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출향인 손용한

 

세상에는 듣기 좋은 말이 많지만, 나는 친한 사이라는 말을 좋아 한다.

그 말에는 너무 진한 오렌지 향보다, 있는 듯 없는 듯 은은히 혀 끝을 감도는 바나나 향기가 날 것만 같아서다.

나는 서울 면목동에서 살다가 성남으로 이사 온 지 40년이 지났다. 어저께 퇴근길에 낮선 사람을 골목길에서 마주쳤다. 그런데 그분이 먼저 내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한다.

그분은 밝게 웃으며 “낙원빌라에 사세요?” 라고 물어온다. “예” , 하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는 “저는 위층에 살면서도 인사를 못하고 살았네요!” 라고 한다.

“우리 애들이 조금 덜렁거려서 쿵쿵 울릴텐데, 시Rm럽지는 않으세요?” 라는 겸손의 말까지 하는 사이 집에 도착, 그분은 4층으로 나는 1층으로 헤어졌다.

처음 이사 왔을 때 나는 이웃에게 그렇게 인사하지 못했다. 그는 먼저 내게 인사를 해주었다. 누군가에게 쉽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흔치 않은 도시 생활이건만 먼저 말을 걸어 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

덕분에 그와 나는 이제 이웃 사촌이 되었다. 그때 서로 외면하고 돌아섰다면, 지금은 남남이었겠지? 돌아오는 주말에는 바지락 듬뿍 넣은 칼국수를 끓이고 낙지를 썰어 넣은 파전 몇 장 부쳐서 위층과 옆집을 초대해서 탁배기 한 잔을 나누어야 하겠다.

이웃들 덕분에 성남에서 사는 재미가 있다. 내가 조금만 마음의 문을 열면, 친한 이웃이 될수 있다 생각하니,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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