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문(시인, 논설위원)

 

       평화


                                       김진문
 

봄날 마른 가지에 바람이 불어 하늘하늘 춤추는 새싹의 생명 그 무엇
풀밭에 개미가 송알송알 쌓아놓은 동그란 흙담 같은 것

여름 한낮, 해바라기 커가는 마당 한 켠 삽살이 늘어지게 자다가 어슬렁거리는 것
풀밭 민들레가 홀씨를 날리고, 소금쟁이가 웅덩이에 물 그림 그리며 미끄럼 타는 것

청동 하늘 비둘기 한 마리, 구름 따라 나르는 자유로운 하늘이 되는 것
달 밝은 날, 저어기 무리지어 가는 기러기 가족 펄럭이는 하늘 날개 같은 것

눈 내린 들판, 겨울 꿩이 검은 산 아래 날개 사뿐히 접을 때 반짝이는 눈 비늘 고요함 같은 것

비가 죽죽 내리는 날, 어깨가 축축한 날 김치찌개에 막걸리 한쭈발*
흐릿한 수채화가 되고픈 평화.



<2018.대구경북작가시선집『사람이 되어갔다』에서 재수록>

*‘한 사발’의 울진 사투리
 

 

덧말)
언젠가 어느 화첩에서 본 <고흐>의 걸작 <감자먹는 사람들>, 그들의 손은 거칠고 투박하다.
손마디마다 못이 박힌 듯 노동의 흔적이 뚜렷하다.
희미한 등불 아래 저녁을 함께하는 다섯 이웃들. 하루의 고된 농사일을 끝내고, 저녁 먹을거리인 감자와 커피인 것 같은 음료 잔, 너 덧 개, 낡은 주전자 둘 등 소박한 식탁 분위기와 수수한 옷차림새는 가난하지만 평화와 따뜻한 정감이 흐르고, 인간애가 물씬 묻어나는 그림이다.

한마디로 『사람살이와 진정한 평화로움이 무엇인가?』 묻고 있다.
졸시 <평화>도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소박한 삶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
저렇듯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사람살이와 작은 평화도 비폭력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남북정상이 추석을 앞두고 또 만난다고 한다. 지난 4월, 『더 이상 전쟁이 없다』라고 선언한바 같이 이번 만남도 한반도 영구적 평화에 기여하는 노둣돌이 되길 바래본다. <벤자민플랭클린>의 말이다.<좋은 전쟁, 나쁜 평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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