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신문 조영환 대표

▶한국방문단의 홍보를 담당한 로카쇼 문화진흥공사의 사또 후키꼬씨와 필자
인류문명에 알지 못하는 신물질이 발견되거나 발명되면 무지한 군중들은 보통 섬기거나 금기시한다. 일례로, 인류 최고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불을 인간들은 오랫동안 종교의 대상으로 섬기지 않았는가.

그런데 신물질이 나타날 때마다 엄청난 맹목적인 숭배와 저항을 받았지만, 아마 원자력 에너지와 방사성 물질보다 더 많은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은 신물질도 드물 것이다.

원자력은 오늘날도 인류에게 가장 이로운 신물질로 환영받으면서 동시에 가장 유해한 물질로 비난받고 있다. 원자력에 대한 이러한 극단적 평가는 원자력 자체의 상극적 속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군중들의 무지와 권력집단의 악용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극단적 평가를 받는 원자력 발전소들이 울진에 이미 가동되고 또 방사성 폐기물 처리단지가 울진에 유치될 수도 있다는 점에 긴장하지 않는 울진주민들은 드물 것이다.
원자력과 방폐장을 수용하거나 배척하는 결정은 결국 정보와 지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울진 주민들은 원자력과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정보와 견문을 넓힐 기회를 더 많이 가져야 할 것이다. 더 많이 알수록 더 정확하고 유리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7월말 경에 울진발전포럼 주도로 일본 아오모리현의 로카쇼 방폐물 매립단지를 울진 주민들이 견학한 것은 아주 유익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방폐장 유치에 반대 성향을 가졌던 필자에게도 이번 일본 방폐장 견학은 원자력 폐기물을 이해하는 데 아주 유익한 기회가 되었다. 원자력에 전문가가 아닌 한 주민의 입장에서 이번 일본 방폐물 처리단지의 견학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관찰하려고 한다.

사실 일본과 한국은 공히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국가로서 경제적 혹은 안보적인 측면에서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이 아주 절실한 국가들이다. 일본의 에너지는 석유의존도가 52%에 석유 수입의존도가 100%이다.
우리나라도 100% 석유에너지 수입국가로서 일본과 처지가 비슷하다. 일본의 원자력 발전량은 전체 발전량의 약 1/3을 차지하고 한국의 원자력의 발전 비율은 약 40%라고 한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원자력 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은 어쩌면 경제적 측면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풍력이나 태양열 에너지는 화력이나 원자력 에너지의 대체 에너지로서 경제성과 질이 떨어져서 아직도 경쟁력이 약해 보인다.
에너지 자주-자족의 측면에서도 지금으로서는 원자력 에너지를 더 개발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환경단체들의 이의에도 불구하고, 지구 환경 보호차원에서도 원자력 에너지는 석유화력 발전소보다 더 유리한 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자력 폐기물이 가지고 있는 장기 오염이 원자력 에너지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으로 비판당하고 있다.
로카쇼 원자연료 처리시설 전시관의 홍보요원의 설명에 의하면, 아오모리현의 로카쇼 원자연료 처리시설은 그 지역의 지질적, 지리적, 사회적, 경제적, 인문적 요소들을 참조해서 유치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혼슈의 북단에 위치한 로카쇼 원전 폐기장 지역은 울진처럼 어업과 낙농업을 하는 1차 산업의 오지였다. 로카쇼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지표가 더 단단하고 주변에 항구가 발달되어 지리적으로나 지질적으로 유리한 지역이었다.
로카쇼지역은 처음에 석유화학단지를 위한 부지였다. 1960년대 후반 석유종합단지와 화력발전소 부지로 모색된 로카쇼가 1973년 세계 석유파동으로 원자연료 재처리 시설의 입지로 변환되었다고 한다. 석유단지에서 원전 폐기물 처리단지로 바뀐 과정과 원인이 좀 미심쩍었다.

어쨌든 현재 로카쇼 지역에는 원전폐기물 재처리 공장, 고준위 수거물 임시저장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저준위 수거물 영구처분장 등이 들어서고 있다. 2004년 7월 현재 저준위 수거물 영구처분은 1호 매립장에 약 13만 6천 드럼의 폐기물이 묻혀있고, 2호 매립장에는 약 6만 드럼의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다고 한다. 약 300만개의 드럼통을 지하 12미터의 콘크리트 옹벽 속에 약 300년간 관리하여 방사성 물질들을 자연 흙의 상태로 환원한다고 일본 홍보원은 설명했다.

