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 심포지움
‘유기농업 국제 심포지움(International Symposium on Organic Agriculture)’이 지난 8월 20~21일 울진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렸다. 이번 심포지움은 2005년 7월 22일부터 25일까지 울진 왕피천의 20만평에서 열릴 ‘세계 친환경 농업엑스포’의 리허설과 같은 성격이었다. 이번 학술심포지움의 주관은 ‘울진 세계 친환경 농업엑스포 조직위원회’에서 하고, 단국대학교 유기농업 연구소에서 주관한 행사였다. 후원은 국제유기농업학회를 비롯한 친환경-유기농 협회들과 단체들이 후원하였다. 심포지움은 앞으로 약 1년 남은 친환경 농업엑스포를 위한 중간 점검의 성격을 띤 학술행사에 많은 울진군민들이 참석하였다.

이번 학술행사에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유기농 전문가들이나 농가들이 초청되었다. 독일 본대학 유기농 연구소의 울리치 코프케는 독일 콩농사를 관찰하면서 윤작의 장점을 소개했고, 훔볼트 대학의 하이더 호프만 교수는 멕시코와 쿠바의 유기농업을 분석하여 소개했다. 쿠바는 커피수출을 중심으로 한 ‘상업형 유기농업’과 기초공동체들이 생산하는 ‘자급형 유기농업’을 소개했다. 또 소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유기농가가 살아남는다고 소개한 일본의 유기농부 신지 하시모토씨의 발표는 한국 농가들에게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독일 연방농업연구센터의 마틴 쿠케씨는 유기농업으로 토양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소개했고, 카셀 대학교의 베르나르드 회르닝씨는 유기축산을 하는 원칙과 기술들을 소개했다. 이 밖에도 유기식품 인증제, 인도의 유기농산물 직거래 방법 사례, 캐나다의 토양관리 사례, 그리고 국제 유기농 시장의 현실과 전망 등이 이번 학술세미나에서 소개되었다.

