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지역 활성단층 존재 여부 큰 논란

▶지진발생일지
지난 5월29일 오후7시14분 울진 동쪽 약 80km 해역에서 리히터 규모 5.2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어 30일 오전 4시45분 울진 남동쪽 70km 해역, 같은 날 오후 9시45분 내륙지역인 울진 북서쪽 10km 지역, 6월1일 울진 동북동쪽 55km 해역에서 각각 규모 2.0, 2.2, 3.5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5월29일 울진 지진은 1978년 국내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인 1978년 속리산 지진과 같은 규모지만 기상청은 그동안 발달한 측정기술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 최대규모의 지진이라고 밝혔다.

사상 유례 없는 강진이 울진지역을 강습했던 5월29일 대부분의 주민들은 수초동안 건물과 땅이 심하게 요동치는 경험을 한 직후 급히 건물 밖으로 뛰어 나오거나 관계기관에 전화를 걸어 지진여부를 확인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고, 특히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으로 서로들 의견을 교환하기에 분주했다.

지진을 계기로 세계최대의 원자력단지가 자리한 울진에서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일각에서는 지진 대피 훈련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를 포함한 주민들 다수는 잇따른 지진에 불안해하며 지진에 속수무책인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을 통해 최악의 재앙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울진지역은 활성단층이 존재한다
- 울진반핵연대(대표 이규봉)는 6월6일 논평을 통해 이번 울진지진은 규모 5.2의 강진에 이어 여진이 있었고, 여진이 있다는 것은 활성단층대임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정부와 한수원은 국내 4개원전 지역은 활성단층이 존재하지 않는 절대 안전지역이라고 주장해왔지만 2002년 12월 한수원(주)과 원자력환경기술원이 공동으로 제출한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후보지 도출 및 지역협력방안수립 용역 최종 보고서」의 `핵폐기장 지질분야 부지제외기준`에 따르면 1단계 제외지역으로 활성단층 분포지역, 대규모 단층발달지역, 지진이 많은 지역 등을 나열하고 있고 활성단층 지역으로 양산단층-울산단층인 경남북 지역을 광범위하게 지도에 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해양과학기술의 추교승 고문은 1995년 연구논문에서 후포단층은 양산단층과 연결되어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형성되어 있고 1978년 이후 대부분의 지진이 후포단층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며, 동해안의 후포단층은 삼척에서 울진을 거쳐 포항까지 이르며 항상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이번에 울진에서 발생한 강진과 여진도 양산단층과 연결되는 활성단층의 하나인 후포단층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울진반핵연대는 국내의 원자력학계는 활성단층의 기준을 최근 50만년 이내 2회 이상의 단층활동 또는 3만5천년 이내 1회 이상의 지층변위가 있었던 단층대를 활성단층으로 보지만, 지진학계는 국제적으로 1백80만년에서 250만년 이내 1회 이상 활동한 단층을 활성단층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 지층변위 위험이 있는 지역으로부터 8k 이내에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울진·월성·고리원전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건설된 원전은 인근 활성단층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진 설계가 이뤄졌으므로 설령 기존 원전이 규모 6.5 지진을 견딘다고 하더라도 이번 지진처럼 인근에서 강진이 계속되거나 더 큰 강진이 올 경우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이유로 울진반핵연대는 “울진 지역은 활성단층인 양산단층과 후포단층이 지나고 있는 곳으로서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을 건설할 수 없는 지역”이라며, “핵발전소 가동 중단과 울진 전역과 해안에 대해 환경단체가 추천한 전문가를 참여시켜 심층 조사를 객관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자력발전소는 지진에 안전하다
- 울진반핵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반핵국민행동 등 시민단체의 ‘활성단층대 위에 지어진 핵발전소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을 통해 최악의 재앙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와 한수원(주)은 ‘울진지역은 활성단층 지대도 아니고 건축물 또한 지진에 안전하다’며 상반된 주장을 편다.

