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의 이런저런 이야기(49)

 

서울 이화동에는 벽화마을이 있다. 옛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언덕배기 달동네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낡은 건물을 손질하여 차를 마실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 있고, 벽이나 길바닥에 그림을 그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현대와 옛날이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골목길도 멋스럽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함께 걷는 물고기와 꽃을 만날 수 있고,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도시 풍경을 잘 그려내고 있다.

나는 오후 4시부터 걸었다. 인천에서 왔다는 중학생들이 60년대 교복을 대여점에서 8,000원에 빌려 입고 사진을 찍는다.

어릴 적 우리들 모습 같기도 하다. 벽화마을에 가면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 싱가포르에서 왔다는 대학생, 일본에서 온 젊은이들, 중국, 대만,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인터넷을 보고 찾아 온 그들은 차를 마시면서 서울 시가지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석양을 감상했다.

60, 70년대 오랜 건물에 현대 예술이 조화를 이룬 공간, 조그만 조형물에 눈길을 멈추고 모두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외국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은 무엇보다도 어우렁더우렁 사는 서민들의 모습에서 한국 문화를 읽고 싶어서일 게다.

한 할머니가 골목길 집 앞에 보자기를 펴 놓고 악세사리를 팔고 있었다. 할머니 집은 골목 안쪽에 있다고 했다. 내가 “여기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소문이 있던 데요?” 라고 묻자, 할머니는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흐뭇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좋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집값이 올라 좋다는 주민들도 있는 반면에 찾아오는 발걸음을 소음이라며 귀찮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때는 주민들에 의해 벽화가 지워지는 소동을 격기도 했지만 말이다.

낮은 지붕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마을. 외국인들의 끊임없는 발길에 좌판과 상점도 여러 곳 눈에 띄었다. 남들이 보기에 하찮은 도시 공간, 나는 그곳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추억을 놓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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