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변종현 사회부장

 

세상에 듣기 좋은 비판이란 없다. 그건 마치 송곳과도 같아서 살짝만 지적해도 아프게 다가오곤 한다. 때론 사회를 바꾸는 힘으로도 작용한다.

옛말에 ‘충언(忠言)은 역이(逆耳)’라며 고언(苦言)에 방점을 두지 않았던가. 충신은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권력에 쓴말을 했다. 사회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가진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기레기’로 대변되는 오늘날 언론 생태계를 지적하는 시각이 결코 가볍다 할 수 없지만, 현재 우리 사회가 비교적 건강하게 지탱하는 데에는 언론의 비판적 기능이 뒷받침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나쁜 언론이냐, 나쁜 기자냐 하는 판단은 자사 이기주의와 사익을 추구하는 기레기 차원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불의(不義)를 보고도 펜을 꺾는 순간이 잦을수록 확연히, 그리고 저절로 드러난다. 언론은 보도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걸 포기하는 순간 더 이상 언론이 아니다.

사회부를 맡은 지 3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 영남일보 사회부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행정⦁자본⦁이익집단 등 ‘지방권력’의 부정⦁비리와 정책에 대해 유난히 많은 비판적 보도를 쏟아냈다.

이 때문에 외부인뿐 아니라 내부의 기자까지도 ‘왜 그렇게 까느냐’ ‘관계가 좋지 않으냐’ ‘무슨 의도가 있는 건 아니냐’ 등을 물어 올 정도다. 지역사회가 지역언론을 바라보는 수준을 짐작할 수 있어 안타깝지만, 한편으론 언론의 소임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으로 들려 기분 나쁘지 않다.

문제는 비판을 받는 ‘지방권력’의 자세다. 권위주의시대 정치⦁자본권력이 언론을 통제하려 했다면, 탈권위주의시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 권력은 이익집단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비판의 대상이 왜 하필 우리냐는 고함 섞인 항의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막무가내식 고소나 기자 파면 요구까지 날로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몇 주째 영남일보 사옥 앞에는 대구 사회복지계 한 이익단체의 집회와 한 복지시설의 1인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시설에 대한 대구시 점검결과를 보도한 데 대한 불만 표시다. 이들은 영남일보가 왜곡, 거짓 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각성할 것과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파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복지시설은 당사자여서 그렇다 해도 연합체 성격의 이익집단이 전면에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회원 단체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우리 편이 당하고 있다’는 식의 제 식구 감싸기로 보인다. 사실과 진실 모두 정확히 보지 못하고 있음에 안타깝다.

특히 대구시가 생산한 문서마저 출처불명이라고 우기는 장면에선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집단 내 소수 권력층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집단 전체의 이익으로 치환하려는 움직임에는 뒷맛이 씁쓸하다. 현장에서 ‘빛나지 않는 위대한’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상처 입을까 걱정된다.

한 전직 국회의원이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지방분권 개헌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그는 “(권한을) 나눠주면 뭐해요. 나눠줘 봤더니 탐욕의 정도가 중앙을 웃돌고…. 많은 토호들과 짬짬이에…. 사각지대예요. 중앙에는 TV에도 나오는데 저 지방에서는 뭘 하는지 모르고…”라고 했다. 그의 말투는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방을 비하하는 듯 보였다. 불쾌하지만 돌이켜보면 아픈 지적이다.

그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지방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된 데에는 제왕적 자치단체장과 이제는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 잡은 각종 이익집단에 대한 견제⦁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당 독점 지방의회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지역언론 또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이 시점에서 언론의 비판 기능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지역뉴스는 지역 역사의 초고(草稿)다. 언론이 항상 옳을 수는 없지만, 또 항상 완벽하지는 않지만 계속 보도해 나가야 한다. 그게 언론의 일이다. 행정⦁이익집단 등 지방권력의 책임을 지역언론이 묻지 않으면 누가 묻겠는가.

지역언론이 쓰지 않으면 지역사회가 패배하는 것이고 지역민이 패배하는 것이다. 지역언론이 섬기는 건 지역민이지 지방권력이 아니다. 누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가. (위 글의 일부 내용은 영화 ‘더 포스트’의 대사에서 차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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