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의 이런저런 이야기(53)


 

도시는 변화를 거듭하며 다시 태어난다.
변화하는 도시는 저마다 굴곡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라져가는 달동네 마을 사진을 찍어두려고 서울 마천재개발 지구를 찾았을 때는 비어있는 집이 많았다. 번듯하게 지어진 집은 드물고 움막 같은 집들, 재개발 정비기간인 이주 기한을 넘긴 상태였다. 세입자는 거의 다 떠나고 30% 정도의 집 주인이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사람들이 떠난 동네는 을씨년스러웠다. 집안은 흩어진 가재도구로 어수선했다. 미처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여기저기 넘쳤다. 오토바이와 자전거는 주인을 잃은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이발소 문 앞에는 이전을 알리는 주소와 전화번호가 펄럭이고, 손님없는 빈 의자는 무료함을 햇볕에 달래고 있었다.

주민들은 재개발 소문으로 집값이 출렁거릴 때마다 웃고 울었을 것이다. 더러는 판단을 잘해 횡재한 사람도 있었을 터이고, 재운이 없어 상투를 잡아 손해를 본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한 줄기 희망을 안고 살았던 사람들의 발자취는 동네 골목마다 서려있었다. “우리가 봉이냐 이대로는 못 떠난다.”가 있는가 하면, “정당한 보상없는 이주는 절대 없다,”도 보이고 “청산자 침묵하면 재산 잃고 바보된다.” 라고, 10여 군데에 붙어 있는 현수막은 배상이 주민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일종의 아우성이었다.

주방 싱크대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중반의 한 주민을 만났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던 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30년 전 점포가 달린 주택을 구입하여 마천동에 입주했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단독주택을 좋아해서 아파트에 가지 않고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면서 그럭저럭 살았단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재개발 바람이 불었다. 재개발로 얻을 이익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주위의 집값이 더 올라 손해라고 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평수에 따라 적잖은 돈을 더 부담해야 된다니 말이다. 그는 부동산 열풍이 불던 때, 이웃 동네 아파트 대신 이곳 주택에 입주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성공하거나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하며 산다. 어쩌면 우리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노력 여하에 따라 조금의 부를 차지할 뿐이다.
그렇다면 얼마의 돈이 있으면 행복할까. 행복의 양에 대해 하버드대 루턴 마이클 교수는 가계소득 수준이 0에서 6만 달러로 오르면, 행복감은 올라가지만 6만 달러 수준에서는 행복감이 전혀 상승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생의 반 바퀴 이상을 돌아선 지금,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뒤돌아보면 인생의 아름다움은 스스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요, 자신에게 알맞은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물질이 행복을 다 주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풍요, 문학의 풍요, 예술의 풍요가 부자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 낡은 집들은 철거되고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다. 정겨운 골목길은 사라지고 계획된 도시로 모습을 바꾸게 될 것이다. 새로 지은 집과 고층건물이 즐비한 가운데, 마천동 달동네 마을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지금 눈부신 변화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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