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엘국제특허법률사무소 최석원 대표변리사
세계적으로 IT산업이 대세를 이루면서 최고의 전문직으로 각광을 받는 자격증이 있다. ‘변리사(辨理士, Patent Attorney)’다.
요즘 와서는 변리사 자격을 갖춘 사람이 매년 200명 이상 선발되고, 변리사 영역으로 진출하는 변호사들이 증가하면서 약간 주춤한 상태이긴 하나 전문직으로는 여전히 의사, 변호사와 더불어 실력과 명예의 상징으로 학생들의 선망대상 1순위 직종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반인들에게 변리사는 다소 생소한 직종이기도 하다. 이번 인터뷰는 울진 출신으로 이 분야에서 ‘특허114, 상표114’로 통하는 최석원 대표변리사를 만나 업무에 대한 이해와 전망 그리고, 고향 울진군이 지니는 독창적 상품성 등에 대해 고견(高見)을 들어보았다.
/ 임명룡 서울지사장
대한민국 수출1번지로 조국근대화의 산실이었던 구로공단은 지금 고층건물이 빼곡하고 도심으로 기차가 달리는 디지털단지로 탈바꿈하여 한국의 실리콘벨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 가산디지털 단지에 위치한 최석원 대표변리사의 씨앤엘(C&L; CHOI&LAW) 국제특허법률사무소를 찾았다. 최 대표는 울진군 평해읍 직산리(용정)출신으로 특허청 고위 공무원을 거쳐 변리사 개업을 한 지 올해로 18년차를 맞고 있다.
변리사란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꺼내어 재산적 가치로 변환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변리사”라고 대답하면서, 예를 들어, 주전자뚜껑에 작은 구멍을 뚫어 수증기를 배출하게 하여 물이 넘치는 것을 막는 아이디어, 포크 날의 끝은 뾰족하게 하고 위쪽은 넓게 하여 음식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아이디어 등과 같이 기발한 발상을 실물에 적용하여 특허를 내 주고, 독점판매권을 얻어내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지식과 아이디어가 돈이 되는 세상이라고 말은 하지만 변리사를 통해서 권리를 확보하여 사유화 하지 않으면 그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변리사는 의뢰인의 지식과 아이디어가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IP) 이 되도록 특허권(Patent), 상표권(Trade), 실용신안권(Utility), 디자인권(Design) 등의 권리취득과 분쟁해결을 대리할 수 있는 법률자격을 갖춘 사람이다.
기업의 생명인 기술 연구결과와 아이디어, 제품의 디자인, 그리고 상징 브랜드를 법적재산권으로 만들어 독점실시, 독점사용을 가능케 하며 지적재산권의 가치를 감정. 평가하고 소송. 심판 등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의뢰인을 대리하여 승소를 이끌어내는 업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변리사는 의뢰인의 고유한 기술과 영업비밀은 물론이고, 기업의 대외적 표상인 브랜드(brand, Trade Mark) 와 제품 디자인(Design, Trade Dress) 까지 완벽하게 인지하고 기업의 기술개발과 경영에 있어 깊숙이 관계하므로 그야말로 의뢰인과는 특수한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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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청년, <제3의 물결>이 Turning Point
최 대표는 울창한 금강송과 송이버섯, 성류굴과 천혜의 온천이 둘이나 있는 동해안의 관광 보고(寶庫) 울진군의 평해읍 직산리에서 태어났다. 그 시절 대부분의 시골청년들이 그렇듯 최 대표 역시 배움은 취업의 뒷전이었다. 예비고사 합격 후 대학 본고사에 도전했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불합격의 쓴맛을 보았다.
결과에 대한 실망을 하루빨리 지우기 위해 곧바로 군에 입대를 했다. 34개월 군생활을 마치고 독학으로 공부하여 같은 해 당시 보통고시(普通高試)라 불리던 국가공무원 4급 을류 (지금의 7급) 시험에 당당히 합격하였다.
곧이어 중앙부처인 총무처 (지금의 인사혁신처) 에 발령을 받았다. 중앙부처 공무원 합격 소식은 평해 외딴 시골마을에서는 대단한 경사로 부모님은 동네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마을의 자랑이고 고향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던 최 대표는 80년대 초반의 어지러운 한국사회와 도시의 변화를 몸소 겪게 된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 여쭈었더니, “어안이 벙벙했지요. 좀 더 일찍 나를 서울로 쫓아 보내지 않은 부모님을 원망했다니까요(웃음)”, “첫 출근 때 중앙청(舊조선총독부 건물로 1996년 철거)의 위용에 기가 죽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사무관(5급)에 승진하여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행정·외무고시 합격자 등 고급공무원 교육업무를 수행하였다. 최 대표는 당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엘빈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읽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지적재산권의 시대’가 눈앞에 다가옴을 확신하였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각오로 특허청에 전직하게 된다. 이후 10여 년간 특허청에서 실무능력을 키웠다. 또한 국제적 특허업무를 익히기 위해 국비장학생에 지원하여 국제법무대학원에서 지적재산권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특허청 부이사관 승진으로 인생의 터닝포인터(turning point)를 찍게 된다.
