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권 호텔전문경영인협회 부산광역시 지회장


 

나는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망설이지 않고 “경북 울진!”이라 대답한다. 1970년대 이전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그 당시 내 고향 울진은 참 교통도 불편했고, 더군다나 울진·삼척 무장공비사건 때문에 세상 사람들 모두는 정말 형편없는 산골마을로 알려져 있었다.

아니 정말 오지이고 낙후된 곳이었기에 당당하게 고향이란 말을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도 추억이 되어 그때를 자랑삼아 얘기한다. 고향을 떠나 이곳 부산에서 생활한 지도 어언 50년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날이 갈수록 고향 생각이 간절하다. 동해의 그 푸란물결 넘실대는 파도와 저 멀리 하늘 맞닿은 수평선에서 불끈 솟아오르는 붉은 아침의 태양! 아~ 그저 그립다. 이제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내 고향은 울진!”이라고~ 이곳 부산에서 출발해 7번 국도를 따라 세 시간쯤 차로 달려 영덕군과 울진군의 경계를 지나면 저 멀리 푸른 바다 너머에 아름다운 후포항 등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여기가 바로 울진의 관문인 후포다.

후포 항은 예부터 울진대게가 많이 잡히는 대게의 주산지였다고 한다. 등대가 있는 등기산은 선사시대의 유물이 출토되어 후포리 신석기 유적관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4Km 쯤 가면, 백암산(1,004m) 자락에 유황온천으로 유명한 [백암온천]이 있는 온정면이 있고, 백암산의 구주령을 넘으면 영양군 수비면으로 통한다.

또 여기에서 동쪽으로 약 4Km를 가면, 평해읍이 나오는데 읍내리는 유림의 고장답게 고려 공민왕 때 창건된 평해향교가 자랑스럽고, 동쪽으로 더 나가면 확 트인 동해안 백사장에 관동팔경의 최남단에 위치한 [월송정]이 그야말로 송림에 둘려 쌓여 장관을 이룬다.
그 옆으로 명사십리 금모래가 반짝이는 구산해수욕장은 기성면의 자랑거리다. 인접한 곳에 있는 울진비행훈련원을 지나면, 기성면사무소가 나오고 조금 더 위로 사동항 가는 길목에 해월 황여일 선생의 종택 해월헌이 자리하고 있다.

조금 더 가면 현종산 아래 망양리 바닷가에는 고려조에 처음 세워진 관동제일루인 관동팔경의 [망양정]이 근남면 왕피천 아래 해맞이공원에 세워졌다가, 근래에 와서야 본래의 자리에 복원되어 정취가 새롭다.

푸른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가는 길에 망양휴게소를 지나서 덕신휴게소 앞에서 우측으로 오산항 쪽은 해안도로가 아름답고, 직진으로 한참을 더 가면 남수산 아래 아름다운 고장 매화면(옛 원남면)이 평화롭고, 특히 이곳 [매화장터]는 1919년 4월 11일 일본에 항거하는 3.1독립운동 사적지로 지정된 충절의 고장이다.

이어서 천연동굴 [성류굴]이 있는 근남면에 당도하니, 굽이굽이 왕피천은 성류굴 앞을 휘돌아 불영사계곡에서 흐르는 물과 합수하여 왕피천대교 아래를 지나 동해로 유유히 흐른다. 성류굴 맞은편엔 동양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격암 남사고 선생의 유적지가 있다. 조선 명종 때, 울진 출생으로 주역에 통달하여 천문 지리 관상에 능하고 [격암유록]으로 더 유명하다.

왕피천 옆으로 [울진엑스포공원]이 있고, 여기서 서쪽으로 불영사 가는 길로 잠시 여행을 계속해보자. 민물고기연구센터를 지나서부터는 그 유명한 불영사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하원리 마을을 지나면 신라 진덕여왕 5년(651년) 의상대사가 동해로 가던 중, 계곡에 서린 오색의 서기(瑞氣)를 따라 가보니 연못에 아홉 마리의 용이 놀고 있어 도술로 쫓고 창건했다는 [불영사]가 웅장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와 사랑바위휴게소를 지나니 금강송면(옛 서면)인 삼근리 면소재지에 이른다. 특히 통고산(1,067m) 오미산(1,071m) 진조산(908m) 등이 웅장하고, 소광리의 울진금강송 군락지는 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명성을 날린다.

북서쪽으로 쭉 가면 광회를 지나 봉화군으로 통한다. 차를 돌려 다시 돌아와서 울진군청 소재지 울진읍에 도착해서 1815년(이조 순조15)에 지금의 울진읍 연지리에 있는 연호 북쪽에 향련정이란 정자를 지었는데 이후 중수하여 [연호정]이라 불리고 이곳 연호는 국내에서 가장 큰 자연연못으로 알려진 보존가치가 있는 곳이다.

서쪽으로 자그마한 아구산(658m)이 가장 높고 동쪽으로는 바다에 연해있어 해안이 맑고 아름답다. 또한 읍내리의 [울진향교]는 이조 성종15년(1484년)에 세워져 교육과 교화의 터전이며 18현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울진읍을 둘러보고 죽변항 가는 길목에 신라 법흥왕 11년에 세워진 율령비가 보존된 국보 제242호 울진봉평신라비 사적공원을 살펴보고 아름다운 항구에 도착한다. 죽변 등대가 있는 해안 절경에는 드라마 <폭풍 속으로>를 촬영한 세트장이 추억을 만들고, 검푸른 동해바다를 온몸으로 안아본다.

이제 마지막 남은 울진군의 끝자락 북면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덕구온천을 안 가 볼 수 있나. 부구대교를 지나자 곧 왼쪽으로 부구천을 따라서 달리면 덕구저수지를 지나면 응봉산(999m) 아래에 자연용출수를 자랑하는 덕구온천이 있다.

이곳에서 시원하게 온천욕을 하고나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개운할 것이라고 감히 권해 본다. 그러고 시간이 남으면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경계지역인 고포마을로 가보자. 이 마을에는 작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강원도사람과 경북사람으로 갈라져 오순도순 살고 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어촌마을에 들러서 기막힌 사연을 듣는 것도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루 빨리 주민들의 소원인 행정구역 조정이 이루어져 동일한 행정구역의 마을로 살도록 불편을 들어주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며, 예부터 이곳 고포미역은 알아주는 돌미역으로 그 맛을 음미하며 여행을 마칠까 한다.

이렇게라도 내 고향 산천을 둘러보고 특히 내가 태어난 기성면 봉산리 바닷가를 걸어보고 나니 한결 마음이 조금은 채워지는 것 같다. “내 고향은 울진입니다. 참 살기 좋은 고장입니다. 고향을 지키고 살고 있던 고향을 떠나서 살고 있던 우리 모두는 울진사람입니다.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고향발전을 위해 한마음 하나가 되어 살아갑시다. 내 고향 울진의 모든 걸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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