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황사와 미세먼지로 홍역을 앓던 짧은 봄이 걷혔다. 그리고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뜨거운 여름의 무더위가 닥쳐왔다. 여름이 되면 반갑지 않은 손님이 우리를 막아서니, 바로 식중독이 그것이다.

▶ 6월에서 9월에 자주 발생하는 여름철 식중독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다가오는 무더위를 잘 보내기 위해 한창 분주해진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휴가를 만끽하기 위해 피서지도 알아보고, 더위를 버티게 해 줄 고마운 에어컨도 청소한다. 틈나는 대로 더위를 이겨 낼 수 있도록 해 주는 든든한 먹을거리를 찾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들뜬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바로 여름철 식중독이다.

2015년 국내 통계를 살펴보면 한 해 동안 5,981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인 3,408명의 환자가 6월에서 9월, 즉 여름철에 발생한 환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식중독(food poisoning)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식품 또는 물의 섭취에 의해 발생했거나 발생된 것으로 생각되는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 우리나라 식품위생법도 ‘식품의 섭취로 인하여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 또는 유독물질에 의해 발생하였거나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으로 세계보건기구와 같은 의미로 기술하고 있다.

여기에서 ‘감염’이라는 의미는 미생물에 의한 식중독을 말한다. ‘독소’라고 하면 복어나 버섯의 독과 같은 자연물로 인해 발생하는 독소(자연독 식중독) 또는 농약이나 식품첨가물 등에 들어 있는 독소(화학적 식중독)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을 일컫는다.

▶ 고령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식중독
두 가지 종류의 식중독 중 미생물에 의한 식중독은 세균 또는 세균 독소가 물과 음식을 오염시켜 발생하게 되는 질환이다. 오염된 음식의 세균이나 세균 독소가 입안으로 들어가면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위장으로 들어가면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나며, 소장이나 대장까지 들어가 이들을 자극하면 설사, 복통, 열과 전신에 걸쳐 발생하는 몸살까지 나타날 수 있다.

식중독 증상이 나타났을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구토와 설사가 반복되면서 인체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수분과 전해질이 손실된다는 것이다. 수분과 전해질이 몸 속에서 일정량 이상 빠져나가면 몸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보통 탈수 현상이 일어나면 체중이 빠지고 얼굴이 홀쭉해지며 체력이 심하게 저하돼 일상적인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짧은 시간 동안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면역 기능이 저하되고 기본적인 신체 기능이 좋지 못한 소아나 고령자에게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여름에 식중독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
여름에 식중독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은 날씨와 관계가 깊다. 여름철에는 온도와 습도가 높아 각종 미생물이 번식하는 데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계절이라면 괜찮았을 상황에서도 음식물이 오염되기 쉽다.

또한 여름철에는 국내 여행이나 해외여행 또는 각종 단체 활동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여행지에서 위생 관리가 잘 되지 않은 환경에서 만들어진 음식물을 먹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로 많은 음식물을 처리하는 음식점이나 단체 급식소에서는 음식물이 쉽게 상하지 않는 겨울에 비해 여름의 경우 조금만 관리가 소홀해도 음식이 미생물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음식을 여러 사람이 같이 먹는다면 대규모 식중독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처럼 우리나라보다 더운 지역으로 해외여행을 할 때도 음식물 섭취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보통 해외여행을 떠나면 본인이 직접 음식을 조리해서 먹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해 주는 음식이나 만들어 놓은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조리하는 환경이 위생적인지, 조리 상태는 어떤지, 식재료는 괜찮은 것인지 등을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위생 상태가 불량한 음식을 잘못 먹게 되면 ‘여행자 설사’가 발생하기 쉽다.

여행자 설사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설사로 여행객에게 발생하는 흔한 질병 중의 하나이다. 매년 세계적으로 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여행하는 동안 설사를 경험한다. 바로 이런 여행자 설사에 걸리게 되면 즐거운 여행을 망치게 되는 것은 물론, 돌아와서도 식중독 때문에 여러 날을 앓게 되는 상황을 겪을 수도 있다.

▶ 여행지에서 식중독을 예방하는 방법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냉장고에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음식이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은 모두 버리는 것이 좋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주방의 칼이나 도마, 행주 등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주방기구들을 열탕 소독하거나 세척한다. 열탕 소독이 힘든 경우에는 소독제를 이용하여 소독한 후 햇볕에 바싹 말린 후 사용해야 한다.

