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무선사 6K5VLI 박정환73 !

 

지난 8월18일 토요일 울진종합복지센터에서 아마추어무선강습회가 있었다.

어떤 수강생은 멀리 안동에서 자격을 취득하려고 찾아왔고, 또 다른 수강생은 좀 더 강한 무선전파를 송출하고 싶어 자신의 4급(송신출력 10W) 무선사 자격을 3급(100W)으로 승급시키려 왔다.

이날 강습회 진행을 맡아서, 전파이론 강의를 엿듣다보니 무선전파의 성질에 관한 내용이 인상에 남는다. 단정적으로 하는 이야기하자면, 전파는 방사선과 같다.

평소에 이 말을 회원들에게 했더니 정신이 나간 놈 취급을 했다. 방사선에 대한 공포가 심하니 충분히 그럴 것 같다. 돋보기로 종이 위의 한 곳에 햇볕이 모이도록 촛점을 맞추면 종이표면에 온도가 올라가 까맣게 태워진다. 빛을 분산하느냐(전파) 집중하느냐(방사선)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 걸 한눈에 경험한다.

그러나 비오고 구름 낀 날 태양 빛의 세기(강도)로는 종이를 태우지 못한다. 결국은 돋보기의 촛점(전파냐 방사선이냐)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햇빛의 세기(강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되면, 전파와 방사선이 같다는 이야기는 다한 셈이다.

전파는 전자파(電磁波) 또는 전자기파(電磁氣波)의 줄임말이다. 전파란 쉽게 말해 전기의 성질(電界)과 자석의 성질(磁界)이 함께 공존하며, 허공을 나아가는 파동(波動)이다. 3,000 기가헤르츠(GHz) 이하의 주파수를 갖고 파장이 길어서 공간을 직진도 하지만, 잘 휘어져 먼 거리까지 전달이 되니, 무선통신에 사용하기 딱이다.

이에 비해 방사선은 어떨까? 전파와 견줄만한 방사선의 종류 중에는 엑스선(X-ray)과 감마선(r-ray)이 있다.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이 엑스선과 감마선을 다른 말로는 전자기방사선(電磁氣放射線)이라고 부른다. 빛과 성질이 비슷하다고 해서 광자(光子)라고도 한다. 주파수는 매우 높고(즉 파장이 매우 짧다) 전파보다 직진성이 좋아 물질에 닿으면, 이온화시키는 재주를 갖고 있다. 방사선에 의한 이온화 현상 즉, 전리(電離)현상 때문에 사람들이 방사선을 더 무서워하는지도 모른다.

전자기파와 전자기방사선.......'전자기' 라는 앞머리가 뭔가 공통점을 갖고 있으리라는 것쯤은 어림짐작으로도 알 수 있다. 돋보기의 예에서 보았듯 종이가 빛의 열에 의해 태워져 본 모습이 변하게 되었지만, 빛이 불이 되어 타게 한 것이 아니고 여전히 빛으로만 있기 때문이다. 결과의 양상이 다를 뿐 전파와 방사선도 그 근원(파동 에너지)은 차이가 없다.

결론은 전파와 전자기방사선의 가장 큰 차이가 전리현상의 유무라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점도 많다...) 사람의 몸에 해가 되고 안되고 결정은 전파냐 방사선이냐의 선택적인 부분이 아니라 전파가 가진 에너지, 방사선이 가진 에너지로부터 전달받은 크기(강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강력한 전파는 당연히 해롭고, 미약한 방사선은 인체의 위해로부터 자유롭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기에 우리들이 병원에서 CT나 엑스레이 촬영 등에 불안이나 공포를 말하지 않는 이유도 다 이와 같다. 전파와 방사선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맘에 갖고 있으면 방사선의 공포와 오해에서 조금은 맘이 편해지고 수용성이 늘어나리라 생각한다.

무선교신을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 강력한 전자파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아마추어무선을 즐기는 무선사들 상당수는 80세 이상의 고령인 분들이고, 대부분 반백년 이상을 아마추어무선교신을 즐기며 지내고 있다.

지난해 106세를 일기로 SK(Silent Key, 사망) 하신 최고령의 무선사분(미국)이 계셨으니, 진정한 무병장수를 위해서도 아마추어무선을 즐기는 기쁨은 누려도 좋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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