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상 (맘파시 칠관운사 지산)

 

나는 지역사연구회장으로서 이번에는 사라져 가는 식물 ‘붉은 찔레’ 에 관하여 외치고자 한다.

1950년대와 60년대 초반까지 나를 비롯한 동네꼬마들은 배고파 가끔씩은 나무열매나 나무껍질 그리고 풀뿌리를 캐 먹으며 성장했다. 이제 망팔을 지나며 소시 적 추억이 그리워져 산천에 소 풀 먹이며, 허기진 배를 채우던 생각이 난다.

나무 딸이라고 하는 수 딸이라든가, 뱀 딸, 눈까쟁이 풀 등등. 옛날에는 이러한 것들을 먹어서인지는 몰라도 고혈압, 당뇨, 암, 심혈관 질환 등의 성인병이 흔치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때는 온 산천에 흔전만전 있었는데 지금은 구경하기조차 어렵다. 그렇게 멸종되어가는 나무와 꽃을 가꾸고, 육성 재배 번식시켜 만연하는 괴상한 질병과 이름 모를 각종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약성 강한 토속 식물로 보존되기를 바란다.

전국을 다녀보면 별 것도 아닌 것 같은 식물을 집단 재배하는 농장을 곧잘 구경하곤 한다.
그런데 요즈음 산에 가면 붉은 찔레꽃뿐만 아니라, 전에는 흔하던 신나무라고 하는 귀신나무, 보리장, 깜바구, 붉은찔레, 붉나무, 꽤기, 고얌, 해당화, 방풍, 목화, 열둑, 산당귀, 할미꽃, 익모초, 주치, 단대, 창출, 백출 등등 꽤 많은 야생식물들이 보기 힘들다. 관상용, 약용으로 무분별한 채취 때문인지, 자연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거의 사라져가는 ‘붉은 찔레꽃’ 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
즐겨 부르는 <찔레꽃>이라는 가요에 나오는 가사에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고름 입에 물고...” 에서 붉은 찔레가 있느냐, 없느냐로 논쟁이 일어난 적도 있다.

찔레꽃은 장미과의 꽃으로 생명력 강한 하얀 찔레는 골골이 번성되어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멸종위기에 봉착해 있다. 나는 수십 년 전부터 울진 땅에서 사라져간 붉은 꽃 찔레를 찾아 다녔지만 구경 할 수 없었다.

2011년 시골 촌로에 물었더니 지금 다 멸종되고 단 한 곳에 있는 데, 몇 포기가 겨우 살아있다기에 현지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누군가 또 파가고 지금은 두어 뿌리가 살고 있다. 울진 땅에서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는 붉은 찔레꽃을 살려야 한다.

찔루 ! 배고플 때 꺾어 먹고 자란 찔루! 찔레의 햇순인 찔루가 몸에 이롭다는 이야기를 할아버지한테 듣고서, 봄이면 자주 많이 꺾어 먹은 기억이 새롭다. 찔루는 면역력과 질병을 이겨내는 비타민 무기질 미네랄 등이 많이 들어있어서 특별한 약효가 있었음을 지금에야 느끼고 있다. 붉은 꽃 찔루는 짜리몽땅하고 흰 꽃 찔루는 10~30cm로 자라 목 마를 때 음료수 대용으로도 먹기도 했다.

또한 찔레의 열매는 까치발이라고 하여 먹기도 했으며, 까치를 비롯한 산새들의 식량은 물론이고, 산돼지 노루 토끼 꿩 비둘기의 겨울철 모이가 되기도 한 배품의 꽃이다.
붉은 찔레꽃은 강원도 평창과 전남 고흥 부산 울산에 생명을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 울진 땅에도 그 귀한 붉은 찔레꽃이 살아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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