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희의 창가에 앉아 (21)

 

세찬 갈바람에 잔가지 안 놓으려
바동거리며 우는 가랑잎이
마음을 할퀴어 깨운다
어머니 가시던 날 그 캄캄했던 하루
갈갈이 날리던 시간

오늘도 바람 부는 늦가을 날
어머니의 묘비 아래 민들레 꽃씨
한숨처럼 가벼운 깃 뜯어내며 떤다
삶의 고단함에 굽어 작아지시고
자식들 근심에 하얗게 사위신 몸
작은 불꽃놀이 같은 흰 갓털 흩뿌림은
야윈 혈육의 방문을 반기는 손짓일까

마른 풀 아래 곰실대며 기는 벌레
나의 짜가운 눈물 묻혀
흙 구멍으로 스며들고
어머니의 품은 소리 없이 열려있다
침묵의 전갈을 읽으시는지
뜨거운 심중의 소용돌이 들으시는지

묘원에 노을 덮이고
바람도 풀을 쉬게 하는 저물녘
당신의 모습으로 살아 일어서는
동그란 민들레 꽃씨

 

어느 따스한 늦가을 날,
용인에 있는 부모님의 묘소를 찾았습니다.
철에 맞지 않게 피어있는 민들레 꽃씨를 발견하고,
신기하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즉석에서 쓴 단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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