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향인 남주종씨

 

▶남주종씨
울진사람은 온순합니다.

옛날 조상때부터 산 좋고 물 좋은 고장에서 그저 평화롭게만 살아 온 덕분에 우리 울진사람은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 붙임성이 좋기로 소문 나 있습니다. 한두 마디만 주고 받아도 금방 친해질 수 있는, 그런 부드러움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결코 잘난체 하지 않고, 결코 남의 위에 군림하려 들지 않는 것도 그 온순한 성질때문입니다.
더구나 요즈음같이 약은 세상에서도 남을 속인다거나 나만 잘 살겠다는 약삭스런 마음은 애당초 생각도 못하는 우리 울진사람 아닙니까. 아니 오히려 남에게 잘 속고 어지간한 일에는 아예 양보해 버릴 정도로 온순한 것이 우리 울진사람입니다. 우리 울진사람은 천성이 그만큼 착한 사람들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고향 울진은 항상 포근하고 아늑함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울진사람은 인정이 많습니다.

아침저녁 늘 만나는 한 동네 사람끼리라도 열 번이면 열 번 인사를 건네는 것이 우리 울진사람들의 마음입니다.
...아침 잡샀니껴?
...어데 가능교?
...서울 딸한테 전화 왔디껴?
여러 가지로 주고 받는, 조금도 꾸밈없는 그 인사말들에는 얼마나 따스한 인정이 서려 있습니까. 자주 못 만나면 못만나는 대로 또한 안부 소식을 궁금해 하는 것이 우리 울진사람들의 인정입니다.

꼭히 값진 별미가 아니더라도 음식이 생기면 이웃끼리 꼭꼭 나누어 먹습니다. 자꾸자꾸 더 먹으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이웃에 딱하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스스로 나서서 내 일처럼 도와주는 것이 우리 울진사람들의 몸에 밴 습성입니다. 그러나 물론 절대로 무슨 보답을 바라고 베푸는 인정은 아닙니다. 설사 상대가 나를 섭섭하게 한대도 조금도 괘념(掛念)치 않는 어진 아량이 우리 울진사람에게는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고향 울진에는 사람이 모여들고 항상 밝고 즐거움이 넘치는 것입니다.

울진사람은 부지런합니다.
할일을 미루어 놓고는 도저히 태평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울진사람의 성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고향의 마을은 꼭두새벽부터 늘 활기에 차 있습니다. 우리 울진사람은 내 일을 남에게 떠맡기거나,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거나 하는 일이 결코 없습니다. 큰 일은 품앗이로 협동합니다. 작은 일은 여가여가 틈타서 미리미리 해놓습니다. 실로 촌음(寸陰)을 아껴가며 자기 할 일에 전심전력하는 울진사람입니다.

정성껏 일한 대가가 혹시 만족치 못하게 되더라도 우리 울진사람은 그것을 비관하는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몇 곱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굳센 의지가 있습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농장과 어장이 있는 한, 울진사람의 이 알뜰한 애착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고향 울진의 미래는 한없이 미덥고 희망차게 펼쳐지는 것입니다.
사람이란 자신의 참모습을 잘모르는 법입니다. 남이 객관적으로 살펴서 평가해주면 비로소 자기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는 수가 많습니다.

나도 울진사람이지만 고향에 있을 때는 고향 사람의 성품을 잘 몰랐습니다. 앞에 적은 것은 울진에서 부산에 나와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을 접촉하는 동안에 깨닫게 된 울진사람의 특성들입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울진사람 참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한없이 행복감에 흐뭇해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울진사람으로서의 명예에 손상이 되지 않도록 여기 타관에서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남주종(73세)
근남면 행곡1리 출신
1952년 울진군 수곡초등학교 교사로 교직에 투신하여 45년간 교편생활에만 전념하다가 1998년 부산공업고등학교 교사를 끝으로 정년퇴임.
고향에서의 교직 근무기간은 1952~1969. 근무처는 수곡, 노음, 울진초등학교와 구고분교장 그리고 울진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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