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숙 프리랜서 기자

 

고향산천에 ‘원자력발전소’ 라는 A급 위험시설물이 들어섰다. 처음 우리 울진군민들은 조상들이 잠든 정든 고향산천을 한수원에 내어줄 때만 해도, 우리의 자녀와 후손들에게 ‘남 못지않은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며, 기대에 부풀었다.

그 보답으로 우리 형제 자녀들을 약간의 정규직과, 1~2년 단위로 새로이 계약하는 다수의 비정규직과 OH공사라는 1~2개월짜리 정비기간의 단기 공사현장 일자리를 얻었다. 그나마 정규직이라 믿고 힘들게 시험 쳐 들어간 청원경찰조차 무기계약직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항상 고용 불승계의 불안 속에 있다. 한울원전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수행하는 업체는 을의 위치에서 갑인 한수원 측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 고용승계 기준을 세울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고용승계 과정에서 근로자와 용역 수행업체 간에는 마찰을 빚을 수 밖에 없었고, 그러한 갈등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는 사측 대리인과 지역 근로자 간 상해치사라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새로 용역을 맡은 업체는 기존에 근무하던 169명 특수경비직 근로자들에 대한 사전 면접결과, 고용승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한울 측이 5명에 대해서는 고용승계자 명단에서 제외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고리원전이나 월성원전에서는 같은 사유의 근로자들이 모두 고용승계 되었고, 유독 한울에서만은 해당 규정을 엄격히 적용했다는 것이다. 결국 타 발전소는 약간의 부족함이 있더라도, 지역민과의 상생을 위해 문제를 안고 갔다.

이들 직장을 잃은 5명 중에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노모의 병원비를 대야 하는 아들, 신혼의 단꿈을 꾸던 예비신랑, 자녀들의 대학 학자금을 벌기 위한 아버지, 그리고 아직 초등학생 어린 두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이제라도 한울원전은 용역업체 측에 고용미승계자에 대한 승계 합의를 해 줌으로써, 진정 지역상생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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