유기농업의 출발과 강조는 상업적 식품산업의 타락에서 기인되었다. 국제 곡물상들이 주도하는 농업과 그들이 공급하는 식품들 때문에 유기농업이 세계적 화두가 되었다.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서 식량생산 대기업들은 과도하게 화학약품들을 사용하거나 유전자를 조작하는 식품들(Genetically Manipulated Foods)을 생산했다. 이로 인하여, 환경과 건강에 해로운 먹거리들이 너무 흔해졌다. 대량 생산된 상업적 곡물들(Commercial Foods)을 오래 먹은 사람들은 각종 고질병들을 겪게 된다. 요즘 아토피성 피부 같은 고질병들도 유전자 조작식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시장의 많은 먹거리들이 몸에 독이 되는 오늘날의 상업적인 식량생산체제는 틀림없이 문제다. 환경과 인간을 해치는 식량생산체제나 음식문화가 개선되어야 하는 이 시점에, 유기농업에 대한 울진군의 관심은 선진적인 발상일 수가 있다.
울진엑스포, 정치 이벤트화 경계
요즘 유기농업을 실험하는 울진의 논들에는 오리들이 여기저기 모여있고, 한국 언론에서는 울진의 유기농 엑스포가 요란하게 소개되고 있다. 아직도 시작단계인 유기농을 전세계에 소개하는 이벤트로, 친환경 농업의 메카로 부상하려는 울진군의 노력에 군민들은 긴장되어 주시하고 있다. 이번 유기농 엑스포를 통하여 울진군은 유기농지 면적과 농가 수를 크게 늘이려고 한다. 2002년 전체 농가수인 5,200가구 중에 약 400가구(약 8%)가 유기농가였지만, 올해 유기농가 수는 약 1,800가구(약 35%)에 이른다고 한다. 또 유기농 재배면적도 2002년 400ha(전체 면적 5,600ha 대비 약 6%)에서 2004년 현재 약 1,300ha(23%)에 이른다고 한다. 비록 세계 유기농 엑스포를 대비한 울진군의 적극적인 지원에 기인했다고 하지만, 통계적으로는 울진에서 유기농지 면적과 농가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번 유기농업 엑스포는 울진의 농업과 한국의 농업에 중대한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약 17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울진 친환경 농업엑스포는 울진의 농업뿐만 아니라 한국 유기농업의 미래에도 어떤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좋은 자연환경에서 무공해 식품들을 생산한다면, 틀림없이 양이 아니라 질을 찾는 사람들의 특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학술 심포지움에서 일본 발표자가 지적한 것처럼, 유기농산품은 생산지의 이미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 점에서 청정 울진은 곧 청정 울진식품과 그대로 연계가 될 것이다. 그래서 좋은 환경의 울진은 유기농업의 본산지로서 일차적 자격을 갖추고 있어 성공의 여지가 높다. 아마 울진의 유기농 엑스포는 새로운 농업의 기폭제로서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유기농 엑스포 같은 대형 정치이벤트는 항상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자칫하면 속은 썩고 겉만 하려한 쇼가 될 가능성이 있다. 울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지자체들이 ‘전시행정’이나 ‘이벤트정치’들을 요즘 많이 한다. 경제가 어려운 한국의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여는 축제들로 한국은 온통 ‘축제공화국’으로 돌변했다. 국가 자본은 다 외국의 손에 넘어가 빚더미인 나라에서 국내의 행정당국은 잔치행정으로 날밤을 샌다. 지방자치 단체들은 각 지방의 특색을 살리는 축제들을 열심히 열고 있지만, 자칫하면 이러한 이벤트 정치나 축제 정치는 실재 국민들의 삶에 아무런 생산적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정학하게 말해서 울진의 유기농 엑스포는 이미 실시된 유기농업의 보고대회가 아니라, 앞으로 실시될 유기농업을 촉진하는 선전대회이다. 그러므로 아직은 역사적인 경험이나 실체가 없는 울진의 유기농을 전 세계에 소개한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자칫하면 일회성 행사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을 품고 있는 것이 바로 울진 친환경 엑스포이다. 가능한 한 우리 울진군의 새로운 발상과 시도가 좋은 결과를 낳도록 군민들도 협조해야 할 것이지만, 울진 유기농 엑스포가 진짜 농민들의 살림살이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시들어 가는 농촌현실을 이용한 정치쇼가 될지는 앞으로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몰락하는 한국경제를 살리는 것은 전시용 축제나 이벤트가 아니라 실용주의적 접근이다. 농수산업 같은 1차 산업이 몰락한지는 한참 되고 제조업인 2차 산업도 중국에 밀리는 한국에서 이제 3차 산업인 서비스산업도 향락산업을 제외하고는 고사상태에 있다. 이러한 불경기적 한국상황에서 소비적 축제산업이나 복지산업이 제 4차 산업으로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세금을 거두어서 그것을 소비하면서 경제를 돌리는 미국형의 소비국가로 한국은 변해가고 있다. 미국이야 달러를 찍어서 세계에 파는 나라니까 소비산업이 위주가 되어도 되지만, 노동품을 팔아서 경제를 돌리는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지자체들은 지역축제와 페스티벌을 너무 즐기고 있다. 울진의 세계 유기농 엑스포가 몰락한 농업을 가리거나 농업의 붕괴를 촉진하는 이벤트로 끝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 전통농법은 유기농업의 원조

▶국제학술심포지움
사실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 유기농을 배울 것이 아니라, 한국의 유기농업전통을 되살려야 한다. 채식, 육식, 해산물이 골고루 섞인 한국의 전통식단은 친환경 농업을 유도하는 좋은 식생활 문화이다. 좋은 식생활, 환경 조화적 문화, 그리고 환경을 섬겨온 한국은 유기농업의 본산이 될 자격이 있다. 한국보다 더 육해공에서 나는 음식들을 골고루 식사에 사용하는 국가는 세계에서 드물다. 이러한 한국의 식사문화는 곧 환경에 친화적인 농업문화를 형성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번 심포지움에서 일본 발표자가 소개한 것처럼, 좋은 식량의 소비가 좋은 식량의 생산을 유도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채식위주의 좋은 식생활 전통을 갖고 있는 한국의 유기농업부터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한국은 풀을 이용한 퇴비를 가장 잘 만드는 농업을 하였고, 인간과 동물의 분뇨들을 다 이용했다. 환경에 적응하고 화학약품들을 사용하지 않은 한국의 전통농업은 세계 친환경 유기농업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 나라 농업학자들과 농부들이 외국에서 유기농업의 모델을 찾는 것은 잘 이해할 수가 없다. 한국인들이 외국에서 배울 것이 있고, 우리가 외국에 소개할 것들이 있다. 우리 나라가 외국에 자랑할 것 중에는 가장 대표적인 것들이 바로 환경조화적 전통사상과 유기농업이 포함될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환경론자들의 책에 동양의 자연조화사상을 소개시키지 않는 사람들은 없다. 정복적 사상으로 자연을 통치하고 조작해야 한다고 믿은 서구 기독교 문화권은 근원적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거부한다. 그러나 큰 산에 작은 사람이 동화된 동양화에서 쉽게 상징되듯이, 동양사상은 근원적으로 친환경적이다.

