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의 세상사는 이야기> 31


하멜, 그대는 영웅이요.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당신이 잠자는 나라 조선을 세상에 알렸기 때문이요.

동인도 회사 소속 스페르베르호에 승선, 스물 셋인 그대는 화물 감독으로 약재, 녹피, 목향, 설탕을 싣고 해와 달, 별과 바람에 의지하여 1653년 대만에서 일본 나가사키로 항해 중 태풍을 만났소.

닷새 동안 파도와 사투를 벌이다 제주 근해에서 암초에 부딪혀 돛대 5대, 포문 5문을 실은 큰 배는 산산 조각났소.

64명 중 36명이 널빤지 조각을 잡고 간신히 살았소.

밤새 일행과 가슴 졸이며 서울로 압송되었고, 먼저 이 땅을 밟은 종족 벨테브레이의 통역으로 일본 나가사키로 보내 달라고 손짓과 눈물로 애걸하였으나 허사였소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은둔의 나라 조선은 시간의 흐름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소. 조선의 관리는 헛소리 한다고 비웃었을 뿐이요.

지식인은 중화와 성리학에 도취되었고 물건을 사고파는 짓은 쌍놈의 일이라 여겼소.

훈련도감 병영에서 훈련하던 중에 마침 조선에 온 중국 사신 말고삐를 부여잡고, 조국 네덜란드로 돌아가고자 2명이 눈물과 손짓, 발짓으로 하소연하다 그들은 잡혀 옥사하고, 나머지는 괘씸죄로 모두 전라도 벽지로 유배되었소.

해남 우수영에서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11명이 죽고 남은 22명이 순천, 남원, 여수로 흩어져 잡초 뽑는 일로 낭비하니 절망의 시간이었소.

조선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외국인이 조선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여기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했소.

새라면 훨훨 날아 갈 수 있었을 테지만, 조선의 국법을 얼마나 원망했겠소.

일본이 일찍이 그대 나라와 교류를 해서 힘을 길러 명치유신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요.

그대는 13년이란 시간을 조선에서 보내고 8명이 죽을 힘 다해 탈출에 성공했소.

일본에서 예리한 조사를 받고 조국 네덜란드로 돌아가 노역 대가를 위로 받고자 피 눈물로 글을 써서 올렸으니, 조선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소.

어쩌면 그대의 공로가 지대하오.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하지 않았더라면, 조선이 어떤 나라인지 몰랐을 것이요.

여기 아담한 기념비도 없었을 것이요. 하멜이란 이름도 기억에 사라졌을 것이요.

뒤늦게 조선이 낡은 관습을 조금이라도 버리고자 대문을 활짝 열고, 여러 나라와 교역을 하여 대륙으로 세계로 뻗어가고 있소.

이제 남북통일만 된다면 세계 5대 강국의 반열에 오르는 거요.

폭풍 속을 헤매던 지난 일은 잊어주시고, 한국의 발전을 지켜봐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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