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동인사슴농원 방문기

 

사슴, 꽃, 사진, 조형물의 ‘공원같은 농원’


자가생산 유기농건초 먹여 녹용·녹혈 생산


울진 동인사슴농원 방문기


4월17일 새벽까지 비바람이 세게 불었고 강풍예보에 울진장도 제대로 서지 못했다. 낮엔 화창해져서 울진 북면에 위치한 동인사슴농원으로 향했다. 남편과의 간만의 데이트였다. 농원을 공원 같이 꾸며 놓았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부구리에서 덕구온천 가는 길로 달리다가 동인사슴농원이라는 간판을 보고 우측으로 꺾어 가드레일을 따라 들어갔다. 소문과 다르지 않았다. 아이가 크면 사슴생태 학습장 견학을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원 입구에 들어서자 펼쳐지는 푸른 호밀밭과 넓은 농원에 경쾌하게 들려오는 노래소리, 정성스레 키운 식물들과 여러가지 문양, 형상석의 수석, 사슴 관련 사진물과 조형물 전시 등이 어울려 보통 농원과는 차원이 달랐다.
 

올해로 사슴농원을 개장한 지 35년이 넘어간다는 사장님 내외는 다정하였고, 일을 돕는 캄보디아 청년 역시 사슴을 키우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우수한 종자에서 우량새끼를 생산하여 농장에서 직접 키운 유기농 호밀과 옥수수, 칡, 상수리, 알팔파 등의 청정한 건초들을 먹여 사육하는 울진의 동인사슴농원은 규모, 사육기술과 사육방법 등에서 전국에서도 앞서가는 그룹에 속한다고 한다.
 

우선 동인사슴농원은 청소가 잘되어 있어 생각보다 깨끗했다. 우리마다 나눠서 키우는 사슴들도 얌전했다. (사슴뿔이 자라는 5~8월에는 뿔을 보호하기 위해 숫사슴들이 무척 온순해 진다고 함) 3천여평의 농장에 50여마리를 키우는데, 그 중 숫사슴은 22마리다.

8~9년 이상 자란 숫사슴의 녹용의 무게가 26kg을 넘어설 정도로 우수한 데, 그 품종이나 기간에 따라 가격대와 품질에도 나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동인농원에서는 우수한 종자를 분양 또는 개량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는 2004년부터 인공수정을 통해 이어오고 있다.
 

흔히 울진 특산품이라고 하면, 대게나 오징어 그리고 송이를 떠올린다. 거기에 나는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이 곳 동인사슴농원의 녹혈과 녹용이다. 청정환경에서 유기농 사료로 전국 최우수 품질의 사슴 녹혈과 녹용을 생산해 내고 있으니...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한우 못지않게 사슴농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울진은 사슴농원 지원에 좀 인색하다고 한다. 몸에 좋기로는 녹용과 녹혈이 한우고기에 못지 않고, 집중 육성하면 지역 특산품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을 텐데...

어쨌든 녹용은 차로 마시거나, 한방에서 매우 중요한 보신약재로 쓰이지만, 약효가 느리다. 그래서 동인사슴농원에서는 사슴뿔이 녹각이 되기전 5월에서 7월 말까지 뿔을 짤라 녹용과 녹혈 채취한다. 빠른 약효를 위해서는 뿔을 자르자마자 채취한 온기가 남아있는 녹혈 섭취를 권장한다.

나는 방문시기가 일러 직접 시음은 해보질 못했지만, 이복희 사장은 전국 어느 지역 어느 사슴농원보다 우수한 사슴품종을 보유하여 품질 좋은 녹혈과 녹용을 생산함으로 먼 지역에서 단골들이 생길 정도라고 자부했다.

무엇보다 귀에 쏙 들어온 것은 사장님 역시 척추 관절이 아파 몇 달을 앓았는데, 녹용과 녹혈을 마시면서 회복되었다는 것과 이런 녹혈이 기가 허한 어른과 성장기 아이들에게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눈을 맑게 하기에 운전을 오래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그러나 암 환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암을 키우거나 간에 무리가 가기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사장은 녹혈의 호불호를 분명히 구분했다.

겉으로 뵙기엔 투박할 것만 같은 이 사장의 섬세한 농원 인테리어 구상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작년부터 손수 꾸미기 시작한 농원에는 백년된 울릉도 향나무, 다양한 꽃, 값어치를 가늠하기 힘든 희귀수석들과 녹용과 녹혈에 관련한 사진 등을 전시해 놓았다.
 

그래서 나는 가정의 달인 오는 5월, 아이들의 체험농장으로서도 추천할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에는 사슴이 순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슴과 식물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먼 동물원 보다 이곳이 가격대비 훨씬 재미질 것이다. 작은 찻집을 운영해도 좋을 듯 했는데, 이 또한 구상 중이며 방문객들에겐 손수 제작하신 목각 사슴을 선물하거나,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는 농원 사진을 찍으며 싱싱한 호밀 한 줌을 손수 사슴에게 먹여주기도 했는데, 사슴이 소보다 커서 놀랐고 사슴의 맑은 눈망울과 직접 마주하니 마음의 응어리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힐링 효과도 있었다. 이것은 내게 녹혈보다 더 좋은 선물이었다.

                                 
                                                                   /배정훈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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