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의 이런저런 이야기(61)

 

 

자연의 품속이다. 바위에 찰싹 붙은 파란 이끼는 솜털처럼 부드럽다. 긴 시간 자신을 발견해주길 기다리며 숨죽인 고요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끼 숲을 따라 흐르는 물빛이 투명하다. 투명한 물빛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지 않았다는 증거다.

간혹 바람결에 풀잎이 흔들거렸다. 사진작가들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카메라에 초점을 맞췄다. 좋은 자리가 보이면 삼각대를 펼치기 바쁘다. 모두들 만족한 사진을 남기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이끼 촬영을 피한다는 한낮 오후 2시였다. 경험 많은 사진가들은 불만이다. “햇빛 때문에 얼룩이 진다.” “사진이 번들번들 거려.” 강사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내뱉는다. “햇빛이 있다고 사진을 못 찍나.” “주어진 여건에서 잘 찍을 줄 알아야지.” 아쉬운 대로 햇빛이 닿지 않는 나무 그늘을 찾아 이끼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하긴 악조건 하에서도 사진을 잘 표현하는 기술을 익히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이끼 촬영은 맑은 날보다는 비가 오거나 흐린 날, 아니면 해뜨기 전이나 광량이 적고 직사광선이 없을 때가 좋다. 직사광선을 받고 있는 이끼는 얼룩이 지고 병든 것처럼 색감도 선명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 일찍 촬영지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먼 거리에서 단체 출사를 나오다보니 한낮 시간대에 사진을 찍어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다면 혼자 다니면서 창의적인 사진을 찍도록 노력해야 한다.

영월 상동에서 그날, 우리는 멋진 이끼 사진을 찍는답시고 계곡을 더럽히고 말았다. 50여명이 조그만 계곡에서 두어 시간 가량 북적였으니, 그 많은 발자국을 지우기 위해 계곡은 얼마나 몸살을 앓고 있을까.

언제나 그렇듯이 사진은 별로이고. 그래서 사진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져야 함을 느꼈다. 무었을 나타내야 하는가. 우리의 삶에 보탬이 될 만한 사진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고 때 거리로 몰려다니며 엇비슷한 풍경사진이나 찍고, 남다른 사진 한 장 제대로 건지지 못한다는 것은 사진가로서 올바른 태도인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사진에 대해 너무 아름다움에만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름다움 이외에도 고귀함, 빈곤함, 슬픔, 웃음 등이 사진 창작대상으로서 인간을 감동시키기 때문이다.

모든 대상은 사진가가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가치 있는 사진이란 무엇일까. 인간의 활동을 기초로 하는 것이다. 사진은 모두에게 무언가를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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