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유기농식품

▶조영환대표
[조영환대표 기획특집]식량문제에 대한 두 가지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그것은 첫째 충분한 양을 공급하는 것이고 둘째는 양질의 식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충분한 양을 공급하자면 화학비료의 사용을 줄여서 농토의 지력이 좋아져야 하고, 좋은 질의 식품은 유전자 조작과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좋은 질의 식품도 적게 공급되면 가아와 궁핍이 생기고, 나쁜 질의 식품을 많이 공급하면 인류의 체질조건이 병들고 망가진다. 좋은 질의 식품을 많이 공급하는 것은 간단한 숙제가 아니다. 특히 식량의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식량정책이 간단치 않다.

먼저 세계의 식량문제는 곧 세계의 인구문제이다. 지난 40년 동안 세계 인구는 두 배가 되었다. 매년 남한인구의 두 배인 약 9천2백만의 인구가 새로 늘어난다. 이 모든 인구증가는 곧 식량공급의 증가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량공급은 별로 늘어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식량증산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인류는 쉬운 방법으로 값싼 식량을 공급하기에 몰두하게 된다. 지나치게 값싸고 쉽게 식량을 공급해야 하는 식량수요의 압박으로 식량의 질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 인류를 다 먹일 좋은 질의 식량공급은 인류의 영원한 과제이다.

인류가 저질의 식량을 사용해야 하는 원인 중에 지나친 서구식 육류소비도 한 몫을 차지한다. 세계 곡물생산의 너무 많은 양을 육류를 생산하는 가축들이 먹어치운다. 미국에서 가축들은 미국인들이 먹는 곡물의 5배를 먹어치운다고 한다. 1근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소는 16근의 곡물을 먹어야 하고 돼지는 6근의 곡물을 먹어야 한다. 미국에서 생산된 옥수수와 밀의 90% 이상이 사료용으로 소모되는 육류생산의 현실이 미국산 식량의 질을 떨어뜨린다. 강대국민들이 소고기로 비만에 시달릴 때, 약소국가들의 국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린다.

약소국의 사람들보다 강대국의 가축들이 더 많은 식량을 먹어치워서, 하루에 4만 명의 아이들이 세계적으로 굶어죽어 나간다. 이들에겐 유전자가 조작되고 농약이 묻은 식량도 그리운 것이다. 사실 50% 이상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곡물들도 대부분 유전자가 조작되고 농약이 묻은 곡물들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생산이 줄면 줄수록, 더 많이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이는 유기농 숭배자들도 한번쯤은 눈여겨보아야 할 사실이다. 지나친 유기농식품의 강조로 식량생산량이 줄면, 한국인들은 더 나쁜 질의 수입식량을 소비해야 한다.

식량의 수요가 왜곡되면 곧 식량의 생산도 왜곡된다. 미국에서 6천만 에이커가 인간용 식량을 생산하는 반면에, 12억 에이커가 가축의 사료를 위한 농사를 짓는다. 2억6천만 에이커의 수풀이 농장을 만들기 위해서 베어졌다. 천수답에서 자연의 물로 벼농사 짓고 산에 나는 풀들로 반찬을 만든 우리나라의 자연식문화와 아주 다른 식료품문화를 서구사회는 가졌다. 서구의 육류위주의 식단은 곧 사료공급 위주의 농사를 촉발시키고 결국은 저질 식량생산에 귀착된다. 서구의 식품문화는 유기농을 따로 연구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통농업은 모두 유기농법으로 지어졌다. 문제는 경제성으로 인해서 우리의 전통 유기농업이 현재 파괴되었을 뿐이다.

인류는 더 좋은 질의 식량을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 나쁜 질의 식량은 곧 인간의 몸에 병이 들게 하는 신체조건을 조성한다. 음식을 곧 약으로 여긴 동양문화에서 음식의 중요성은 가히 약의 중요성을 넘어선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음식과 약을 오래전부터 분리시켜서, 음식의 중요성이 우리보다 더 강조되지 못했다. 이에 더하여 서구의 자본주의는 돈만 되면 신이라도 팔아먹는 정신구조를 인간들에게 심어주었다. 그래서 식량은 오직 돈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여, 유전자를 조작하고 비료와 농약을 무한정 사용한 식량이 전 세계로 공급되고 있다.

오늘날 대량생산을 위한 식량의 씨앗은 너무 많이 유전자 조작이 되어 있고, 농지는 너무 많이 황폐화 되어간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미국의 콩과 옥수수가 유전자 조작되어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에 타격을 입힌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돈을 위해서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은 천벌을 받을 범죄행위이다. 영미국가가 얼마나 식량에 조작을 심하게 했으면, 소에 소고기를 갈아먹이다가 광우병까지 만들어 내었는가? 서구농업에 건전한 식량생산을 주문해야 한다면, 우리나라는 식량을 많이 생산하는 것이 급선무다. 농부가 떠나가서 묵혀놓은 땅의 소유주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망국적 농업정책을 가진 한국같은 나라가 어디 있는가?

그런데 식량생산에 가장 밀접한 자연적 요소는 바로 표토(topsoil)이다. 표토가 없으면 농사는 못 짓는다. 이 표토가 1인치 증가하는데, 자연은 약 600년의 시간을 요한다고 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표토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객토와 퇴비생산을 열심히 하였다. 이러한 전통을 오늘날 어떻게 경제성 있게 활용하는가는 우리 세대의 농업과제이다. 또 한국의 자연은 지구에서 표토생산에 가장 적당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의 수풀들 중에 한국의 수풀들이 가장 건강한 수풀이라는 최근 보고서는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유기농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첫 번째 요소는 바로 표토의 사라짐이다. 미국의 경우 200년
전에 풀이 자랄 수 있는 표토의 두께는 평균21인치였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의 표토두께는 평균 6인치로 줄어들었다. 전 지구적으로 매초 761톤의 표토가 사라진다고 한다. 풀이 자랄 수 있는 표토가 다 사지지면 곧 그 땅은 사막이 된다. 사막은 표토가 사라진 땅을 지칭한다. 지구의 사막화가 식량감소를 몰아오고, 식량부족이 곧 인구의 기근과 사망을 몰고 온다.

