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 칼럼> 대구 평리중학교 교장 임영훈


필자는 일찍이 약관에 울진을 떠나 객창을 전전하여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교직생활의 정년을 앞둔 바, 내 고향 울진을 생각할 때 남다른 감회가 새롭다.

왕피천이 유장하게 흐르는 근남면 수산리는 나의 안태 고향이고, 문향 울진은 지금도 검푸른 동해의 파도가 용틀임하듯 솟구치고, 늘 푸른 금강송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아름다운 곳이다.

나에게 울진은 바로 펄벅의 ‘대지’ 이상의 땅이다. 나를 강하고 담대하게 키워준 땅이며, 나의 정신과 영혼을 튼튼하고 풍부하게 자라게 해준 어머니의 땅이다. 귀소본능(歸巢本能)과 수구초심(首丘初心)으로 죽어서라도 돌아가야 할 푸근한 어머니의 품이며, 제 삶의 뿌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 삶의 뿌리인 고향 울진을 두고서 누군가는 세 가지가 빼어난 삼수(三秀)의 고장이라 했다. 자연풍광이 빼어나고, 예로부터 충절의 인물들이 많이 난 곳이요, 후덕한 인심이 으뜸인 고장이기 때문이다.

자연풍광이 빼어난 육지 속, 고도(孤島)! 그 흔한 철도하나 없는 교통오지인 울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중환의 '택리지'는 울진을 두고 "한 때 유람하기는 좋지만 오래살기는 불편한 곳"으로 기록하고 있다. 볼거리는 많지만 교통이 불편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인지 울진은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사람 손길이 덜 닿은 비경을 간직한 곳이 많다.

삼림욕, 온천욕, 해수욕 등 국내에서 유일하게 3욕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곳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고향 울진이다. 남북의 이백 오리 바닷가 풍경은 형형색색 절경과 불영계곡, 신선계곡, 덕구계곡, 구수계곡, 울진 금강송 숲길과 왕피천 생태 탐방로는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천혜의 보고이다.

봉평신라비와 장양수급제패지 등 국보와 보물 수십 점, 유서 깊은 고찰 불영사를 비롯해 관동팔경인 망양정과 월송정 등 많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백암과 덕구에서 펑펑 솟아오르는 온천수는, 끊임없이 생동하고 활력이 넘치는 고장 울진 그리고 울진인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표상한다.

충절의 고장 울진! 고향 선조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자기를 희생하였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과 활약한 황해월 선생을 비롯하여, 왜병을 물리치고 향토방위에 앞장선 의병 김언륜과 주호 장군 등 수많은 고향 선조들이 목숨을 바쳤다.

또한 한말 의병들이 펼친 국권 회복운동, 1910년대 국내와 만주 등지에서 항일투쟁, 3.1 만세 운동, 1920~30년대 민족 운동, 전시 동원기 민족 운동 등 울진 출신 애국지사들의 독립 운동 궤적은 또 어떤가?

근세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에 울진 출신의 백운 주진수 선생과 국오 황만영 선생은 구국일념 하에 근대교육의 표상인 대흥학교와 만흥학교를 사동과 매화에 각각 설립하고, 청년들에게 애국정신을 고취시켜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더불어 산해 전영경 선생 등 77인의 애국지사들의 수가 경북에서 손꼽힐 만큼 많다는 것은 울진이 애국충절의 고장임을 증명한다 할만하다.

인심이 후덕한 울진인! 타지인들이 울진에 올 땐 오지라서 울고, 떠날 때는 그간 정이 들어 진짜 울고 간다는 울진의 인심! 타 지역에서 전입한 공직자나 휴가철에 울진을 다녀간 여행객들은 빼어난 경관, 금강송의 위용, 맑은 물과 공기, 후덕한 인심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은 원초적인 그 무엇이 있는 곳이 울진이라고 말한다.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고, 예로부터 극심한 가뭄이나 흉년이 들어도 산과 들에 산나물이 지천이고, 강과 바다에는 먹을거리가 풍부해 기아를 타지방보다 면했다고 한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죽변, 후포항에는 오징어, 대게, 문어가 지천으로 잡혀 지나가던 개도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로 수산물 생산이 풍부했다니 가히 짐작할만하다.

지금도 어시장과 전통시장에는 억척같이 살아온 울진 아지매들의 넉넉한 손맛과 웃음꽃이 후한 인심을 증명한다. 최근 뜨고 있는 텔레비전 프로 ‘백년손님’의 남서방 그리고 후포리 장모 이춘자 여사의 구수한 사투리는 웰빙 울진의 일상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고향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타관객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고향이 더욱 중요하다. 늘 잊지 못하고 향수를 그리는 삶의 실핏줄과 같은 곳! 포근한 어머니 품속과 같은 고향 울진! 이렇듯 객지에서 향수를 느끼면서도 한 가지 바람은, ‘三秀의 고장’ 울진을 생태 문화 관광도시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울진의 미래상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1. ‘생태문화 관광도시’ 울진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36번국도 4차선 확장, 동해중부선 철도  건설, 항만시설 등의 정비로 접근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2. 환경을 보전하면서 지역주민의 지속가능한 소득창출과 복지증진, 관광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3. 공정여행 상품으로 기획되는 생태문화관광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4. 발전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원전지원금은 지역개발과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일자리 창출에 적절히 쓰여 져야 할 것이다.  

울진 자연 풍광의 맑은 정기, 어떤 험로에도 굴하지 않았던 선조의 충절과 애국의 늠름한 기상, 이타정신인 후덕한 인심, 이 삼수를 간직한 울진의 자연과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인간다움을 이제 우리가 깊이 되새기고, 면면이 이어져 내 고향 울진이 더욱 살맛나는 고장으로 발전하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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