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림의 꽃과 나무 이야기(5)

 

화사한 봄빛이 완연한 3월이다. 봄꽃을 보려면, 야생화를 보려면 허리를 굽혀야 한다. 매서운 꽃샘바람이 볼을 스칠 때마다 봄은 언제 오려나 하던 떨던 목소리를 뒤로한 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봄꽃은 이미 부지런히, 어김없이 피어나고 있다.

봄이 저만큼이 아닌 이만큼 왔다고 알리는 꽃 노루귀! 오랜만에 7호선 지하철을 타고 광명시에 위치한 구름산을 올랐다. 소하동과 노온사동의 경계에 있는 나지막한 구름산의 양지바른 곳에 피어난 조그마한 개체의 노루귀는 발길을 멈추고 허리를 기어코 굽히게 만든다.

온 몸에 솜털이 복슬복슬한 노루귀는 이맘때쯤 전국각지에서 자라며, 개체수가 많고 개화기간이 길어서 꽃쟁이들에겐 더없는 봄 여정의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노루귀란 이름은 꽃이 진 뒤 삼각형 모양의 잎이 나오는데, 그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학명인 Hepatica asiatika Nakai 인 것을 보면 학명자들은 노루의 귀보다는 사람의 간(肝)을 더 닮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노루귀의 색깔은 흰색, 분홍색, 청색이 있으며, 남쪽지방에서 자라는 새끼노루귀와 울릉도에서 자라는 섬노루귀도 있다. 그 중 울릉도에서 자라는 섬노루귀는 눈처럼 희고 깨끗하며, 일반 노루귀 보다는 좀 더 큰 구조이고 꽃잎으로 보이는 흰색 부분은 꽃잎이 아닌 꽃받침이다.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이 대체로 다른 지역보다 크기가 큰 것은 울릉도의 습하고 따뜻한 기후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울릉도의 특산물이자 전초를 두통, 치통, 복통 등의 약용으로 사용하는 섬노루귀를 후포항에서 씨플라워호를 타면 만나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구름산의 노루귀를 뒤로한 채 봄꽃들의 향연을 따라 또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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