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의 이런저런 이야기(48)


 

책 읽기는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삶의 지혜를 얻는 셈이다. 우리는 책읽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내적 자아를 찾을 수 있다.

창덕궁을 거닐다가 책 읽는 금발의 두 모녀를 보았다. 우리나라를 찾은 독일 관광객이었는데 여행 중 빠듯한 일정에도 나무토막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진지해 보였다. 긴 머리카락이 흘려내려 시야를 가렸지만 개의치 않는 듯했다. 먼 여행길에도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틈 날 때마다 읽는 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생활습관을 보는 듯했다.

동대문역사박물관역 거리에서도 책 읽는 두 여성을 보았다. 그들도 파란 눈의 외국여성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로 드나드는 번잡한 거리에서 독서를 하는 광경은 아름다웠다. 그것도 콘크리트 바닥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았는데, 체면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 정서와는 다른 면이 있어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스웨덴에서 왔다고 했다.

그들은 경희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중이었다.
독서는 생활의 일부분이다. 바쁜 여행 중에도 책을 읽는 독일 여성이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서 책 읽는 스웨덴 여성은 어릴 때부터 독서문화가 생활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공원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독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독서 생활 습관은 외국 여행 중에도 책을 읽는다.

나는 잠실교보를 자주 이용한다. 대형서점을 찾는 것은 어떤 신간서적이 나왔는가, 디자인과 편집은 어떻게 했는가를 알아보기도 하지만, 내가 필요한 서적을 읽기 위해서다. 낮 시간 서점에는 책을 읽는 사람들로 붐빈다. 잠실교보는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를 들여다 놓았다. 독서 공간을 마련 해준 교보문고 관계자들이 고맙고, 책 읽는 사람들의 정서가 느껴진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는 교보문고 카피처럼 독서인구가 증가되는 느낌이다.
 

무엇엔가 집중하는 것은 아름답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그 지역의 문화를 대변한다. 도공이 도자기를 빚을 때 집중하는 모습이 아름답지만, 대장장이가 쇠붙이를 불에 달구어 다듬을 때도 아름답다. 그 보다도 책을 읽는 모습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토막시간에도 독서에 몰입한다는 것은 최상의 행복이다. 정신문화인 학문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간절히 들으려는 자에게만 쏟아지는 축복의 메시지를 다른 사람들은 결코 들을 수 없다. 책을 읽어야 혜안이 밟아져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언제나 멘토가 있는 책, 책 읽는 시간만큼은 시시콜콜한 잡념을 모두 떨쳐버릴 수 있는 최상의 경험으로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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