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규 [국립목포대학교 법학과 교수]

▶김신규 교수
손꼽아 보면 고향을 떠난 지도 어언 35년이 더 된 것 같다.
한 해에 몇 번 고향을 다녀올 때마다 어릴 적 추억도 잠시 뿐, 과거도 현재도 아닌 형해화된 고향산천을 본다.

“…산천은 의구한 데 인걸은 간 데 없네…”라는 시조가 꽤나 심금을 울리는 것은 아스라한 세월 탓인가? 고향 길에 지인을 만나는 횟수가 날로 줄어들다보니, 낯설고 휑한 모습의 얼굴들이 이방인 대하듯 하니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둥지를 튼다. 세월 탓이려니 자위하면서도 소박하고 후덕한 정이 그리워지는 것은 나만의 아집일까?

쾌적하고 풍요로운 어머니의 품같은 전원도시도, 생산시설이 즐비한 산업도시도 아닌 어중간한 고향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앞선다.
나는 무조건적으로 고향예찬론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대학에 몸담은 지도 20여년의 성상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 좁은 땅에 왜 그리 분파적 지역감정이 많은지?

흔히 말하는 영남 사람이 호남 땅에 또아리를 틀고 삶의 허리끈을, 아니 민족의 일체성을 강조하지만, 때론 이 쪽 저쪽으로부터, 아니 속 좁은 사람들의 훼방질에 순진한 우리네 서민들만 골탕먹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낙지생근(落地生根)이요, 낙엽귀근(落葉歸根)이란 말이 있듯이, 사람은 현재의 삶의 터전에 뿌리를 내려야 하지만, 낙엽이 뿌리로 회귀하듯 고향을 그리는 원초적인 본능은 어찌할 수 없는 가보다.
백암산 기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고향을 뒤로 하고 부초같은 삶을 살았으니 돌이켜보면 때론 회오와 아쉬움으로 점철된 노정이기도 하다.

흔히 고향을 어떤 공과도 흔쾌히 포옹하는 어머니 가슴과 같은 존재,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은 삶의 뿌리, 그 근원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곧잘 사람들은 고향을 마음속의 이상향, 영혼의 샘으로 여긴다.
그러나 고향의 현실은 어떤가? 원전, 교육, 농수산, 경제문제 등 산적한 현안이 가슴을 메이게 한다. 이젠 형해화된 낡은 구시대적 유습은 과감히 혁파하고, 가나안의 꿀이 샘솟는 삶의 터전으로 바꾸어야 한다.

세계화, 지방화, 정보화라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역류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창조적 비젼을 실현하는 역사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오래 전에 필자는 독일 최초(1386년 설립)의 유서깊은 하이델베르크대학 법학부에 연구교수로 머물면서 유럽각국을 견문할 기회를 가졌는데, 지금도 인상깊게 각인된 것은 지방의 소도시, 농촌지역이 쾌적한 환경과 성숙된 경제적, 문화적 여건으로 인해 도시보다 오히려 더 살맛나는 머무르고 싶은 곳이라는 점이다.

나의 고향 울진도 문화와 자연의 고즈넉한 숨결이 생동하고 생태산업과 첨단과학기술이 어우러진 풍요롭고 보배로운 땅, 울진으로 거듭나길 갑신년에는 기대해본다.
이러한 소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의 혁신적 역할이 긴요하다.
뉴밀레니엄시대에 걸맞은 사고로 대화와 설득에 의한 지역사회의 일체감 조성, 지역특화산업의 육성, 교통망의 획기적 개선, 교육환경의 초일류화 등을 통한 새로운 미래에 꿈을 지역민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더불어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 베르그송이 말한 “열린 마음을 통한 개방된 사고”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보다 성숙된 애향심은 지역사회발전에 시너지효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김신규교수는....?
현재 국립목포대학교 법학과 교수(법학박사)·법학과장 / 목포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장, 고시생활관장 역임 / 사법시험, 행정고시 1, 2차 출제위원 역임 / 전라남도 소청심사위원회위원 /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 비상임심판관 / 목포시 건축분쟁심의위원회위원 / 목포시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위원 / 광주전남 검찰실무연구회 부회장 / 한국형사법학회, 한국형사정책학회, 한국비교형사법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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