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밀양대학교 환경공학과교수

 [고향으로 부치는 - 스물네번째 편지] 5월이다.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집 뒤 산에 올랐다. 아카시아 향기가 코끝을 찌른다. 가슴을 활짝 열고 아카시아 향을 가슴속 깊이 들어 마셔본다. 그 진한 향에 머리가 핑하고 돈다. 약한 어지러움 때문에 나무에 잠시 기대어 본다.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았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다.

 

아 ! 하고 탄성이 나온다. 순간 가슴이 아려지면서 스쳐가는 찡한 그 무엇이 느껴진다. 가슴을 아리게 하는 이것이 무엇일까?

 

또 눈이 시리도록 푸른 저 하늘을 어디선가 보았는데 그곳이 어딘지 쉽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 드디어 생각이 났다. 나 어릴 때 철없이 뛰어놀던 그곳 바다색이 내가 지금 쳐다보고 있는 저 푸른 하늘색과 초등학교 뒤편 언덕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아카시아향이 너무나 똑같은 것을….

 

그렇다. 초등학교시절 쉬는 시간에 잠깐 잠깐 교실 뒤의 조그만 언덕에 올라 놀 때면 그 언덕에는 유난히 아카시아 나무들이 많았고 아카시아 향과 때때로 부는 바람결에 묻어오는 재래식 화장실 냄새(언덕 옆에 있는 오래된 재래식화장실에서 나는 코끝 찡한 특유의 냄새. 그 냄새가 암모니아였다는 것은 한 참 뒤에야 알았지만) 

 

깜짝 놀랐다. 나 어릴적 고향에 대한 기억들이 가슴속 깊이 묻혀져 있다가 기회만 되면  이렇게 문득 문득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을.

 

기대어 섰던 나무 옆에 주저앉아 저 먼 하늘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빠진다.

고향을 떠나 온 지 참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세월이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날들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구나. 더 안타까운 것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피부로 느껴지는 흐르는 시간에 대한 속도감이 가속도가 붙어 점점 더 빨라지는 것 같다.

 

뒤돌아보니, 우리 시대 모든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 중학교 졸업반 때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해서 군에 갔다 오고, 곧바로 복학해서 학교 실험실에서 먹고 자고.

 

그 생활을 10여년 하고 나니 나에게 학위라는 것이 주어지고, 이어서 잠깐의 외국생활을 마치고 지금까지 대학에 봉직중이니.

 

살아오면서 나에게도 어찌 힘든 시간들이 없었겠는가마는, 그 힘든 순간들에 내가 잃어버린 삶의 좌표를 바로잡아준 것이 있었으니.

아! 그렇구나.

그것이 고향의 냄새와 색깔이었구나.

 

간단한 이력

 

죽변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죽변중학교에 입학하여 3학년때 부산으로 전학하여 학교를 졸업후

현재 국립밀양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임

현재 환경공학과 학과장과 환경기술연구소소장을 맡고 있으며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검토위원과 기술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 경상남도의 각종위원회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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