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식 주필

 

나는 초, 중학교 시절 들짐승처럼 산으로 강으로 쏘다녔다. 어린시절 배고픈 줄도 모르고 좋아했던 것 몇 가지가 있다. 축구와, 꺽지낚시, 산토끼를 잡는 덫인 양토(?) 설치였다. 양토라는 단어를 사전에 찾아보니 나오지 않는다.

어느 여름날 마을에서 내를 따라 약 4㎞ 아래로 내려와 꺽지 낚시를 하며 올라오다, 미끼가 다 떨어져 집으로 오는 중이었다. 그런데 냇가에 매우 큰 꺽지 한 마리가 물가 바위에 붙어 놀고 있었다.

외바늘만 있는 빈낚시를 들이댔다. 그리고 무작정 당겼더니 달려 올라왔다. 꺽지 낚시만 하다보니, 많은 경험이 있다. 내가 자란 고향마을 하천 4㎞ 안쪽에는 어느 바위 밑에 꺽지가 사는 지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꺽지란 놈은 육식성이다. 주로 살아있는 피라미 새끼를 미끼로 낚았다. 그런데 배가 부른 놈은 미끼를 입에 갖다 대고, 벼라 별 유혹을 해도 물지 않는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배가 부르면 둔해지는가 보다.

어디선가 ‘가난이 재산이다’ 라는 말을 들었다. 가난해서 배가 고플수록 오히려 왕성한 창의력이 생기고, 의욕적인 활동으로 가난을 극복하여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울진군은 돈이 많아서 그런지 공무원들의 활동이 매우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다.

본지는 지난해 북면 주인리에 약수 발견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그런데 울진군은 이 물의 수질검사 결과 일부 성분이 음용수 기준을 초과한다며, 먹지 말라는 경고판을 세워놓았다. 본지는 첫 보도에서 어디에 사는 누가 어떤 효험을 보았는 지를 밝혔다.

이후 본인은 이 물을 먹고 효험을 본 몇 분을 우연히 만났다. 울진 읍내에서 서예원을 운영하는 한 분은 10년 동안 매일 먹어 왔던 고혈압 약을 거의 끊었다는 분과 통풍 증상이 거의 사라졌다는 후포 아저씨, 태백에서 왔다는 진폐환자의 효험 사례자 등이다.

군청 공무원 중에는 임상실험을 했느냐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그물을 마시고 혈당수치가 떨어지고, 혈압이 정상화 되고, 통풍이 낫고, 배변이 잘되고, 환자들의 기력이 살아난 사례가 있다면, 그것이 임상실험과 다를 바 없지 않는가!

나는 전에 주인리 약수를 보도하기 전 청송군청과 봉화군청에 전화를 걸어 진보약수와 다덕 약수의 음용수로서의 수질을 확인했다. 두 곳 다 약수로서 쓰일 뿐 음용수로서는 부적합하다고 답변했다. 그곳에는 음용불가 표지판 같은 것이 없다.

현재 세계적으로 최고 유명한 음용수는 에비앙 생수다. 예컨대 생수 업체인 에비앙은 세계 최초로 물을 상품화하기 위해 고유의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하여 활용한 사례로 유명하다.

1789년 한 귀족이 알프스의 작은 마을 에비앙에서 요양하면서 지하수를 먹고 병을 고친 후에마을 주민들이 이 물을 생수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에비앙 수는 단순한 물이 아닌 약이라는 브랜드 스토리로 소비자들을 유인했다.

주인리 약수가 에비앙 생수를 능가하지 못하는 물이 되라는 법은 없다. 먼저 음용불가 표지판을 세울 것이 아니라 군청 공무원들을 풀어 체험 사례자를 만나서 확인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군비를 들여서라도 임상실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없는 것도 만들어 내는 스토리텔링의 시대, 있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활용해야 군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 울진군은 후포리 이춘자 할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세계 최고 대왕 금강송의 가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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