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나라의 거유(巨儒) 주자의 십회훈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부접빈객거후회(不接賓客去後悔) 라는. 이 말은 ‘찾아 온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떠난 뒤에 후회한다.’ 라는 뜻이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후회 할 일이 많지만, 주자가 특별히 열 가지를 꼽아 가능하면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후세들을 경계했다. 흔히 주자의 열 가지 가르침이라 하여 '주자십훈', 주자의 열 가지 후회라 하여 '주자십회' 라고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챙겨 평소 손님이 나를 찾아 왔을 때, 정성을 다해 응대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얼마 전의 일이다. 울진신문사가 주최하여 군민들과 함께 여의도 국회를 비롯하여 1일 테마여행을 다녀왔다.

국회를 방문했으니, 당연히 강석호 지역구의원 사무실을 방문하게 됐다. 울진에서 관광버스 한 대로 39명이 올라갔고, 서울에서 10여명이 합류했으니 울진 사람 약 50여명이 찾아 간 것이다.

울진 시골에 살다보니, 대다수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방문은 처음이었다. 그러니 우리 지역구 의원이 아니더라도, 어떤 국회의원 사무실이든 견학을 했을 것이다. 당연히 강의원 사무실에서 보좌관인가? 한 사람이 나와 우리를 맞이했고, 7층인가? 엘레베이트를 타고 올라가 강의원 사무실을 둘러 봤다.

로비에 나와 국회 전망을 즐기다가 내려와 의사당을 배경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불원천리 지역구 주민들 50여명이 방문했는데, 강의원이 보이지 않았다.

단체 사진을 찍고 버스에 올라타려고 할 때, 누군가 “뭐, 이래. 강의원이 울진사람들 무시하는 건가!”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여름 무더위에 몇 시간을 달려 찾아갔건만, 못 나온다는 해명 한마디 없고, 방문 기념품은 고사하고 시원한 음료수 한 잔도 내놓지 않았으니...

국회의원은 국정에 빠쁜 줄 안다. 오히려 진정한 지역구민들은 그의 시간을 아껴 줄 것이다. 그러나 방문 책임자에게 전화 한 통 없었다는 것은 송나라 주희선생을 무시한 처사다.

우리의 방문을 몰랐던 건가? 강의원으로부터 죄송하다는 연락은 받았겠지? 인솔자는 묵묵부답이었다. 오히려 여행 전체 분위기를 잡치지 않기 위해서 오늘만은 더 이상 그에 대해 말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강의원은 3선 국회의원으로서 집권여당 최고위원까지 올랐던 분이고, 경북도지사 출마설도 흘러나오는 한국 중견 정치인이다. 다른 국회의원 사무실을 방문한다 해도, 국민 50여명에 대해 이 처럼 냉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래 가지고 어떻게 명절 때면 민심을 탐방한다며 울진시장을 돌고, 선거 때가 되면 울진사람들에게 표를 달라고 손을 내밀며 호소하고 다니는 걸까! ‘언제든 울진사람 안 볼 수 있다’ 는, ‘울진사람들이 안 도와줘도 된다’ 는 자만심에 다름 아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정치인들의 ‘화장실에 들어 갈 때와 나올 때 사정이 다르다’ 는 말을 실감했다. 지역구민들이 국회를 자주 방문하는 것도 아닐테고, 옛날처럼 뭘 요구하지도 아니할 텐데.

이 날 여행에는 지역언론 대표격인 울진신문 발행인도 함께 했고, 명망이 높은 울진신문 운영위원장과 위원들 몇 분도 동행했다.

울진신문은 창간 26주년을 맞이하여 대구 경북의 신문들이 많고 많지만, 신문의 전통과 역사를 두고 따진다면,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지역 유력지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그러나 아주 많은 것을 잃은 분도 있었다. 강석호 국회의원은 울진군민도 잃고, 울진지역의 대표 언론으로부터 신망도 잃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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