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무너지고 남수산 갈라지는데 조사만 1년?
지역주민 안전대책 요구에 행정당국은 속수무책



# 광산은 무너지고 남수산은 갈라지고
지난 2월 23일 오전 6시경 매화면 남수산을 중심으로 인근 읍면 주민들은 큰 지진이 일어난 줄 알았다.

특히 산 아래 마을인 매화2리와 금매2리 주민들은 지진 리히터 규모 약 4~5의 땅 흔들림에 크게 놀랐다.

남수산 인근의 진동과 굉음은 매화면 남수산에 있는 석회석 광산의 지하 갱도가 무너지고 남수산이 함몰하면서 일어난 충격으로 보인다.

지진이 일어난 줄 안 주민들이 집 밖으로 뛰쳐나오다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으며, 콘크리트 건물 벽체가 갈라지기도 했다.

그 충격으로 매화2리에서는 놀란 어미소 2마리가 사산을 하였고, 6개월 조산한 어미소도 있으며, 비가 오면 주민들이 매화면 복지회관으로 대피하는 등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형국이다.

광산붕괴로 인한 남수산의 갈라짐과 함몰은 현재 진행 중에 있다. 붕괴되거나 함몰되고 있는 면적은 산 능선을 따라 남북으로 크게 3곳으로 나 있으며, 구산리 석회석 광산 입구에서 남수산 정상에 이르기까지 세로 10~20m, 길이 약 1.5km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비라도 온다면 대규모 산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으며, 산 아래 마을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산사태 위험에 노출된 마을은 매화2리와 금매2리로 136가구 253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 남수산은 어머니산
남수산은 매화면에서 제일 높고 웅장하며, 영양 일월산의 한 맥이 동북으로 뻗어 높이 솟아 있는 산으로 매화면의 진산이고, 삶의 터전인 어머니 산이다.

매화면 금매리와 근남면 구산리 사이에 높이 438m 산으로 서쪽으로는 왕피천이 흐르며 남쪽에는 653m 높이의 대령산이 이어지고 동쪽으로는 매화천이 흐르고 있다.

산 전체 여러 곳 돌구멍에서 아지랑이 운기가 올라와 아지랑이 남(嵐)과 산굴 수(峀)를 합하여 남수산이라 하였으며, 옛날부터 명산이라 하여 기우제를 지낸 산으로 유명하다.

조선 명종 때 격암 남사고가 어릴 때 이 산에서 공부했다고 하며, 임진왜란 때는 일본의 풍신수길이 조선을 정복하기 위해 현소라는 일본 고승을 밀파하여 산자수려한 명산의 정기를 쇠진시키기 위해 남수산 정상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 2007년부터 예견된 인재(人災)
남수산 석회석 광산의 채광기간은 1980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로 되어 있으며, 1980년대 초반부터 최근 갱도붕괴까지 약 30여 년 동안 매년 약 70여 만t의 석회광물을 채취하였다. 채굴기간 30여년을 감안하면 전체 채취량은 약 2,000만 톤이 넘어갈 것으로 추측된다.

이만한 양의 광물을 채취하기 위해 산 속을 파헤친 규모는 채굴한 양보다 훨씬 넓기에 남수산 속은 텅 비어있다고 볼 수 있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수산 함몰 규모는 예측조차 어렵다. 

지난 2007년 5월 남수산 중턱에 아파트 5층 높이의 구덩이(싱크홀)가 발생하였고, 연이어 9월에는 수직 함몰이 발생해 분묘가 훼손되는 등 피해가 있었다. 당시 매화면 주민들은 석회석 광산의 무분별한 채굴로 인한 남수산 침하에 대해 항의하고 광산폐쇄를 주장하였다.

그 결과 산자부 동부광산보안사무소와 지질자원연구원, 광해방지사업단이 현장조사를 하였으나 조사결과 지반침하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아무런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 광산업자와 행정, 전문가들이 결탁하여 주민을 속인 것으로 오늘날 대규모 함몰은 부정한 결탁이 만든 인재라고 할 수 있다.





















# 지역주민들 길거리로 나서
광산붕괴와 남수산 함몰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자 매화면 주민들은 석회광산반대범대책추진위원회(위원장 장영철)를 구성하였고, 지난 3월 9일 매화면 금매리에서 '광산붕괴 진상규명 촉구대회'를 열었다. 집회는 매화면 주민뿐만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울진군민도 참여하였다.

