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상스님 (이규훈)

 

첫 대면에서 고향을 묻고 나이를 따져 서열을 정하는 것이 우리네 정서다.

승려라는 신분 때문인지 처음부터 고향을 묻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몇 마디 오가고 나면 혹시 경상도분이십니까? 하며 족보를 파악하려든다. 특유의 억양과 어투가 금방 나타나는가보다.

아직도 TK지역은 보수우파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 고향이 확인되는 순간, 종종 대화의 모양새가 바뀜을 느낀다.
좌우, 보수진보는 대립이 아니라 상호협력의 관계이다.

마치 우리 몸이 좌우대칭으로 되어있듯이 말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생존을 위해서이다. 일반적으로 오른손이 힘이 세고 섬세한 반면 왼손은 지구력이 강하다. 인간이 정글에서 살 때, 왼손으로 나뭇가지를 잡고 오른손으로 열매를 따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가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보수와 진보가 상호협력의 관계를 가져야 한다.
정치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내 곡간의 쌀(세금)을 가져가는 것이다. 인류가 농경을 하면서부터 생산물을 저장하게 되었고, 저장된 곡물을 빼앗기 위한 다툼들이 일어났다.

이때 특정집단이 나서서 개인들 간의 질서를 유지하고 그 대가로 곡물을 가져갔다. 점차 이들의 영향력이 커졌고 다수의 사람들을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국가를 만들고, 전쟁을 해온 것이 인류의 역사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선거는 권력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한 방식이고, 복지국가는 내 곡간에서 가져간 세금을 잘 사용해야 한다는 민중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현대사회는 숨 쉬는 것조차 정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이 들지 않는 공기, 햇볕, 물 등은 정치의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세먼지문제로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고, 오존층이 파괴되면서 특별히 피부관리를 해야 하며, 수돗물에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비용(세금)이 들어가는 것은 모두가 정치다.

또 다른 예는 TV연속극에서처럼, 전쟁터에 나간 이름 없는 민초들은 칼에 죽고 추위와 굶주림으로 내몰린다. 그런데 궁궐에서는 임금이 전쟁을 걱정한다며 반찬 몇 가지만 줄여도 신하들은 온갖 미사여구로 아부를 한다. 전쟁이 끝나면 민초들의 주검은 들짐승의 밥이 되고 궁궐은 온갖 이익을 독차지 한다. 이러한 정치권력의 부당함에 저항하여 민주주의가 탄생했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서 유지된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정당이 내가 낸 세금을 바르게 쓰는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국가는 전 국민이 골고루 잘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위 10%가 90%의 경제력을 독점하고 있는 현실에서도 보편적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하는 분들도 상당수 있다. 이것은 상위 10%의 입장을 대변하고 거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하다.

사회라는 큰 틀에서 보면 기업이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자들이 비용을 지불한다. 소비자가 없으면 기업은 유지될 수 없다. 기업이 돈을 지나치게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소비자의 몫을 많이 챙겨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는 당연한 정책이 되어야 한다.

모르긴 해도 울진에는 상위 10%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우리가 낸 세금을 잘 쓰고, 국민 모두가 잘살고,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에 앞장서는 사람들을 뽑았으면 한다. 마을회관에서 얻은 정보가 전부인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선거에 대해 몇 자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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