이 두 개의 매립장은 약 100년 동안 약 300만개의 방사성 폐기물 드럼통을 매립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원전폐기물 처리 관련시설에 일본은 약 2조6천억~3천억 엔(약 30조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로카쇼 원자연료 재처리시설 전시관에서 근무하는 홍보요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폐기물 처리장 유치에 대한 로카쇼 지역주민들의 찬반 갈등은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홍보요원은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로 주민들의 방폐장 관련시설 유치에 대한 반대가 좀 있었지만 큰 반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반핵단체들이 원전 폐기물 처리장에 반대하지 않았냐는 필자의 질문에, 석유시설에서 원전시설로 변환된 로카쇼의 경우에 주민들의 반대는 거의 없었다고 홍보원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몇몇 사실들은 일본도 오랜 시간의 반대와 끈질긴 주민 설득작업이 있었던 것을 암시한다. 로카쇼 지역에 방폐장 시설부지 선정은 1984년부터 논의가 시작되어 1992년까지 무려 8년이 걸렸다. 아오모리현의 지사와 로카쇼 촌장의 입지 수락 7년 후에 선정이 확정된 사실은 부지선정의 어려움을 반증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자료집에 의하면, 방폐장 연관시설 유치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이 초기에 크게 엇갈렸으나, 아오모리현 행정당국과 의회가 찬성하면서 주민들을 설득하여 결국 유치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방폐장 일대 주민 3천여명이 해외시찰을 다녀올 정도로 행정당국은 시찰과 견학을 열심히 시켰다.

행적당국과 일본원자력연합회사(일본원연)의 이러한 홍보와 노력으로 주민들의 반대를 극복하고 방폐장 관련 3개 시설이 1992년 아오모리현 로카쇼 지역에 유치된 것으로 보인다.
로카쇼 원자연료 재처리시설 전시관의 일본 홍보요원은 지역주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이 없었기에, 원자력 발전에 따른 이익에 대한 주민보상의 자료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사실상 지역주민은 많은 보상과 자원을 받은 것 같다.

방폐장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려는 일본정부와 일본원연(주)는 사실상 막대한 보상과 지원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로카쇼 지역의 문화교류센터, 유아원, 노인장, 장애인 처소, 의료원, 도서관 등 공공시설들의 설립과 운영을 일본정부와 일본원연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로카쇼 원전 폐기물 시설에 고용된 전체인원인 2천백여명의 절반인 1천여명을 로카쇼 주민들로 채용했다. 이중에는 원전 폐기물 시설에서 근무하기 위하여 재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있다고 일본 홍보요원은 말했다. 각종 교육과 문화 사업들에 지원도 하고 있었다.
인구 1만2천명의 로카쇼 지역에 4만 권의 장서를 지닌 훌륭한 도서관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방폐장 지역 주민들의 자녀들이 대학에 가면 월 5만 엔 (한화 55여 만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방폐장은 로카쇼 지역 경제에 심장역할을 하고 있었다.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시설을 방문했는데, 일반 작업복을 입고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시각적으로는 저준위 폐기물은 아주 허술하게 취급될 정도로 안전해 보였다. 그리고 일본 홍보요원은 폐기물을 담은 드럼통을 껴안고 있어도 괜찮다고 하면서 시각적으로 그 안전성을 홍보했다.

원자력 폐기물 처리단지 주변 로카쇼 지역은 폐기물 유치 이후에도 예전과 같이 낙농업과 수산업이 활발했다. 로카쇼의 오징어 낚시 체험은 지금도 관광자원으로 이용될 만큼 유명하다. 로카쇼 지역의 농축산물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은 부정적이지 않다고 일본 홍보요원은 필자의 질문에 대답했다.

방폐장 유치는 로카쇼 지역의 땅값과 인구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한다. 유아 출산율의 저하로 인구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 로카쇼 지역에는 인구가 줄지 않았고 땅값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오모리현의 67개의 시나 촌들 중에서도 로카쇼 마을은 어린이들의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방폐장 전시관 옆에는 국제수준의 축구장과 준수한 골프장들도 만들어 둠으로써 그 안정성을 과시했다.

