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 (한국해양대 1년)


                             <제14차 길따라... 여행기>

 

석가탄신일이 월요일이여서 황금연휴를 맞은 나는 3주만에 가족을 만날 생각에  목요일 저녁, 유학하고 있는 부산에서 울진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허겁지겁 집으로 왔다. 늦은 저녁식사를 할 때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창열아 울진신문사에서 주최하는 여행인데 내일 ‘길 따라 맛 따라’ 에 같이 참여하지 않을래?” 라고 하셨다.

나는 너무 피곤한 탓에 어머니 말씀을 사양하고 집에서 쉬고 싶었지만 월요일까지 연휴이기도 하고, 어머니께서 적극 권하시길래 어머니를 따라서 강원도 정선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토요일 오전 8시 울진군청 마당에 모여서 여행가기로 한 분들과 함께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른 아침부터 햇빛이 쨍쨍하여 초여름 같은 날씨여서 조금 덥긴 했지만, 가족이 아닌 낯선 사람들과 처음 가는 여행이어서 설레이기도 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아카시아 꽃, 연두빛 보다는 진한 나뭇잎에 덮인 산, 그리고 맑은 물이 흐르는 강, 참 아름다웠다

중,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과 생각이 내 안에 들어옴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버스가 점점 정선에 다다를 쯤엔 어른분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친구들끼리 가는 여행과는 다른 분위기 -성숙하고 세련되고 청결하다는 것- 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내부가 깔끔한 버스, 신문사 사장님의 스무스한 진행, 어른 분들의 재미있는 자기소개... 이런 점들이 내가 처음 느끼는 여행의 또 다름이었다. 어른들의 재미있고도 멋진 자기소개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이 여행에 함께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우리 여행팀은 첫 코스인 ‘아우라지 마을’ 에 도착했다.

산천어 모양의 어름치 카페, 민속촌을 옮겨 놓은 듯한 특산품 판매점, 레일 바이크 등 아늑하고 정감이 가는 마을이었다. 나는 너무 신이 나서 주위를 둘러보며 뛰어다니기도 하고,  초가집 앞과 레일바이크 피노키오 아저씨 조형물 앞에서 엄마와 사진도 찍었다. 마을이 민속촌처럼 고즈넉하고 날씨도 좋아서, 못난 우리 엄마와 내가 실물보다 예쁘게 나왔다.

이 곳에서 나는 정선아리랑의 유래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 데, 조선 개국 초 고려왕조를 섬기던 선비들이 송도를 떠나 정선지방에 숨어살면서 고려왕조의 회상과 가족,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민요라고 한다.덧붙혀 아우라지는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어우러진다’ 는 뜻을 가진 단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매년 8월초 아우라지 강변에서는 뗏목 축제를 개최한다.

그렇게 우리는 첫 도착지의 설렘을 간직한 채 다음 코스인 산나물 축제행사 중인 정선읍 아라리 시장으로 이동했다. 행사장에 주차를 하고 한참을 걸어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린 제일 먼저 ‘싸리골 식당’에서, 여행에서 같이 만나게 된 초등학교 때 친구 은평이와, 참석한 어른들과 곤드레 나물밥, 도토리 묵무침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막 성인이 된 나는 곤드레 막걸리를 한잔하는 행운도 가졌다.

처음 먹어보는 향긋한 곤드레 나물밥, 고소한 도토리묵, 마지막으로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곤드레 막걸리를 한잔하니 정말로 온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점심밥을 다 먹은 후엔 우린 약 두 시간의 자유시간을 가졌다.

내 친구와 우리엄마, 그리고 나는 정선시장과 정선 나물축제장을 신기한 듯 재미있게 둘러봤다. 정선특산품인 곤드레 찐빵과 나물을 샀더니 덤으로 많이 주셨다. 사람들이 한결같이 인정많고 인상좋으신 분들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웠음에도 불구하고, 정선장과 정선나물축제를 구경다니는 자유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다 보니, 친구 아빠의 빨리 버스로 오라는 전화를 받고서야 우리는 아이쇼핑을 멈추고 뛰어갔다. 정선장과 정선나물축제에서 장을 본 테마여행, 어른들께서 양손 가득히 뭔가를 사서 버스 출발시간에 맞춰 탑승하고 계셨다. 우린 또 다음 행선지인 아라리 촌으로 이동했다.

