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 서툴고 획수 오탈자 수두룩
울진봉평신라비 제14회 전국서예대전

 

울진은 예부터 학문을 숭상하고 예의범절에 엄격하여 걸출한 문인들을 배출한 학덕의 고장이다.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라 했던가? 독서량이 많고 학문을 닦아야 붓글씨에 서권의 기운이 서린다. 필자는 70평생을 붓과 함께 해 왔으며, 요즘은 울진이 낳은 남사고 선생의 “주역과 격암유록”을 읽으며 지내고 있다,

제14회 울진 봉평리 신라비 전국서예대전의 대표작인 대상 (제파산사후선원) 작품은 오자가 여러 자 있고, 서예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보아도 초보자의 글씨란 것이 드러날 뿐만 아니라, 글자의 점획이 한자 사전에도 없는 글자가 7~8자나 된다.

대상작품은 전체 작품의 대표작이며 압권(壓卷)이 되어야 함에도 이번 대상은 그러하지 못하다.

이 작품의 출전(出典)은 대만의 구습우 교수가 편집한 당시 ‘300수 5언 율시’ 로서, P 397에 수록된 상건(常建)의 작시 제파산사후선원(題破山寺後禪院) 이다.

常建의 題破山寺後禪院 (제파산사후선원)


淸晨入古寺(청신입고사) 初日照高林(초일조고림)
竹徑通幽處(죽경통유처) 禪房花木深 (선방화목심)
山光悅鳥性(산광열조성) 潭影空人心 (담경공인심)
萬籟此俱寂(만뢰차구적) 惟餘鐘磬音(유여종경음)

(파산사 뒤의 선원에서 짓다)
맑은 새벽 파산사로 찾아드니 돋는 해 높은 수풀 비춘다.
대나무 지름길 그윽한 곳으로 통하고 스님의 방 꽃과 나무 깊었다.
새의 성품은 산 빛을 기뻐하고 사랑의 마음은 못 그림자에 비위진다.
온 천지 다 고요한데 오직 풍경소리만 남아 들려온다.

오자는 다음과 같다. 첫째줄 ▲제1자- 맑을 청자의 달월이 아닌 날 일자를 썼음 ▲제2자- 새벽신자 인데 아래 획수가 틀렸고 ▲제6자-처음 초 자 인데, 옷의 변에 칼도를 써야 되지만 보일 시 변에 한자에 없는 방을 썼으니 옷의 변과 보일시 변을 구분하지 못하였음.
셋째줄 ▲제4자- 새조자인데 획수가 틀렸고, ▲제7자- 연못 담 자인데 밭전을 써서 가로왈 밑에 열십자자 아닌 한자에 없는 문자임. 넷째줄 ▲제2자- 퉁소 뢰 자인데 대죽 밑에 묶을 속자 획이 빠졌다.

이와 같은 6가지 이유로 이 작품은 제14회 울진 봉평리 신라비 전국서예대전의 대상작으로 선정될 수 없는 아래의 결점과 오자가 있다. 서예를 오랜 기간 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듯이 글씨를 보면, 이 작가는 붓을 몇 년간 잡았는 지를 알 수가 있다.

그런데 대상작은 서예경력도 짧은 것이 역력히 보이고, 누가 보아도 한문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다. 대저 서예대전의 대상이라면, “누가 봐서도 존경하고, 과연 대상작이 맞다” 하는 공감을 끌어내야 하는데, 이작품은 그렇지 못하다.

오자 한 자만 있어도 수상이 취소되고 상장과 상금의 반환은 물론, 공모전 집행부는 서예계에 사과를 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 심사위원장 위원의 심사비도 이미 지급되었으리라! 부조리한 심사의 책임을 지고 심사비 전액을 울진문화원에 반납 하여야 마땅하다고 본다. 군민의 혈세의 잘못된 지출은 반드시 전액을 회수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여도 실추된 봉평리 신라고비 서예대전의 명예를 회복할 길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우수한 서예작품은 필히 중봉(中鋒)으로 써야 하는데, 이번 대상작은 편봉(측필)으로 써여졌다.
그런데도 심사장에서는 대상작에 중후한 작품이 선정되었다고 모두 박수를 쳤고, 만족하였다 (심사위원장의 말)하니, 심사위원의 실력을 가히 짐작 할 수 있으며, 이미 정해진 일이 아니고는 이렇게 경솔히 선정한 집행부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전국에 많은 서예대전이 부침하는 데 공정하지 못한 심사를 한 서예대전이 오랫동안 지속된 예를 보지 못하였다. 오자가 많음을 지적한 필자에게 심사위원장은 오자가 없다고 하면서, 서도자전(왕휘지서체)을 전송해왔다. 틀린 글자가 없다고 했다.

중국 어선이 우리 해경 경비정을 침몰시키는 지금에 중국인이 아니고서야 하필 중국의 서도자전에 기준점을 두고, 한자에도 없는 획수의 글자를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식의 소치가 아닐 수 없다.

한자는 중국의 창힐이 새 발자국을 보고 문자를 만들었다. 우리는 1,500년의 장구한 세월을 한자를 써왔다. 우리의 역사와 풍습이 한자와 관계 지어졌으니 남의 나라 문자가 아니다. 더구나 중국은 백화문 사용으로 자가당착(自家撞著)의 길로 접어들은 지 오래 되었고, 우리는 원래의 문자를 사용해 오고 있다.

2016년도 봉평리 서예대전 대작상의 오자를 한문대사전(단국대출판부)을 펴놓고 찾아봐도 위에 지적한 글자는 없다. 일천년 봉평리 신라고비가 지켜온 위대한 문자정신을 망각했다. 오자 투성이의 초보 글씨인 2016년 대상을 울진읍 네거리에 펼쳐 놓고 길을 막고 물어보자! 보는 시민마다 이 보다 더욱 우수한 작품이 많다 하고 진정 분노하리라!

문화육성시대에 본 대전의 정상적 괘도 진입을 충심으로 바란다. 잘못 치러진 이번 대전을 보고 지하에서 땅을 치며 통곡하고 계실 내 고향 울진고을 선비 선조님들께 위로할 길이 없다.
학문을 갈고닦지 않고 명리에 눈이 멀어 날 뛰는 자들이 있는 지금의 세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석도(石濤) 임춘봉(林春逢) 선생의 약력>
○동양화가 ○전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서예회장 ○한국 한시 학당회장 역임 ○조선일보, 인물정보 등재작가 ○서화 개인전 서울 4회 ○윤동주 계간 서시 한시 연재작가 ○작품 소장처- 해외 8개국 윤동주 사상 선양회, 전남 진도군청, 울진다도회, 죽변도서관, 국군정보사령부 신청사
 

※ 본사 편집부에서 확인한 바, 죽변면 봉평리가 고향이라는 석도 임춘봉 선생이 지적한 오자 淸 晨 初 鳥 潭 籟 등 6자 외에도 照 古 惟 通 林 등 5자가 정확하지 않은 글자인 것으로 판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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