해외여행을 하게 될 경우에는 반드시 위생 상태를 알 수 없는 음식물, 익히지 않은 고기 또는 해산물 섭취에 유의한다. 생과이면서 껍질을 벗겨 판매하고 있는 과일이나 불량한 위생 상태를 보이는 채소, 멸균 처리가 되지 않은 유제품 역시 피하는 것이 좋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의심 증세가 있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면 미리 병원에 방문하여 항생제 등의 상비약품을 챙겨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국내 여행을 떠날 때도 여름철에는 음식물에 유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휴가지에서 음식을 직접 조리할 때도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분량의 음식만 만들고, 음식을 살 때도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만 구입한다. 자동차 트렁크나 내부는 온도가 높으니 거기에 음식을 보관하지 말고 아이스박스를 이용해 신선하게 보관한다.

길거리 음식이나 위생이 취약한 시설의 음식을 사 먹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산이나 들의 버섯이나 과일은 함부로 따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어린이나 노약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설사 증상이 있을 경우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끓인 보리차에 설탕과 소금을 조금 넣어 마시게 한다.

만약 여행지에서 식중독이 발생한다면 인근 의료기관을 신속히 방문하여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의료기관을 방문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가급적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노약자나 어린이의 경우 구토가 심하다면 구토물에 의해 기도가 막힐 수 있으므로 옆으로 눕혀 기도 내로 음식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지사제는 설사로 빠져나올 수 있는 독소를 몸 안에 머물게 할 수 있으므로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식중독 환자의 구토물을 처리할 때는 반드시 비닐장갑을 끼고 주변을 가정용 락스 등으로 소독하여 주변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 안전한 음식을 위한 다섯 가지 열쇠(5 keys to safer food)
식중독 환자들이 증가하는 여름철 같은 계절에는 손 씻기 등의 개인적인 위생을 게을리하면 나는 물론이고 내 가족, 직장 동료들도 함께 고생할 수 있다. 식중독 환자들이 배출하는 미생물이 손을 통해 입으로 들어오는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중독은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의심 요소가 있다면 무조건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 식중독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하는 ‘안전한 음식을 위한 다섯 가지 열쇠’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1. 청결유지(keep clean)
- 식품을 다루기 전과 조리하는 중에 손을 자주 씻는다.
- 화장실에 다녀온 후 반드시 손을 씻는다.
- 식품 조리에 사용하는 모든 기구(특히 도마)의 표면을 깨끗이 세척하고 소독한다.
- 조리 장소와 식품에 곤충, 해충 및 기타 동물이 접근하지 않게 한다.

2. 익힌 음식과 안 익힌 음식을 분리(separate raw and cooked)
- 익히지 않은 육류, 가금류, 해산물을 각각 분리해 놓는다.
- 칼이나 도마 등 조리기구는 가열 식품과 비가열 식품용으로 구분하여 따로 사용한다.
- 익힌 음식과 안 익힌 음식이 접촉하지 않도록 용기를 구분하여 담는다.

3. 완전히 익히기(cook thoroughly)
- 식품, 특히 육류, 가금류, 계란 및 해산물은 완전히 익혀서 섭취한다.
- 수프나 국 등은 반드시 섭씨 70도 이상으로 가열한다. 온도계를 사용하여 체크한다.
- 육류나 가금류의 경우 고기 속까지 분홍색을 띠지 않을 때까지 가열한다.
- 한 번 조리한 식품은 높은 온도에서 완벽하게 다시 익힌다.

4. 안전한 온도에서 보관하기(keep food at safe temperatures)
- 조리한 식품은 실온에 2시간 이상 방치하지 않는다.
- 조리한 식품 및 부패하기 쉬운 식품은 섭씨 5도 이하의 냉장고에 보관한다.
- 조리한 식품은 먹기 전에 60도 이상의 뜨거운 온도를 유지한다.
- 냉장고에 음식을 오래 두지 않는다.
- 냉동 식품은 실온이 아닌 냉장고에서 해동한다.

5. 안전한 물과 원재료 사용하기(use safe water and raw marerials)
-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을 사용한다.
-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를 선택한다.
- 살균 우유와 같은 안전하게 가공된 식품을 선택한다.
- 조리하지 않고 섭취하는 과일이나 채소는 잘 씻어서 먹는다.
-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건강관리협회경상북도지부(대구북부) 홍보교육과 053)350-9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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