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1,2층 전관
한국 추상화 선구자, 3월1일까지 전시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고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태백산맥이 천첩옥산을 이루는 영동(嶺東) 울진(蔚珍)에서 나고 자랐다. 산을 닮은 그는 그의 마음 속에 있는 고향 산을 모티브로 색(色)과 면(面)으로 고요를 담아내어 한국 추상미술의 지평을 열었다.

그는 작가들이 사랑한 화가며, 한국 추상화(抽象畵)의 선구자인 유영국(劉永國
· 1916~2002) 화백이다. 서울 세종대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유영국 100주년특별전시회' 인 '유영국 절대와 자유전' 이 열리고 있다.

지난 해 11. 4일부터 올 3. 1일까지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시관은 1, 2층 통틀어 그의 작품 제작 시대별로 제1, 제2, 제3, 제4 전시실로 구분하여 전시하고 있다.

유영국의 작품에서는 점, 선, 면, 형, 색 등 기본적인 조형요소로 구성된다. 이들은 서로 대결하기도 하고, 특이한 균형감각을 유지함으로써,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고향 울진의 깊은 바다, 장엄한 산맥, 맑은 계곡, 붉은 태양 등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은 사실적인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담은 것이 아니라, 추상화된 새로운 조형으로 나타난다.

그는 100년 전에 태어난 '근대' 작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조형감각의 화가다. 한국 사회에서는 대중적인 인기를 담보한 '신화적' 존재는 아니지만, 20세기 대혼란의 시기를 홀로 비켜선 듯 고고(孤高)한 삶과 예술을 견지했던 탁월한 화가였다.

주최 측은 "'유영국 절대와 자유' 라는 이름의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우리가 기억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또 한 명의 근대 작가, '유영국' 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고 주문한다.
 

1916년 울진에서 태어나 자란 유영국 화백은 1935년에 일본 도쿄에서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1943년 태평양 전쟁이 한창일 때 고향 울진으로 돌아온 그는 해방될 때까지 경찰의 감시를 피해 다니며 어선을 몰고 고기잡이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양조장 주인으로 가족을 돌본, 충실한 가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틈틈이 작품을 제작하며 1950년대까지 신사실파, 모던아트협회, 현대작가초대전 등 화단을 주도했던 작가는 1964년 그룹 활동 종식을 선언하고, 2002년 눈을 감을 때까지 40여년간 개인전을 통한 작품 발표에만 전념했다.

60세인 1976년에야 산과 바다를 절제된 선과 면과 원색으로 채운 작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기에, 전문가와 애호가에게 얻은 명성에 비해 대중적으로 소개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서울지사 김영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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