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식 주필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부시 후보와 맞붙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대선 재검표 소송에서 연방법원의 재검표 중단의 판결이 나오자, 민주당 등 참모들의 불복 요구가 있었지만 판결에 대한 승복이자, 부시 후보의 승리를 선언하고 말았다.

2000년 12월 13일 오후 9시 연단에 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앨 고어의 승복 선언은 전 세계에 왜 미국이 세계 최강의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 장면으로 기록됐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미국의 승리”라고 했다.

내일 오전 11시에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한다. 앨고어 후보 측은 승복 선언 후 그날 저녁 새벽까지 자신의 지지자, 지인들과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며 록 스타들의 노래와 연주에 맞춰 신나게 춤을 췄고, 부인 티퍼는 주특기인 드럼을 치며 흥을 돋웠다고 한다.

내일 헌재의 선고 뒤 우리나라 촛불과 태극기를 들었던 민심은 어떻게 반응할까! 앨 고어는 ‘자신은 연방대법원 판결에 동의할 수 없지만, 받아들이겠다.’고 승복함으로써 미국 선거사상 ‘위대한 패배자’ 라는 명성을 얻었다는데...

며칠 전 나는 김관용 경북지사와 만났다. 한국지역신문협회 회장단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자신의 향후 정치적 신념과 일정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게 될 것이라며,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분권과 대통령 권력 분산을 위한 헌법 개정을 정치적 캐치프레이저로 내걸 심산이었다.

나는 그가 듣기 거북할 수도 있을 만한 직언을 했다. “요즘 대통령 후보 나온다는 사람들의 공약이 이 나라를 위한 공약이 아니라 자신이 대통령 되기 위한 공약을 하고 있는 데, 지사님만은 또 다른 하나의 자신이 대통령 되기 위한 후보가 되지 말고, 설령 패배하더라도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후보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고 직언했다.

요즘 대선 주자들의 주장을 보면, ‘선거 연령 인하, 군 복무기간 단축, 노인 복지수당 대폭 인상’ 등 국가 안보나 재정, 국민 담세율 등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기 영합성 공약을 하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권력 집중의 폐단을 막기 위해 헌법 개정을 하자는 국민적 공감을 거부하고, 권한을 누리자는 듯한 후보도 있다.

앨 고어 후보가 위대한 패배자였다면, 이번 우리나라 대선 후보자들 중에서는 위대하기까지는 않더라도 멋진 후보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설령 자신이 후보자 지명에 실패하거나, 대권경쟁에서 실패하더라도 이 나라와 민족의 나아갈 길, 살 길을 제시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획기적인 통일방안과 출산장려 정책, 건강보험 재정고갈 대처 방안, 수도권 집중 해소 방안, 부정부패 척결같은 이런 국가적 대계에 대한 탁월한 공약을 하는 후보를 보고 싶다.

앞으로 울진군수나 울진의 지도자가 될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개인적 영달을 위해 뭐가 되기 위한 인기영합적 주장이나 공약을 하지 말고, 진정으로 울진군민이 잘 먹고 잘 살고, 울진군이 발전할 수 있는 역할이나 주장을 했으면 좋겠다.

한 가지 예를 들겠다. 군 청사를 옮기겠다는 구상은 민선 초기부터 있었고, 군수가 바뀔 때마다 돈 들여 용역을 했다. 용역의 결과는 다 옮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나왔고, 주민들의 입장도 이전에 대한 찬성이 대다수였다. 지금이라도 울진군 청사는 울진읍 교통 및 주차 불편을 해소하고, 군민들의 접근성이 좋고 주차에 편리한 북면~후포 중간지점의 4차선 7번국도 변으로 옮겨야 하는 것은 백년대계다.

그런데도 옮기지 않고 있다. 울진읍 시장 상인들의 표가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다음 울진군수 후보는 자신이 군수가 되기 위한 후보가 아니라, 설령 낙선한다하더라도 진정 울진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군청을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하는 앨 고어 비슷한 멋진 후보를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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