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석 회장 (강남 프로비스타호텔 회장)

 

2012년 12월 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7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아리랑이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크게 보도된 바 있습니다.

너무도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국악에 대한 무지함 또한 느끼게 되었습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관람한 적은 있었지만, 바로 옆에 국립국악원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1인당 GNP가 $50에 불과했던 우리 연령의 세대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고, 산업사회로 들어서면서 밤낮없이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문화를 향유할 여유가 없었으며, 또 문화생활을 할 만한 사회적 기반도 매우 취약했습니다.
 

이후, 자식 세대에 와서 경제가 좋아지고 Global化 되면서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었고, TV나 Radio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비롯한 가요, 코미디 등의 대중문화가 크게 유행했습니다.

특히, 가요는 세대를 아우르며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방송국에서 매년 개최하는 연말 경연대회 같은 프로그램은 온 국민의 관심과 인기를 끌며 대중들을 즐겁게 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러한 대중가요의 인기에 밀려 국악은 일반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국립국악원과 국악FM방송국이 있지만 소수의 관계자들만 이용할 뿐 국악은 일반 대중의 호응과 관심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수 년 전부터 정부의 문화융성을 위한 일환으로 국악이 크게 대두되어 각 지자체도 국악에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문예회관을 건립하고 국악관현악단 창단과 국악경연대회 개최 그리고 국악 관련 지역축제 활성화, 기금지원 및 아이디어 공모사업 등 국악인들을 위한 각종 지원혜택이 늘어나고 있지만 국악계의 현실은 아직도 열악하기만 합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2개의 국립 국악중고등학교와 30여개의 사립 예술중고등학교를 비롯하여 대학원 석사, 박사 과정을 포함해 전국에 국악과가 있는 대학이 25개교가 있어, 연간 배출하는 국악 전공 졸업생이 해마다 1,000여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이들이 사회에 나와 취업할 수 있는 기회는 소수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또한 이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치기 위한 연습공간 조차도 마땅치 않아 자력으로 해결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35년간의 직장생활은 물론, 현재까지 사업 활동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도움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미력하나마 사회 환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리랑의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계기로 정효(正曉)국악문화원이라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정(正)은 불교의 8정도(八正道)의 정(正)字와 원효대사의 효(曉)字를 차용하여 正曉라 명명하였습니다.

정효국악문화원을 통해 작으나마 국악의 저변확대에 도움이 되고, 국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모범적인 성공사례를 남겨 보다 많은 후원자와 재력가들이 국악발전을 위한 유사 단체를 설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동안 2016년 한불수교 130주년기념 프랑스 파리15구 초청공연을 비롯한 안숙선, 조창훈 등의 국악명인전과 무형문화재인 재담소리 이수자 공연, 신진국악무대, 목요상설공연 등을 정기적으로 운영하였고 작년에는 전국 최초로 재담소리 경연대회를 개최하여 연례행사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올해에는 정효국악문화원에서 외국인을 위한 국악공연과 국악 태교음악회, 그리고 각종 상설공연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국악의 저변을 확대하는 씨앗이 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김정석 회장은 울진군 평해읍 월송리 출신으로 연세대학교와 한국은행을 거쳐 삼성에 입사, 35년간 근무하였으며 그룹 부회장으로 은퇴하였다. 현재 서울 강남 프로비스타 호텔(5성급 특급호텔)을 경영하고 있으며, 재단법인 정효국악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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