식량에 문제가 많은 것은 인간들의 식생활 습관에 문제가 많은 것과 비례한다는 주장도 있다. 같은 칼로리의 소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그 300배의 칼로리를 가진 옥수수 사료를 먹여야 생산하는 육고기 위주의 식사 버릇은 결국 환경을 파괴하는 농업구조를 가지게 하면서 동시에 빈국의 빈민들을 굶주리게 만든다. 수풀들을 다 밀어버린 미국의 목장들이 가장 반환경적 이다.

이번 유기농 학술 세미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은 세미나였다. 이번 울진에서 열린 유기농업 국제학술대회에서 우리의 주식인 벼가 아닌 커피나 콩을 주로 다룬 것 또한 하나의 아쉬움이었다. 우리나라에 커피나 콩을 재배하여 수지를 맞출 농가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이번 세미나의 주제나 소재는 울진의 현실과 좀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벼농사를 유기농으로 하는 지역은 그렇게도 없었는가? 하다 못해 일년에 두 번 수확하는 캘리포니아 벼농사 농부의 이야기라도 좀 듣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오늘날 울진이나 한국의 주식량인 벼농사와 관련된 유기농 재배방법을 소개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재정 수지 맞아야 유기농업 성공

▶조영환대표
오늘날 비록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이 세계적 추세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전세계 식량공급의 1% 내외만을 유기농산품이 차지하고 있다. 지나친 이익추구의 상업적 농업(commercial farming)으로 토지상태가 황폐해지고 건강을 파괴하는 식량생산을 막아야 하지만, 여전히 유기농업은 거친 자유시장의 정글에서 소규모 실험적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자유시장에서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식품생산은 고가식품으로 구석시장에 머무를 것이다.

미국에서도 유기농산물은 아직도 도시의 상층들이 즐기는 식품이지, 대중성은 확보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유기농 전문식품점(Whole Food Market)에 있는데, 유기농 식품은 도시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도시 서민들에게 값싸게 공급되는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이전에, 유기농업은 여전히 특수층을 겨냥한 변두리 식량생산수단으로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값싸고 건강한 식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것은 풀기 어려운 유기농업의 숙제이다.

그리고 윤작이나 휴농을 해야하는 유기농업은 수지를 맞추기가 힘들다. 유기농업이 아무리 인간과 환경에 유익하다고 하지만, 결국 농업경영에 수지가 맞지 않으면 현실성 없는 실험으로 끝날 것이다. 유기농업 엑스포 같은 이벤트는 수지를 맞추기 쉽지만, 실재 농업생산에서 수지를 맞추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울진의 한농복구회나 혹은 남미의 기초공동체(Base Community) 같은 곳에서 유기농업은 쉽게 가능할지 모르지만, 자유경쟁 체제에서 살아가는 일반 농부들에게 유기농업이 뿌리내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초기투자에 정부나 지자체가 어느 정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울진의 세계 친환경-유기농 엑스포는 울진의 농업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농업의 장래에 많은 파장을 끼칠 수도 있다. 세계의 곡물상들은 마구잡이로 대량생산을 하는데, 식량자급률이 50%도 안 되는 한국에서 함부로 대량생산을 도외시 할 수가 없다. 우리는 가능하면 농약과 화학비료가 없는 농산물을 생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력을 비롯한 농업의 현실은 유기농을 쉽게 성공시키지 못하게 한다. 찬양 받아야 마땅할 유기농업도 맹점이 있다. 자칫 유기농법이 도시 서민들에게 식량부족을 초래하거나, 세계곡물상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짓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유기농업 엑스포는 참으로 큰 실험이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울진에서 실험되는 유기농업이 인간과 자연에 현실성 있게 유익하도록 기원할 뿐이다.

/조영환 본사대표
2004-08-28 오전 9:45:30 입력 / 수정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