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차영발레단 『발레와 함께 하는 여행』 공연

무용수들은 마치 오선지에 그려진 음표처럼 무대 위를 미끄러졌다. 돈키호테가 되어, 때로는 요정으로, 또 때로는 백조가 되어 무용수들은 동작의 빠르기와 높낮이를 변주하면서 멜로디와 하나로 겹쳐졌다.

울진군여성대회에 맞춰 『2004 발레와 함께 하는 여행』으로 울진을 찾아온 「서차영 발레단」은 발레를 생전 처음 접하는 대다수의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배역을 몸으로 살아온 무용수들만이 그려낼 수 있는 혼신의 연기와 절정의 기교로 감동을 자아냈다.

 `돈키호테(Don Quixote)`의 3막 중 결혼식 장면에서의 키트리와 바질의 2인무를 시작으로, `고팍(Gopak)`의 힘찬 음악과 그에 걸맞은 동작, `무드(Moods)`, `외출`, `회상(Memory)`, `라 바야데르(La Bayadere)` 2막 중 결혼 축하연의 감쟈티와 솔라의 2인무 등 1부 공연에 이어,

`겐자노 꽃축제(The Flower Festival in Genzano)`에서의 사냥꾼 파올로와 그의 연인 로자의 연기, `스페니쉬 로맨스(Spanish Romance)`, `탈리스만`에서 바람의 신이 갖고 있는 부적 탈리스만을 훔치러 인간들이 보낸 요정의 춤, 발레의 명작으로 불리는 `호두까지 인형(The Nutcracker)` 중 환상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스페인, 아라비아, 중국, 러시아 등 신비롭고 신나는 인형들의 춤, 백조를 쫓아 숲속으로 온 지그프리드 왕자가 호숫가에서 마법에 걸려 밤에만 사람으로 변하는 오데트공주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반한 왕자는 청혼을 한다는 내용의 `백조의 호수` 중 2막 등 2부 공연이 계속되면서,

대부분이 발레 관객의 초심자인 지역민들에게까지 ¨발레는 곧 움직이는 조각의 아름다움¨이라는 등식의 정의를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했다는 호평을 얻었다. 지난 82년 창단한 이래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공연을 펼쳐온 「서차영 발레단」의 단장인 서차영 세종대학교 무용과 교수가 인용한 `아름다움이 세계를 구한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처럼 지역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발레 무용수들의 절제된 섬세함과 드라마틱한 연기는 그 아름다움으로 관객들의 숨을 멈추게 했고, 흥겹고 화려하게 수놓여진 춤의 성찬으로 관객의 흡인력을 높이며 가을의 감동을 배가시켰다.

/이명동기자(uljinnews@empal.com)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