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의 이런저런 이야기(52)


 

대나무를 바라본다.
곧은 절개처럼 언제나 푸르다. 사철 변함없이 청초한 자태는 우리가 바라는 삶의 본질과 닮았다. 대나무의 순수와 지조는 우리가 지향할 세계 아닐까.

대나무는 바르면서도 부드러운 탄력성이 있다. 곧고 바르게 자라면서 제 몸속에 한 번도 채워보지 못한 채 마디마디 비워놓는다. 고독한 소리로 그 속을 채우고 있어서 올곧은 기상을 느낄 수 있다. 연약해 보이지만 바람이 불면 흔들리되 부러지지 않는다. 때로는 감언이설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으로 대변되기도 한다.

큰 나무가 세력을 넓히면 그 밑에 온갖 풀들이 죽어가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오직 대나무는 옆으로 가지를 뻗치려 하지 않는다. 한 뼘 앉은자리 하늘만 향하여 마디마디 이어간다. 대나무의 속이 비어 있는 모습은 재물을 탐내지 않고, 마음 비운 듯한 사람의 기개를 느끼며 자신에 견주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대나무를 그리워하며 집 주위에 심기도 하고, 대나무 숲을 보려 먼 길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대나무를 보면서도 우리들 마음속에는 대나무가 자리 잡고 있지 않다.
사람들은 저마다 바르다 곧다 하면서 자기 말만 앞세우기 바쁘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결정하고 말하는 것이다. 자만심에 빠진 사람은 남의 말에 귀 기울이기가 쉽지 않고 남 탓하기 바쁘다. 분수를 모르는 사람은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르며 산다. 이런 것 모두가 단편적인 사고 때문이다.

사물은 포괄적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 “댓구멍으로 하늘을 본다.”는 속담처럼 사물을 정확히 보지 못하고 일부를 보고 아는 척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사소한 곳이나 작은 일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허물은 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단점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는 다른 일에서도 신뢰할 수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를 바라본다. 곧으면서도 부드러운 탄력성이 관용의 미덕 같다. 사람이 대나무와 같다면 한세상 별 무리 없이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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