특히 울진원자력본부는 6월10일 이례적으로 영월정 호외까지 발행하며 울진 주변 지역의 경우 연간 1회에서 많게는 3~4회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데, 후포단층은 석유탐사과정에서 조사된 것으로 약 1천2백만년전에 활동을 멈춘 단층으로 활성단층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일본이나 대만은 지구판 구조의 경계부에 있어 규모 5.0 이상의 강진이 매년 100회 이상 발생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강진은 울진지진을 포함하여 4번째로서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발생빈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울진원전 부지의 경우 반경 8km 이내에 활성단층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는데도 불구하고, 울진원전 건축물은 규모 6.5의 지진이 원전부지 바로 아래에서 발생할 가능성까지 고려하여 건설됐으므로 5.2의 강진이 원전 바로 아래에서 발생하더라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울진원자력본부는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력 관계법령과 과학기술부 고시 2000-8호에 의해 미국 연방법에서 정한 원자력발전소 내진 설계 기준과 동일하다”며, “발전소 운전 중에는 주요 구조물과 기기에 설치된 지진계측기로 항상 감시하고 있고, 설계기준 지진값의 20분의 1인 0.01g의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경보가, 2분의 1인 0.1g의 지진이 발생하면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하여 점검 후 재 가동하는 운전절차가 마련되어 있다”고 밝혔다.

▲지진에 대비한 조속한 안전대책 마련 촉구
- 울진 강진 발생 이후 울진군과 울진군의회, 민간환경감시위원회 등은 정부와, 한수원 등에 지진 발생에 따른 안전대책을 촉구했다.
울진군은 지진으로 인해 원자력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군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울진 지역이 지진안전지대라는 일반적인 통설에 문제가 제기되는 등으로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군은 6월8일 지역단체장들과 함께 ▷지진에 대한 원전의 전면적인 안전진단 및 대책 강구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및 신울진원전 건설 반대 ▷원전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 공동건의 사항 즉시 수용 등의 요구사항을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 각 부처와 경상북도에 전달했다.

울진군의회는 6월4일 제128회 임시회를 열고 울진지역 강진 발생과 관련한 안전대책 촉구를 결의했다.
군의회는 매년 지진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라 불안해진 군민들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점과 관련하여, ▷상업운전중인 1,2,3,4호기와 시험가동중인 5,6호기에 대한 안전진단 ▷활성단층으로 입증된 울진 지역에서의 원자력발전소 추가건설계획 백지화 ▷원전수거물관리센터 유치 청원서 즉시 반려 ▷원자력소재 5개 시·군 지방자치단체 행정협의회 공동건의문 적극 수용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울진민간환경감시위원회는 한수원(주) 울진원자력본부에 울진지역의 연도별 지진발생 추이와 울진지진에 대해 기상청에 문의한 결과 울진지역이 결코 지진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전부지 안전성 심사 체계에 의거 원자력발전소 반경 40km 이내(해양지각 포함)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지질조사 전문기관의 전면적인 정밀 지질조사 실시 ▷내진 설계 적용기준 및 적용기준 재검토와 설계 안전성 신뢰구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기구 구성 ▷울진원전 지진계 감지수치의 동일화 및 감지수치 하향조정 ▷울진원전의 지진계측 현황자료의 실시간 공개 ▷지역주민을 위한 현실적인 방재시스템 구축 등을 요구했다.

최근 들어 지진활동이 연 20회가 넘게 활발해지고 있어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학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항상 그렇듯 큰 사고 뒤에는 사고 발생 전에 거듭되는 경고가 있었음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런 경고들을 무시하다가 결국 큰 재난으로 연결되었던 경험도 무수히 가지고 있음을 기억할 때, 어쩌면 점점 빈도가 잦아지는 지진과 관련 학자들의 경고는 재앙에 대한 또 다른 예고인지도 모른다.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을 온전히 피할 길은 없다. 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항상 가능하다.

정부와 한수원 등 관계기관은 당장의 파문을 덮고 주민들을 안심시키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최소한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번 기회에 총체적으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 점검과 함께 지진에 대비한 방재시스템 강화, 공정성이 있는 기관을 통한 울진원전 인근 정밀 지질조사 실시 등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명동기자
 
2004-06-30 오전 9:45:30 입력 /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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