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의 이런저런 이야기 (46)

 

서울 올림픽공원은 내가 가끔 찾는 곳이다. 더러는 공원 내에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관람하기도 한다. 언제였던가. 한성백제박물관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독서를 하다가 주렁주렁 달린 자두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올림픽공원에 가면 과일 뿐 만아니라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사진을 배우면서부터 자주 공원을 찾는다. 사진에 담을 대상물이 많기도 하지만, 공원에 가면 뭔지 모르게 포근한 느낌이 든다. 잘 가꾸어진 잔디와 세련된 조각품들, 아름답게 굽어진 소나무를 보는 즐거움도 있다. 토성으로 둘러싸인 구릉지대라서 그런지 안정감이 있다.

몽촌토성 둘레길은 급경사가 없어 부담이 없다. 올림픽공원은 내가 찾는 자연 중에서 으뜸이다.
피크닉장 옆 풀밭에 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홀로 있어 왕따 나무라고 하는 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지니고 있다. 이 나무를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혹은 가족들이 자리를 깔고 풀밭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언제 봐도 평화롭다.

기타를 치는 사람들이 삼사오오 모여 노래를 부르면 새들도 함께 합창을 한다. 그들은 다정한 시간을 저장하기 위해 휴대폰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토성길 오르막에 우두커니 서 있는 왕따 나무는 혼자 있어도 외로워 보이지 않다.

공원은 결혼을 앞둔 남녀가 결혼사진을 찍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얀 면사포를 쓴 신부와 검은 예복을 입은 신랑은 언제 봐도 성스럽다. 가을이면 하루 일곱 여덟 쌍이 공원을 찾아 사랑의 증인이 되어 달라 보채는 듯하다.

모든 환경을 갖춘 올림픽공원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깃들고 싶은 곳인가 보다. 한류 열풍으로 중국이나 몽고, 싱가포르에서 온 결혼 커플도 보였다. 그들은 인생의 시작을 올림픽공원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미래에 다시 찾아오기 위해 발자국을 남기는 그들의 웃음 속에는 행복이 묻어난다.

시간을 낼 수 있다면 풀밭에 앉아 저무는 저녁노을을 감상해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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