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애 (울진읍, 주부)

 

 

버스 안에서 몇몇 사람들이 시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기행의 주제가 시인가?’ 울진신문사에서 주관한 ‘길따라 맛따라’ 여행에 우리 가족 5명이 모두 따라나선 것은 오늘이 두 번째이다.

이 행사를 주관하고, 안내한다는 가이드 분은 오늘 기행의 테마가 ‘문학’이라고 했다. 백암산 넘어가는 길이 상당히 꼬불꼬불해서 어지럽기는 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한국전통의 기와집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곳은 영양군에 위치한 ‘주실마을’ 이란 곳인데, 조지훈 시인이 태어나서 17살까지 살았던 곳이다. 마을 전체가 지훈 기념관화 된 마을에는 조지훈의 시들이 큰돌들에 새겨져 있었는데, 산책하듯이 발걸음을 옮기며, 그 분의 시를 읽으니 내 자신 시인이 된 듯, 지훈 시인과 함께 있는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평소 시나 소설을 잘 읽지 않아서 그런지, 지금까지는 시에 대해 대충 이해하고 살아왔는데, 해설사 분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조지훈 시인의 출생에서부터 성장, 결혼과 가족생활, 문학활동과 그의 시적 문학세계를 좀 더 깊이 알게 됐다.

12시쯤이 되자, 배가 고팠지만 신문사 사장님께서 한군데 더 들르고 점심식사를 한다고 하셔서 다음 장소로 이동했는데 그곳은 ‘두들마을’ 이었다. 그곳에는 석천서당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예전의 서당이 이랬구나!’ 하고 생각했다.

두들마을은 현대 한국문학의 거장 이문열 선생의 산실이다. 문학을 해서도 큰 성공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작가 사비로 축조했다는 개인 문학관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것은 바로 한국문단에서 이문열 작가의 위상이었다. 해설사 분이 많은 박사가 배출된 두들 서당 안의 기둥을 안으면, 박사가 되는 기운을 받는다고 해서 자식들을 위해 기둥을 안고서 남편보고 잘 찍으라고 했다. 아이들이 커서 모두 박사님이 되기를 간절히 빌면서...

두들마을을 나오고 나서야 늦은 점심을 먹으러 근처 ‘맛짱식당’이라는 곳에 갔다. 너무 배가고파서 밥상에 앉자마자, 미리 주문된 얼큰한 메기매운탕을 밥 한공기와 함께 허겁지겁 먹었다. 식당 사장님께서 후식으로 떡을 주셔서 너무 맛났다. 그렇게 배불리 먹은 후,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청송군에 위치한 ‘객주문학관’이란 곳에 도착해보니 입구엔 커다랗고 신기하게 보이는 조형물이 있었다. 작은 나무들을 잘라 붙여 큰 동그란 모양을 만든 전시물이었는데, 청송군에서 자라는 사과나무를 잘라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접착제로 붙인 것도 아니고 그냥 끼워 맞췄다고 하니 무척 신기해 보였다.

김주영 작가님이 ‘객주’라는 유명한 책을 써서 이름이 ‘객주문학관’이었다. 문학관에 들어서자마자 객주라는 책을 많이 전시해 놓았다. 책뿐만이 아니라 2층에는 도자기도 있었는데, 그 도자기에는 새와 꽃이 많이 그려져 있는 걸 보고, ‘도자기 만든 사람이 꽃과 새를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관을 다 돌고나서 객주를 쓴 김주영 작가님을 직접 만났다. 작가를 실제로 만나본 것이 처음이라 신기하고 놀라웠다. 김주영작가님은 자신이 어렵고 힘든 형편에서 태어난 것을 행운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힘든 곳에서 태어나야 할 말이 많지만, 편한 곳에서 태어난 사람은 할 말이 별로 없다고 했다.

김주영 작가님은 매우 어렵게 자라고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그런 경험들이 책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 그 자체를 쓰다보니, 사람들이 공감하여 감동을 얻는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너무 인상 깊게 남았다. 연설이 끝나고 마지막엔 작가님과 사진을 찍고 기쁘게 객주문학관을 나왔다.

네 번째로 향한 곳은 안동시에 위치한 ‘지촌제청’이었다. 그곳은 작은 도서관이 있었는데, 옛 느낌이 많이 났다. 도서관 앞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었고 뒤에는 가파른 산이 있었는데 경치가 진짜 좋았다.

마지막으로 간곳은 청송군에 위치한 ‘군립 청송야송미술관’이었다.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눈이 번쩍 뜨여질 정도로 엄청나게 큰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림 제목이 ‘청량대운도’였다. 이 그림은 청량산을 배경으로 그린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림이라고 해설사분께서 말씀해 주셨다. 또한, 청량대운도를 전시하려고 이 큰 전시관을 만들었다고 해서 다시 한번 놀랐다.

문학기행을 모두 마치고 나니 새로운 체험과 다양한 경험을 한 것 같아 매우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길따라 맛따라’ 여행은 정말 유익하며, 다시한번 이 여행을 가 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나들이를 가족들과 함께 제대로 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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