공무원으로서 누구보다 열정을 다하여 입신양명의 꿈을 키웠던 21년, 조국근대화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맞게 되는 격동의 파고를 거쳐 최 대표는 공직을 퇴임하였다. 이후 변리사로서 지금까지 공들여 키워온 씨앤엘국제특허법률사무소는 새가 자신의 깃털을 뽑아 지은 둥지와 같은 자존감으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성공한 CEO의 화두, 성공경영의 요체는 특허권
최 대표는 전자상거래로 세계가 하나의 거대 시장이 된 현실은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주기도 하지만, 기술력 일변도에서 벗어나 기업의 비전과 인간의 감성을 함축하는 상표(Brand)와 제품디자인(Trade Dress) 분야에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적인 IT공룡인 애플과 삼성이 7년간 벌인 특허전쟁에서 삼성은 5억4천 달러 (약 6천5백억 원) 라는 거액을 애플에 보상하고, 2016년에서야 종결된 사례를 들어 디자인과 특허의 선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했다.
애플은 미국에서 특허를 받은 핸드폰 모서리 형상을 삼성이 모방했음을 주장하며 특허소송을 걸었다. 일반인의 기준으로 보면 모서리를 둥글게 만드는 것 정도는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소한 형태에 불과해 보이지만, 미국법원은 애플 핸드폰의 둥근 모서리는 사용성과 디자인적 창작성이 있다는 판결로 특허성을 인정하였다. 최대표는 “그야말로 콜럼버스의 달걀” 이라며, 오늘날 특허권이나 상표권을 두고 벌어지는 국가 간, 기업 간의 지적재산권 분쟁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최 대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하여 짝퉁(?) 브랜드 시장 폐쇄압력과 아이패드(ipad), 놀부보쌈, 스타벅스(Starbuks) 상표를 원래 주인이 찾아가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 사례를 통해서 브랜드와 디자인 특허의 중요성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술이 평준화된 오늘날에는 기업과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호감도가 구매력을 높여주는 척도가 된다고 했다. 때문에 신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과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개발에 더욱 집중해야 하다고 진단했다.
-지자체의 성공 역시 브랜드의 선점이 중요
최 대표는 특허법률사무소를 개업하고 오랜 기간 서울특별시, 울진군, 창녕군, 밀양시, 양평군 등 많은 자치단체들의 자문변리사를 맡아왔다. 자치단체들의 자립 성공여부도 지역의 역사성과 환경적인 특성에 기반하는 고유한 산업을 선정하여 시장을 선점(First Marketer)하는 기업경영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울진군이 개발하여 세계적인 슬로푸드에 이름을 올린 <울진 해방풍>을 주목한다고 했다. 슬로푸드 트렌드와 날로 팽창하고 있는 기능성 식품시장에서 <울진 해방풍>은 성공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다양한 가공품에 대한 제조방법 특허와 제품의 특성을 잘 살린 브랜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앞으로의 계획을 여쭈었더니, “지금처럼 변리사 업무에 충실하면서 자영업자, 중소기업, 지방자치단체, 개인발명가를 위해 경륜을 기부하고 싶다”며, 호방하게 웃었다.
까마득한 고향 후배들에게도 언제나 따스하게 대해주는 후덕하고 경륜 넘치는 최 대표의 모습, 기자의 마음속에 진한여운을 남겼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특허기업, 경쟁력 있는 자치단체의 세계적인 한국 브랜드가 씨앤엘을 거쳐 꽃피길 기대해 본다.
주요약력 : 경희대 국제법학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특허청 심사관, 심판 연구관(`94~`97), 부이사관 퇴임(`01), 변리사 자격취득(`99), 변리사 시험 출제위원 역임(`03~`10), 미국 뉴욕대학 NYU STERN(Executive Programs)과정 수료, 서울대, 한양대 경영대학원 최고위과정 수료(`07.5~10), 국제상표협회(INTA)회원(`01~ ), 한국디자인진흥원 브랜드, 디자인 심사위원(`02~`13 ), 서울특별시, 울진군, 하동군, 창녕군 등 전국 지자체 지적재산권 자문 변리사, 석사학위 논문: 공서양속위반 상표에 관한 법적 고찰
/임명룡 서울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