식량의 문제는 곧 지력의 회복과 밀접한 관계를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력증진의 방법을 우리 조상들이 가장 잘 알고 실천했다. 우리 조상들은 논밭의 지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온갖 과학적 방법을 개발하여 활용했다. 객토, 두엄사용, 윤작, 간작, 휴작 등 소위 오늘날의 유기농 선진국들이 권장하는 농경법도 한국의 전통농가들은 이미 수천년 동안 모두 다 활용해왔다. 울진군에서 세계유기농엑스포를 한다고 많은 경비를 쓰지만, 사실은 유기농업의 원조는 한국이다.

유기농의 원조가 한국인데 엄청난 예산으로 한국과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유기농법을 후진국들로부터 배우자고 하는 것은 좀 모순이 많다. 땅이 좁고 인구가 많고 농약과 비료를 생산하지 못한 한국의 농촌사회에서는 생존을 위해서 자동적으로 유기농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날 쿠바를 유기농의 메카로 울진군수가 숭배하는 것도 쿠바가 경제봉쇄를 당하여 비료와 농약을 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부분이 농업에 매달린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의 유기농법은 국민의 5%가 농업에 매달인 자본주의국가인 한국에 경제구조의 측면에서 맞지 않다.

산에 풀을 베어서 마구간에 매일 깔아준 뒤에 소똥과 섞인 퇴비를 마당 구석에 쌓아두어, 지렁이와 벌레들이 부양된 퇴비를 논밭에 깐 것은 유기농업의 총아이다. 쿠바, 캐나다, 일본, 미국의 유기농법을 다 모아보아도, 우리나라 거름더미를 쌓아둔 시골농가보다 더 발달된 유기농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나라의 훌륭한 전통을 경시하고 경제체제가 전혀 다른 쿠바와 같은 사회주의 농법을 배우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약하다.

사실 한국의 농법과 음식문화는 유기농법을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도 없을 만큼 자연친화적이다. 이에 비해, 육류에 의존하는 서구식단이 식량의 질과 어린 생명을 해친다. 동양문화의 우월성을 말하는 국수주의자는 아니지만, 동양문화의 자연보호정신은 참으로 훌륭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도 한국의 음식존중과 자연숭배는 지나칠 정도이다. 서구의 식단은 환경파괴를 유발시키지만, 우리나라의 식단은 저절로 환경 파괴적이지 않다.

유기농업과 유기식품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자연을 섬긴 한국전통에서 그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지난번에 울진군의 유기농엑스포 관계자들이 쿠바를 방문한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서, 대구매일의 황이주 기자는 소위 유기농 선진국의 유기농이 별것 아니라는 자각과 함께, 한국농업이 유기농법의 메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경탄했다. 유기농의 모든 실험과 대답은 한국에 있다. 쿠바와 북미를 돌면서, 마치 그들 국가가 유기농 선진국이라고 말한 사람들은 울진군민들을 속였거나 혹은 무식하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울진 유기농엑스포를 지도하는 몇몇 대학의 교수들, 농업 공무원, 농수산부 장관은 울진군민을 오도한 것이 아닌지 질문하고 싶다.

경제적 수지를 빼고 말한다면, 유기농업은 우리 몸에 아주 좋은 식량생산 방식이다. 그러나 그 경제성은 여러모로 고민해야 한다.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비와 수요가 문제다. 농부들에게 수지가 맞지 않는 농법은 아무리 이상적이라도 성공하지 못한다. 20년 동안 울진읍 온양리에서 유기농을 했다는 한 건강한 농부가 재래시장에서 오리농법의 한계를 지적하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유기농의 장점과 그 경제성의 문제는 울진의 정직한 농부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울진의 유기농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외국인들보다는 한국농부에게 그 비법을 묻고, 외국의 후진 유기농법보다는 우리의 전통 유기농법에서 그 지혜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울진 유기농엑스포는 외국의 성공사례를 배우는 것만큼, 한국 전통농업의 우수성을 알리는 기회로도 삼아야 할 것이다. 울진 유기농엑스포의 성공을 위해서, 한국의 전통농법이나 울진의 농부들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쿠바와 북미 유기농 관람자들 중에 정직한 몇몇 사람들이 밝혀두었듯이, 선진국가의 유기농법은 우리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 유기농업엑스포는 유기농부들을 위한 행사이다. 농업엑스포의 주체는 울진 농부들이다. 울진 농부들의 유기농 경험이 많이 소개되도록 엑스포 행사일정을 짜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2005년 유기농엑스포는 일회적 행사이지만, 농업은 농부들의 생존을 위한 장기적 과제이다. 농사로 살아가는 농부들에게, 유기농업 이벤트만큼 유기농업 자체가 성공해야 한다. 농업행사는 농부들의 삶을 위한 수단이다. 우리나라의 탁월한 퇴비생산, 토질개선, 종자보존 등이 잘 소개되어서 울진농부들의 자존심도 살리고 한국의 유기농을 다른 나라들에 소개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지나치게 허풍스러운 행사는 농심에 어긋난다. 검소한 비용의 울진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가 질이 좋은 먹거리의 다량생산에 일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2004-10-22 오전 9:45:30 입력 / 수정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