집회는 대회사, 경과보고, 규탄사, 결의문, 규탄행진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주재중 대책위 부위원장이 낭독한 결의문에서는 ‘남수산 석회석광산 즉각 폐쇄’,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마을주민 안전대책 수립’, ‘즉각적이고 완벽한 남수산 원상복구’, ‘울진군민 상수원인 왕피천 수질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였다.

결의문을 마친 집회참여자들은 약 1km 떨어진 광산입구 현장사무소까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거리행진을 하였고, 현장사무소에 도착하여 조광권자인 대영NDI 남영길 대표를 불러내 대책을 따져 물었다.
 

# 탐욕과 안전불감증이 만든 재앙
광산은 울진군 근남면 구산리 산83번지 일원으로 채굴권자는 한국공항주식회사(대표 김재건), 조광권자는 ㈜대영NDI(대표 남영길)이다. 광업권은 근남면 구산리와 매화면 일원 2749ha에 걸쳐 설정돼 있으며 지난 1967년 11월25일 최초 등록된 후 지난 1984년 8월 11일부터 채굴계획인가를 받았다.

㈜대영NDI는 울진 석회석 광산에서 연간 약 70여 만t의 석회광물을 채취, 후포항을 통해 화물선박으로 포항제철과 광양제철에 공급하고 있다.

남수산 석회석 광산은 사업자의 탐욕에 의해 30여년간 무자비하게 채굴되었고, 이를 감시감독 해야 할 관청은 부실감독으로 일관하면서 붕괴사고 날까지 채굴 연장을 해주었다. 이는 탐욕의 사업자와 안전불감증의 감독관청이 결탁하여 만든 재앙이다.

# 속수무책 행정당국
광산붕괴와 남수산 함몰사고가 발생하자 울진군과 경북도는 매화면사무소에 비상상황실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함몰지역 모니터링과 주민대피 외에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산자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안타까워만 하고 있다.

광산법에 의해 광산의 허가와 감독책임은 산자부에 있다. 산자부 동부광산보안사무소는 붕괴 이틀 뒤인 2월 25일 갱도폐쇄 명령을 내렸다. 3월 9일부터 10일까지 산자부 동부광산보안사무소(소장 정태윤)를 비롯하여 광해관리공단,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으로 구성된 '울진광산사고 관련 보안검사 및 안전진단팀' 17명이 매화면 일대에서 이틀간 현장조사 활동을 하였다.

산자부 안전진단팀은 조사활동 후 지역주민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약 1년간의 정밀조사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주민들이 우려하는 안전과 복구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주민대표들은 보안검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부실의혹을 제기했고, 정밀조사와 관련하여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조사팀 구성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산자부의 석회석 광산의 보안검사 부실이 만든 인재라고 규정하고 광산폐쇄와 철저한 진상규명, 주민안전대책을 요구하면서 국민안전처가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기에 예상되는 산사태 등 긴급한 주민안전대책은 국민안전처, 광산폐쇄에 따른 대책은 산자부, 남수산 복원은 산림청, 왕피천 식수원 오염 대책은 환경부 등 범정부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경북도와 울진군 및 지역 정치인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앞장서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 울진군민의 식수원은 안전한가
광산의 갱도가 붕괴하면서 그 안에 많은 양의 화약과 화공약품, 기계설비와 장비, 오염수 등이 묻혔다. 일반 석회석 광산의 경우도 폐광 후 철저하게 오염원을 차단해야 하며, 붕괴된 광산의 경우는 그 안에 오염원이 많이 남아 있기에 더 철저하게 조사하고 차단해야 한다.

현재의 상태로 방치한다면 오염원들은 매화천과 왕피천으로 흘러들어 울진군민의 식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 울진군은 울진군민 식수원 해결을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왕피천 성류굴 앞에 울진군민 식수원을 만들고 있다. 중금속을 포함한 폐광 오염원으로부터 울진군민과 왕피천을 보호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환경부는 왕피천 유역을 우리나라 보전지역 중 최대 규모인 약 3,000만평의 왕피천생태경관보전지역을 지정하여 2005년부터 관리하고 있다. 그에 걸 맞는 왕피천 수질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울진군민이 나설 때
언론보도와 주민집회, SNS 등을 통하여 남수산 함몰 소식이 전해지면서 출향인들과 울진군민 사이에는 정부에 안전대책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숙제가 만만치 않고,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에 매화면 주민들만으로는 너무나 힘겨운 싸움이다. 이 문제는 산아래 마을과 매화면민만의 문제는 아니며 울진군민의 모두의 문제이다.

울진군과 군의회,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은 울진군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범군민대책위를 구성하고, 정부를 상대로 안전대책 마련과 남수산 함몰에 따른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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