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울진사람들 대표 이규봉

 

지난주 서울에서 기후에너지강사양성과정 강의를 하고 왔다. 강의를 하면서 원전의 장단점과 탈원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다가 국내원전 주변의 농수산물은 현재까지 방사능 오염된 것은 없다고 했더니 수강생 중에 한 명이 원전주변의 농수산물은 방사능 위험이 있기에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눈치를 보니 수강생 대다수가 그리 생각하는 듯 했다.

환경단체에서 1억 원이 넘는 방사능 측정기를 가지고 있고 원전주변의 농수산물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되는 수입 농수산물까지 샘플 측정을 하고 있으니 국내원전 주변의 농수산물은 안심해도 되고, 오히려 원전전기는 수도권 시민들이 쓰고 있으니 원전주변의 농수산물을 애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적당히 정리했다.

후꾸시마사고 이후 이미 대다수 국민은 원전주변의 농수산물은 먹으면 안 되는 것으로 은연중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반핵운동을 하면서도 울진의 농수산물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로컬푸드직거래장터를 준비하고 연지도 4년이 지나고 있으며 매주 화요일 오후 연호정광장에서 열리는 우리진장터는 벌써 56회째를 맞고 있다.

농수산물의 판로가 막힌 울진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겠는가. 늦은 감은 있지만 원전건설과 울진의 미래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새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지역에서는 울진원전 9, 10호기(신한울 3, 4호기) 유치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농협에서조차 유치서명대를 두고 서명을 받고 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우리나라는 원전이 24개가 가동되고 있으며 세계 6위다. 울진을 포함해서 경주, 고리, 영광이 각 6개씩 가동되고 있다. 고리 1호기는 영구정지 되었고, 새로 건설 중인 원전은 울진 2개(7, 8호기), 고리 3개(8, 9, 10호기)이며, 계획 중이었던 원전은 울진 2개(9, 10호기), 영덕 2개, 삼척 2개다.

새 정부는 원전은 더 이상 짓지 않고 수명연장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즉 울진 9, 10호기와 영덕 2개, 삼척 2개는 짓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하지만 현재 95% 이상 건설된 울진 7, 8호기와 고리 8호기는 언급이 없고, 고리 9, 10호기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원전은 자연의 순리를 거역한 유일한 에너지원이다. 원전측은 심각한 사고(노심용융)의 가능성이 백만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고 안전성을 홍보했지만

실상은 세계에서 원전이 있는 30여개국 450여개의 원전 중에 벌써 6개가 노심용융과 폭발이 있었으며 세계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확률로 보아 세계에서 또다시 심각한 사고가 일어난다면 우리나라 원전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25%라는 어느 학자의 주장도 있다.

1979년 미국은 스리마일원전 사고로 암발생율과 가축피해가 급증했으며, 주문된 원자로 61개를 모두 취소하였고, 신규원전 건설은 중단하였다.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원전 사고는 유럽 전역을 방사능으로 오염시켰으며 그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센터는 이 사고로 사망자가 1만 6천여명을 예상하고 있으며, 그린피스는 9만여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 30km 이내 지역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가 되어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는 지진과 해일로 원전이 폭발하여 지금도 노심용융과 핵연료봉이 녹아서 땅속으로 계속 들어가는 멜스트루가 진행 중이다.

원전사고로 2016년까지 이미 1,368명이 사망했고 앞으로 수십만명 아니 수백만명이 사망할 수도 있기에 그 끝은 예측조차 어렵다.

도쿄를 비롯한 일본의 대다수 지역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었고, 바람을 탄 방사능과 오염수로 태평양이 계속 오염되고 있다. 태평양에서 잡아온 명태를 비롯한 고기에서 이미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

미국과 구소련, 일본에서 일어난 원전사고가 우리나라에서는 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하기에 탈원전은 우리 시대의 숙명이다.

세계에서 원전은 450여개로 지난 30여년 동안 거의 늘어나지 않았고, 선진국은 대다수 탈원전으로 가고 있으며, 원전이 늘어나는 나라는 중국, 인도, 러시아, 우리나라다. 원전은 이미 사양산업이며, 후진국형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탈원전을 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대만 등이며, 미국도 30여년 만에 원전 4개를 짓다가 2개를 포기했다. 원전 강국인 프랑스도 원전축소로 들어갔으며, 일본은 54개중 5개 원전만 가동하고 있다.

세계에서 원전밀집도는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리 다음으로 울진이다. 원전의 밀집도가 높으면 그 만큼 사고의 위험과 주변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다.

울진원전에서도 여러 차례 사고와 안전문제 제기가 있었다. 1998년 방사능 차폐용 밀폐제 22,000곳 불량품 사용, 1999년 미확인 용접 양심선언, 1999년 1차냉각수 누출 노동자 피폭사고, 2001년 습분분리기 파편으로 핵연료봉 손상사고, 2002년 핵연료봉 파손으로 백색비상, 2002년 증기발생기 세관파단사고, 2004년 열전달 완충판 이탈사고, 2013년~2014년 증기발생기 관막음 한계로 교체, 최근의 증기발생기 진동 문제제기 등이다.

또한 울진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후포단층을 비롯해서 단층지대가 분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경주에서 630여회의 지진이 있었다.

300여년을 관리해야 하는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경주로 간다지만 울진원전에 쌓이고 있는 10만년 이상 관리해야 하는 약 5천 톤(현재)의 고준위 핵폐기물은 또 어찌할 것인가.
 

원전 호기당 약 8°c 데워진 온배수가 초당 약 60톤씩 바다로 배출되고 있기에 울진원전 6기는 초당 약 360톤, 하루 약 3천만 톤이 바다로 나가고 있다. 1톤 트럭으로 하루 약 3천만대, 1년이면 약 110억대 분량의 8°c 데워진 온배수가 울진앞 바다로 나가고 있다. 죽변까지 해수가 1°c 상승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며,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원전이 가동되면 사고 없이도 방사능이 밖으로 나올 수 있다. 기체로는 가스배출과 공기흐름 등으로 나올 수 있고, 액체로는 온배수와 물청소 등이며 고체로는 고준위와 중저준위 핵폐기물이다.
 

원전 때문에 국민이 울진의 농수산물을 기피하고, 관광을 꺼리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시간이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신규원전건설은 중단하고 가동중인 원전은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서 국민으로부터 울진에는 방사능 오염이 없다는 확고한 신뢰를 받아야 울진의 미래가 있다.

이 판국에 울진원전 9, 10호기 유치운동에 일부 사회단체가 앞장서고 일부 정치인들이 그 장단에 춤을 추고, 농협까지 동조하고 있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울진인들이여, 고향의 미래와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원전은 이제 그만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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