아라리 촌은 굴피집, 너와집, 귀틀집 등 여러 우리나라 전통 가옥들이 한데 모인 동네였다.
우리는 도착해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 고등학생의 가이드를 받으면서 아라리촌을 둘러보았다. 가이드 학생이 양반과 상인이 술을 마시는 동상을 설명하고 있는 중이였다.

마친 후에 가이드 학생이 질문 있는 사람 질문하라고 했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지금 저 분들이 무슨 안주를 해서 술을 잡수고 계신교?” 라고 물으셨는데, 그 아주머니가 어떻게 그런 질문을 생각했는지 ‘정말 관심이 많고 유쾌하신 아주머니시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 장면은 조선시대에 빚이 많은 양반과 신분상승을 바라는 돈 많은 상인이 돈과 신분을 거래하는 모습이라고 학생가이드가 설명했다. 그 당시는 양반이 되면 농민과 상인을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특권이 있었기 때문에 양반을 부러워했던 때이다. 지금은 노력하면 그 당시 보단 신분상승이 자유로운 시대여서 나는 참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라리촌에서 한바탕 웃고 기분좋은 마음으로 우리는 다음코스인 스카이워크로 갔다. 거기서 생각보다 입장료가 비싸기도 하고 고소공포증 땜에 아찔하여, 스카이 워크는 하지 않고 옆 계단을 한참 올라가서 한반도 모양의 지형을 보며 스카이 워크 미관람의 아쉬움을 달랬다.

사람들이 ‘짚와이어’ 라고 하는 익사이팅 레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봤다.
산과 산 사이의 1.1km를 쇠줄로 연결하여, 높이 325.5m를 시속 70km로 체험하는 곳인데 정말 아찔하고 무서워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하고 가슴이 뻥 뚫린 듯한 기분을 받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동양 최대의 규모라고 하니, 체험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강심장인 사람들일 것이다.

버스로 이동하여 마지막 코스인 하이원 리조트 하늘길 트래킹을 하였다. 나와 엄마는 버스를 타고 많이 이동하고 또 걸어서 인지 버스에서 잠깐 달콤한 낮잠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한숨 자고나니 어느새 우린 하이원 리조트 하늘길 트래킹 코스에 도착하였다.

차에서 낮잠을 자서 그런지 나는 머리가 조금 아팠다. 하지만 하늘길 트래킹을 하는 중엔 머리 아픈 것도 까먹었다. 쭉쭉 뻗은 키 큰 아름다운 나무들과 자연경관과 우리가 흔히 식탁에서 보는 고사리 같은 나물들이 등산길 옆에 빼곡히 있었다. 어느 새 내 머리는 맑아지고 내 가슴은 뻥 뚫렸다. 마지막까지 제대로 된 힐링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산, 나무, 강, 비슷한 자연환경인 데도 울진에서는 못 가져본 느낌들이 여행에서 밀려왔다. 우린 버스를 타고 다음 맛집인 ‘대숲 마을’ 로 이동했다. 그 곳에서 저녁식사로 두부 전골을 먹었다.

그러던 중에 어떤 아저씨 한 분께서 식사중에 건배사를 하셨는데 그 건배사는 이랬다. “이것은 술이 아니여, 정이여~” 정말로 그것은 술이 아닌 길따라 맛따라 여행의 정이 넘치는 한 잔이었다. 덕분에 나와 친구는 또 한잔을 하는 특권을 누렸다.

즐겁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친 후에 돌아오는 길, 우린 관광버스에서 노래자랑을 하였다.
나는 엄마 옆에서 노래를 선곡하면 번호를 눌리는 역할을 했는데, 어른들이 여러 형태로 여행을 즐기시는 모습에 정말 ‘이 길따라 맛따라 여행은 진국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신문사 사장님의 진행솜씨는 압권이었다. 재치와 유머가 넘쳤다. 기행문을 즉석에서 발표하시는 아저씨도 계셨는데, 그것 또한 감동이었다.

그날 테마여행 가시는 분들의 인정 넘치는 분위기가 마음 속에 남는다. 그날의 그 기분과 작은 감동을 아마 오랫동안 못 잊을 것 같다. 이런 테마 여행이 전국에 또 어디 있을까? 나도 덩달아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맛집도 가고! 사람의 정도 느끼고! 힐링도 하는 테마여행, ‘길 따라 맛 따라’ 에 다음에는 여자친구와 엄마와 함께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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