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향인 사대홍 (금강송면 삼근리 출신)


칠십을 훌쩍 넘긴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의기투합하여 한토재를 넘기로 하였다.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우리가 태어났고 자랄 수 있게 해 준 고향산천의 가슴에 안겨보고픈 느낌은 누구나 같았는지...

졸업후 50년이 지나 시작된 동창회가 어느덧 6년째. 십이령 보부상길을 걸었고, 금강송 군락지에서 고향내음을 맡아보기도 하던 차, 금년은 6.25전쟁 피난시 엄마 손잡고 넘었던 그리고 전재산을 판 현금을 시래기더미에 숨겨 매화로 갈때 넘었던 그 추억과 애환이 서린 한토재를 넘어보기로 한 것이다.

점심후 출발한 시골들녘은 따스하고 평화롭고 산천이 눈에 익어 더욱 정겨우며 임도를 따라가는 인적드문 산골길은 힐링장소로는 딱이다. 길가의 야생화가 일행을 반겨주고 산새들도 환영을 한다.

울진이 낳은 풍수의 대가 격암 남사고 선생의 부친묘소를 지날 때는 선생님에 얽힌 일화로 피로를 풀며 좀더 성장되지 못한 선생님의 일생을 아쉬워한다.

어느덧 산은 깊어지고 임도도 끝나 말로만 듣던 찬물내기 지점을 향해 포크레인 자국을 따라 가다보니 산길마져 숲에 가려 흔적이 없다. 오솔길도 다니지 않으면 길이 없어진다는 친교 왕래를 강조하는 옛말이
그대로 와 닿는다.

한토재 꼭대기에 있는 “시루봉”방향만 찿아 낙엽이 무릎을 덮는 산속을 헤매다보니 출발한지 5시간이 지난다. 3시간 예상하여 출발한 터라 간식과 물도 떨어지고 4월의 해도 골짜기에는 그늘이 지면서 기온이 내려감을 느낀다.

일행중 스님께서는 나무가지를 잡았는데 통째로 뽑히는 바람에 산비탈에서 한바퀴 굴르고나니 안색이 하얘진다. 조난이 다른게 아니구나. 119를 불러야 하나? 그런데 휴대폰도 연결이 안된다.
삶의 경험자들이 인생막판에 웃음거리 짓을 했다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 하다.

한편 그런 소리는 듣지 말아야지 하는 오기도 발동하여 선듯 결정을 못 한 채 골짜기 아래쪽을 보니 저 멀리 불영정과 고속도로 공사하는 다리가 보인다. 그런데 발밑은 천애절벽. 막막하다.
집안 형수님이 버섯따러 갔다가 길을 잃어 낙엽을 덮고 하룻밤을 산속에서 지낸 일이 불현듯 생각난다.

어둡기 전에 시루봉까지 가야지하는 일념에 정신없이 미끄러지며 오르다보니 시나브로 능선에 불영사의 부처님바위와 닮은 시루봉 불상바위가 보인다.

그제야 살았구나!
안도감을 느끼자 피로가 몰려든다. 하지만 하원까지는 아직도 30분이상...
하산걸음을 재촉한다. 그제서야 산길은 절대 자만하지 말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함을 이번 산행으로 새삼 깨달으며 인생길도 같음을 느낀다.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