방폐장으로써 로카쇼의 인구가 조금 늘었고, 농축산물도 그 이미지가 나쁘지 않고, 자신들의 건강에도 이상이 없다고 일본 원전 홍보요원은 강조했다. 울진지역에도 기성면 주민의 43%와 근남면 주민의 41%가 방폐장 유치신청을 했다. 이는 울진의 단체장과 의회의 반대가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상당수가 방폐장 유치에 관심이 있다는 한 증거이다.

소위 방폐장 유치 반대단체와 유치 찬성단체들은 좀더 진지하게 방폐장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축적하여 울진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대화하고 경쟁해야 할 것이다. 맹목적 반대와 맹목적 찬성은 모두 해롭다. 소위 방폐장 유치 찬반세력들은 원자력의 혜택과 유해성을 포괄적으로 비교하여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뒤 다수결로 결론지어야 할 것이다.
그럼 일본 아오모리현의 로카쇼 방폐물 처리단지는 한국이 본받아야 할 한 모델인가? 필자는 그렇다고 본다.

첫째, 일본의 로카쇼 방폐장 단지가 성공적으로 유치된 것에는 행정당국과 일본원연(주)의 철저한 정보공개와 홍보가 한몫 했다고 일본 홍보요원은 설명했다. 정직한 정보제공이 주민들의 신뢰를 샀다.

우리나라 정부나 한수원도 주민들에게 항상 진실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믿을 수 없는 정부와 한수원이 바로 방폐장 논란의 핵심적 요인이다. 정부가 지역주민들에게 원전의 장점과 단점, 안전성과 위험성에 대해서 진솔하게 공개하고 주민들의 믿음을 사야 방폐장 처리단지는 덜 어렵게 해결된다고 본다. 모든 협상은 불신으로 깨어진다는 사실을 한수원이나 행정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지역 이익단체들은 원자력 발전소와 폐기물에 대한 공개 토론을 통해서 경쟁해야 한다. 구호와 내용이 다른 위선적 이익단체들의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이분법적이다. 만사의 본질이 애매하지만, 원자력과 방폐장 문제는 정말 애매하다. 방폐장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한쪽이 다른 쪽을 매도해서는 아니 된다고 본다.

경부고속도로의 예에서 보듯이, 한때 옳았던 것이 다른 때에 틀릴 수가 있다. 사실 개발론자들과 환경론자들은 상호 보완적이다. 개발론자들은 단기적 이익에 빠지기 쉽고, 환경론자들은 종종 대안 없는 반대를 잘 한다. 원자력과 방폐장 단지를 두고 이익단체들 간에 공개적 토론과 경쟁만이 최선의 해결책을 제공한다고 본다. 대안 없는 배타성 자체가 약자의 선동방식이 아닌가.

셋째, 울진 주민들도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 이익을 더 늘리기 위해서 진지하게 공부해야 한다. 편향적 시각에 의한 선동에 잠시 휩싸이면 길게는 손해가 온다. 선동세력의 사기성은 고통 없는 행복을 주장하는 것이다. 가끔 실체적 진실은 조작된 여론과 괴리가 많다. 여론은 군중들을 미혹하는 ‘시장의 우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방폐장과 원자력에 대한 치열한 지식과 정보만이 허구적 선동에 미혹되지 않게 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울진이나 로카쇼 같은 오지에는 찜찜한 혜택이 돌아가는 것 같다. 울진주민들은 지역의 산천과 주민들에게 무엇이 가장 유리한지 숙고해야 한다. 필자도 울진에 추가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지만, 핵분열 에너지시대에 방폐장 유치는 장차 핵융합 에너지시대의 무공해 산업을 유치하는 미끼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정치가 불신되고, 사이비 단체들이 난동을 부리고, 주민들이 헷갈리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주민의 이익도 지키기 힘들다. 방폐장 유치는 울진에 위험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울진의 혼란한 상황에서 일본 방폐장에 대한 사례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작은 판단의 실마리가 되길 바랄 뿐이다.

younghwancho@hanmail.net
 
2004-08-10 오전 9:45:30 입력 /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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