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림의 꽃과 나무 이야기 (4)

 

꽃도 떨구고 낙엽도 떨쳐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시리도록 푸른 하늘빛이 그려지는 찬 겨울의 계절이다.어찌 하늘만 시릴까!

시린 바다를 건너 거문도에서 만난 동백꽃의 빛깔은 차가운 하늘빛과 겨울 바다 빛을 중화시켜 뜨거움 마저 느끼게 하는 붉은 빛이다. 통꽃으로 '툭' 하고 떨어질 때면 가슴 한 켠이 쿵해 진다는, 요즈음 말로 '심쿵해 진다' 라고 표현했던 대학 1학년 때 야생화 교수님의 표현이 중년이 된 지금에야 깊은 공감을 일으키게 한다.

주로 해풍을 맞으며 남쪽이나 섬 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이어서 내륙은 고창 선운사까지, 해안 쪽은 좀 더 위쪽인 마량리, 섬은 대청도까지 자라는 꽃나무이다. 또한 한겨울에 수분(受粉)을 도와 줄 식생들이 부족한 탓인지 동박새의 도움을 받아 수분을 하고 꿀을 제공하는 조매화(鳥媒花)이기도 하다.동백(棟柏.冬柏)은 말 그대로 겨울나무이다.

동백이란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이름이고, 중국과 일본에서는 산다화(山茶花) 라는 이름으로 많이 표기가 되어 있다. 실제로 차나무 꽃과 동백나무 꽃의 속을 들여다보면, 수술이 풍성하고 촘촘한 모습이 많이도 닮아 있다.

또한 강원도 지방이나 울진에서는 산수유와 비슷하게 생긴 생강나무를 산동백 또는 올동백이라 부르고 있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은 여기서 말하는 붉은 동백꽃이 아니라, 산동백이라 불리는 노란꽃의 생강나무를 말한다.
 

붉은 동백나무 열매에서 기름을 짜서 사용하던 남쪽지방과는 달리 중부지방에서 보기 힘든 동백나무 대신 생강나무의 씨앗에서 기름을 짜서 썼다는 공통된 이유로 생강나무를 동백으로 불렀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문학에서도 엿 볼 수가 있다.어디 문학뿐이겠는가!

대중가요 또한 동백꽃을 노래하는 수 많은 가사들 속에 고스란히 녹아 동백꽃에 대한 애틋한 사연들이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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