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의 이런저런 이야기 (43)

 

입춘을 지나 맑은 바람이 불면 대지는 긴 잠에서 깨어난다. 언 땅이 녹으면 풀은 겨우내 움츠렸던 머리를 내민다. 나무 등걸에는 뿌리에서 올라온 수액으로 연초록빛이 감돌았다.
나무들은 따스한 태양빛에 봄을 부풀린다.

봄은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는 것이다.
우리가 찾는 봄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봄을 맞이하면서 나는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마음속에 숲을 만드는 것이다.

나무를 가꾸는 것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밀집된 나무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속아내야 한다. 속아낸다는 것은 생명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결단이다.

봄에는 소망을 지녀야 한다. 봄에 뿌리는 씨앗은 풍성한 가을을 준비하는 것이다. 가슴에 소망을 지닌다는 것은 씨앗 뿌리는 일과도 같다. 소망은 더 멀리 바라보는 혜안을 갖게 한다.

봄에는 겸허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우주에 떠도는 먼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번잡함을 잠재우고 몸을 낮추는 연습을 해야 한다. 고요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봄에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한다. 고통도, 외로움도 사랑하고 미워했던 대상마저 사랑하라. 더 따뜻하게 더 강하게 사랑해야 한다. 사랑이 사람을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봄에는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 무엇을 하던 시작은 위험하다. 그러나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사람은 나이 들어 죽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주저앉아 사그라지는 것이다. 의욕이 없으면 죽은 것이다. 그래서 봄은 모든 사람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자신을 돌아보고 도전하는 사람은 봄을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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