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차 길따라... 참가기
파리의 연인 심인숙

 

잘디 잔 일상의 분주함을 심하게 걷어차며 또 한 번의 설레임을 안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그 시각에 우린 길을 따라 떠났다. 언제부터인가 이맘때면 야무지게 랩핑되어 있는 겨우내 먹을 소양식들의 하얀 뭉치들이 덩그러니 논바닥에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차창을 통해 전달된다.

전국 어디를 가나 온통시야를 빨강, 주황, 노랑으로 채운다. 유화인가? 수채화인가? 작년(17년) 6월30일에 완공된 인제의 내리천휴게소에 다다랐다. 왼쪽코너에 김경미 시인이 쓴 ‘길의 노래’ 자꾸자꾸 저 길을 보라고 한다.

“동홍천-양양고속도로 푸른 심장 뛰는 소리를 들어 보라고 한다. 강원의 기적을 만들게 하고 새로운 미래가 만들어지며 아름다운 산하에서 천년의 빛으로 남을 저 길을 보라!” 고 한 글귀를 소리내어 읊으며, 로컬푸드 코너에 가서 잣, 황태, 수리취떡을 구입했다.

문학과 역사적인 숨소리가 있는 곳으로 탐방을 하며, 여행을 하는 목적과 취지로 울진신문사에서 주관하는 ‘길따라 맛따라’ 기행은 벌써 24회째를 맞이하고 있었다. 한반도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이번엔 하나의 퍼즐조각인 춘천으로 향했다.

김유정 작가의 생애와 문학이 담긴 문학촌의 해설사에 의하면, 작가로서 꿈을 키운 자리가 이곳 승리, 실레 마을이라고 한다.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옴폭한 떡시루 같다하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농민들의 생생한 생활언어를 파악하여 선생만의 독특한 언어감각과 해학의 세계를 형상화하는 기초를 다졌고, 그의 작품에는 실존인물이 등장인물로 나온다. 봄봄 동백꽃 등 단편소설 30여편은 1930년대 시대적 배경이 깔려있다.

경춘선 신남역이 2004년에 역명을 김유정 역으로 변경하였다는 것은 팜플렛을 통해 읽었다. 또 동춘천 농협 김유정지점, 김유정우체국 등 작가의 이름으로 간판을 달고 있었다. 춘천 정통 닭갈비로 입이 즐거운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는 출향한 대 선배님들이 우리들을 맞이해 주는 곳이었다.

태어나고 자란 울진이 더욱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리고 멋있고도 곱게 주름살을 묻혀가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감동이었다. 소양강의 잘 정비된 데크로드와 스카이워크를 조심조심 밟으며, 소양강 처녀 동상을 뒤로하며 단체 기념사진을 박았다.

우리는 이번 길에 소양강 처녀를 찾아냈다. 노래 속의 실제 주인공을 알고 있다는 해설사가 동상의 처녀가 누구네집 딸이었고, 노래가 만들어 질 때 어떤 연유가 있었고, 어디서 무었을 했고, 그녀가 몇 살 때였는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고 있는 지를 설명해 주어 나의 추억장의 페이지를 두텁게 했다.

버스로 조금 더 이동하여 ‘수자원공사 소양강댐’ 이라고 크게 적힌 하얀 색깔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1967에 착공하여 1973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한강 유역의 홍수피해를 줄이고 생활, 농업, 공업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자 한 것이 건설배경이라고 한다.

마지막 코스로 우리나라 유명 옥돌 생산지이자, 최대 옥 가공 전시문화관에 들어가 잠시 옥기를 흡입하고, 돌밥 정식으로 만찬을 했다. 바쁘게 넘어가는 황혼을 보니 더욱 더 가을이 저만치 가고 이만치 겨울이 오는 소리가 거세게 들린다.

오늘도 울진신문사에서 마련한 ‘길따라 맛따라’ 문학 기행의 흔적을 남기며 하루를 선물받은 기쁨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긴 산책을 접으며 여행자의 수첩을 덮는다. 쉼과 여유로 가슴이 훈훈하고 마음이 풍성한 부유함으로 가득한 하루였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이란 여유로운 행복이라고.

다음 25회, 한파가 닥치고 눈이 내리는 날 우리는 또 어디로 떠날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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