어 있고 여야의 전 방위적인 로비흔적이 있으니까. 그 게이트 밑바닥에도 성완종 회장 입장에서 보면 인간적인 ‘의리’라는 것이 짙게 깔려있는 듯하다. 정치자금을 준 리스트와 성완종 회장의 자살직전 행적과 발언내용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필자도 중앙정치판에 제법 발을 담궈있는 입장에서 주요 중앙정치인들의 인품과 스타일을 익히 잘 알고 있어 성완종 회장의 자살직전 리스트 명단을 올릴 때 기준이 ‘의리와 배신감’이었다고 추측한다.

우리시대 정치인 중 진정 의리가 있는 정치인이 몇이나 될까? 사건이 터진 후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들의 언행을 보면서 우리국민들은 사건의 잘·잘못을 떠나 상당부분 충격을 받거나 실망했을 것이다. “저것 밖에 안 되는가?”하면서 말이다. 누구나 마음속 바닥에는 ‘의리’와 ‘상식’을 생각하니까.

서울대 배철현 종교학 교수는 ‘위대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고난을 극복하는 ‘고독한 묵상’을 습관화하며 타인의 고통(passion)을 자신도 함께(com) 느끼며 고통을 덜어주려는 ‘컴패션(compassion: 일종의 자비·배품)’하는 지도자가 많은 나라가 ‘위대한 나라’라고 했다. 이 역시 바탕은 ‘의리(義理)’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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