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희의 창가에 앉아 22



가뭇가뭇 검버섯 핀 하늘이
백발을 휘날리듯 눈을 훌뿌린다
하늘에 닿는 마고할미의 살비듬처럼

자유를 얻어 꽃이 된 하얀 탄식들
갈앉아 더께더께 무겁게 쌓이고
황량한 들 햇솜처럼 덮는다

얼어드는 마음 허공에 띄워 흩으며
부질없이 뒤적이는 지난날들
흰 눈으론 나그네 가슴에 내리는
새파란 어둠을 덜어낼 수 없어

멧새 나래 짓 소리 하나 없는 침묵
문득 스쳐 지난 것이 솔향기였나?
주린 노루는 그새 제 흔적을 새기며
기웃기웃 비틀거렸다

이대로 끝없이 눈이 덮이면
우리네 아픔도 설움도 바람도 묻히겠다
땅과 하늘 사이 이 흰 강을 건너
봄 햇살처럼 환한 내 어머니의 품에
안길 수는 있을까?

 

* 이 시에서 ‘어머니’ 는
모든 생명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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