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용 전 서울경찰청장

 

출향이란 고향을 떠남을 의미한다. 동음이의로 출향(黜鄕)은 마을의 규율을 어긴 사람을 내쫓는 촌락사회의 자치적 제재 방법을 뜻하는 것이고, 지금 말하고자 하는 출향인은 전자의 의미로 고향을 떠난 사람을 말한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 중에는 청운의 뜻을 품고 떠난 사람도 있지만, 마을의 규율을 어겨 내쫓긴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내쫓기듯 고향을 떠난 사람도 있어 출향(黜鄕)의 의미도 일부 내포되어 있다 할 것이다.

울진군 출향인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집집마다 출향인이 없는 집이 없고, 남아 있는 사람보다 떠난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상당수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출향은 전국 농어촌 지역은 물론 중소도시에 이르는 공통된 현상이지만, 울진의 경우 타 지역 보다 어쩔 수 없이 쫓기듯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많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가슴속 깊은 아픔이 코끝을 저며온다.

김대중 대통령이 자신을 인동초에 비유했다는데, 진짜 인동초는 울진군민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대통령이 성장한 당시 목포는 교통의 요충지고 농수산물이 풍족한 항구 도시였지만, 울진은 전국에서 교통이 가장 불편하고 농토마저 부족한 오지니, 이곳에서의 삶 자체가 인동초라 어떻게 울진과 비교하겠는가?

백성을 질긴 생명력을 지닌 잡초에 비유한 것이 “민초” 라면 그 보다 더 질긴 인동초인 울진군민,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질긴 생명력을 가슴에 품고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바로 울진 출향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IMF 때도 쓰러진 기업이나 소상공인이 별로 없었다는데, IMF 쯤이야 출향해서 겪은 어려움에 비하면 별 것 아니라는 듯, 묵묵히 생업에 충실하는 모습을 볼 때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의 경우 수많은 재경 군민회 중에서 울진군민회 만큼 참석 인원이 많고, 운영이 알찬 즉 단결이 잘되는 군민회가 없다고 하여, 많은 군민회에서 그 비법을 배우겠다며 찾아온다니 출향인의 저력을 보는 것 같아 자랑스러움이 앞선다.

왜 울진군민회가 타 군민회가 부러워 할 정도로 단결력을 보이는 것일까? 그것은 출향인들이 고향을 떠나 아는 사람없는, 코베어 간다는 객지에서 고향에서 얻은 질긴 생명력이 없었더라면 수많은 어려움을 이길 수도 없었고, 쓰러져 다시 일어날 수도 없어 오늘의 성공이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고향에 대한 고마움을 일깨우면서 군민회에 대한 열정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은 불가사의라고 불리는 해병전우회 현상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혹독한 훈련과 군기로 전역하면 다시는 해병대를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맹세한 사람들이 다시 해병전우회로 모여 70세가 넘어서도 해병 제복을 자랑스럽게 입고 단결력을 보이는 이유는 기억조차 하기 싫은 해병대 생활이었지만, 그 곳에서 얻은 “인내”와 “하면된다”는 강한 도전 정신이 성공에 큰 원동력이 되었다는 고마움과 출향인들의 인동초 정신에 대한 고마움이 일맥 상통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출향인 중에는 자랑할 만큼 성공한 사람들이 다수 있다. 그들의 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한 성공의 경험을 친목 도모에만 쓰지 말고 고향발전에 기여토록 손을 내밀어 끌어들여야 한다. 그래서 그들 가슴속 깊숙이 간직했던 언젠가는 고향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던 바램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출향인은 고향을 떠난 사람이지, 고향을 버린, 애향심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커져만 가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발전했으면 하는 바램, 고향을 위해 뭔가 해야지 하는 의무감은 누구 못지않은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자주 내려갈 수도 없고,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전하겠다며 돌아다닐 수는 더욱 없지 않는가? 그래서 대안으로 군민회를 찾는 것이고 성황을 이루는 이유인 것이다.

출향인의 향수가 깃든 애향심을 고향 발전 열정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울진군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진세 변호사께서 근남면 수곡리에 택지를 개발하고 노후를 보낼 주택 건립을 추진하는데, 울진군이 적극 지원한 것은 모범적인 선례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김 선배님은 검찰 내부에서도 신망받는 2인자였다.

원칙과 소신을 중시하는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로 특히 울진 사랑이 지극한 분을 춘천이나 강릉이 아닌 울진으로 모셔온 것은 울진군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로서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도 울진군은 고향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하면서도 주저하고 있는 출향인에 대해 적극 손을 내밀어 그들을 고향 발전 현장으로 끌어 들이도록 해야 한다.

고향을 떠난 사람, 출향인! 인동초 같은 질긴 생명력으로 성공한 그들이 당당히 고향으로 돌아와 고향 발전에 동참하고 울진 발전의 작은 밀알이 되어, “찾고 싶은 울진” “살고 싶은 울진”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야 하지 않겠는가? 가슴 속 깊은 바램이 희망의 날개짓을 하는지, 감은 눈에 파란 울진이 한참이나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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