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화분도 관광화 되는 곳, 미하스



하얀 백묵을 칠해 놓은 동화마을 같은 곳

한국인 삶의 트랜드 변화 ‘욜로’... 유럽으로

 

최근 한국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삶의 트렌드로 욜로(YOLO)가 급부상하더니 서서히 자리잡아 가고 있다. 욜로란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말 그대로 ‘인생은 한 번 뿐이다’라는 뜻이다.

단 한 번 밖에 없는 인생이니 자기 자신의 삶을 살라는 것이다. 오늘을 산다는 의미로 투데이(Today) 족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지껏은 미래의 안락을 위해 지금을 희생하고, 인내하는 버거운 삶의 방식이었다면 욜로는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의 내 삶을 살라는 말이다.

그래서 욜로는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에 나오는 “지금 살고 있는 현재 바로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과 일맥상통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두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욜로 라이프가 계획성 없는 삶, 막말로 ‘미래고 나발이고 지금 털어먹자’ 는 그런 무책임한 삶으로 오해해선 안된다는 거다. 둘째,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라캉이 말한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 지도 모르고, 타자의 욕망에 이끌려 ‘남이 하니까 나도’라는 식을 경계해야 한다.

어쨌거나 욜로는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고,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는 여행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지금 유럽은 한국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그 중에서도 젊은이들이 주류다. 삶의 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런 삶의 트렌드 변화는 지자체에서 관광에 열을 올릴 때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안달루시아 미하스(Mijas)로 왔다. 미하스는 안달루시아 남부 말라가주에 속한 인구 7만의 작은 도시다.

이 작은 마을에 왜 이토록 많은 세계인들이 몰려들고 있을까? 안달루시아가 자랑하는 ‘하얀 마을’ ‘백색의 도시’라는 이름에도 이유가 있다. 미하스는 평균고도가 400M인 고산도시에 온 마을이 하얀 백묵을 칠해 놓은 것처럼 눈부신 마을이다.

마을이 죄다 하얀 이유가 뭘까? 처음엔 관광대국인 스페인인지라 대단한 전략적 관광마을인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멀리 나간 거다. 남부의 태양빛이 너무 뜨거워 그 열을 반사하기 위해 집들을 하얗게 칠한 이유가 전부다.

이렇듯 하얀벽에 빨간 지붕을 한 집들이 빼곡이 들어차 장관을 이루고 있어 금방이라도 ‘겨울왕국’의 엘사가 걸어나올 것만 같다. 거기에 멀리로는 지중해 바다가 출렁여 주고, 잉크를 풀어놓은 듯한 파란 하늘이 배경이 되어 주고 있어 그리스 산토리니를 떠올리게 한다.

온 마을이 하얗다고 하여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을까?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 그것을 관광상품화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눈처럼 하얀 집을 유지하기 위해 6개월에 한번씩 페인트칠을 한다고 한다. 또한 벽에는 오색 꽃화분이 조화롭게 내걸려 있어 명화가 걸린 것보다 마음을 울렁이게 했다.

거기에 노천카페도 대표톤인 흰색에 위배되지 않게 셋팅되어 있다. 간판도 유니크하게 일제히 내달아 여행자의 행복에 조금의 흠집을 내지 않으려는 듯 모든 것이 박자맞춰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니 꽃화분도, 이쁜 노천카페, 간판, 골목 등 모두가 관광 상품인 셈이다.

관광상품이란 거대한 규모와 시설이 아님을 또 한번 각인시켜 주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사람이 사는 마을이 아니라 테마파크나 영화세트장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곳 미하스.... 미하스에는 유럽 어디에나 있는 웅장하고 대단한 규모의 성당도, 박물관도,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위대한 예술가의 고향도 아니지만, 스페인 여행의 또 다른 감동이 있는 곳이다.

}물론 미하스에도 성당은 있다. ‘바위 성모 은둔지 성당’ 으로 이곳은 이슬람왕조가 수백 년 동안 지배했던 곳이라 그 오랜 세월 동안 성모마리아 상이 숨겨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16세기에 어느 한 수도자에 의해 성모상이 바위에서 발견되었고, 바로 그곳에 이 성당을 지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설은 목동이 양을 돌보다 성벽의 종탑 위에 앉아 있던 비둘기가 성모마리아로 변하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바위를 깎아 성당을 지었다는 것이다. 여행자란 어느 설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도끼눈을 뜨고 판단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그 지형, 역사적 배경 등을 고려해 자기식으로 해석하고 감동하면 장땡이다.

유럽 각 나라의 어마무시한 규모와 화려한 성당을 보아왔지만, 난 이 작고 아담한 성당에 더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거죽이 번지르르한 성공을 지상과제로 알고 살아가는 인간들, 그래서 등에는 서글픈 고독을 지고 살아가는 인간들 어깨 위로 전설의 비둘기가 날아와 앉을 것만 같았다.
 

이곳에서는 관광택시로 당나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1960년대까지 이곳 산마을 사람들의 출퇴근 교통수단이었는데 지금은 관광택시로 변신하여 미하스 명물 1호로 꼽힌다. 또한 형형색색의 꽃그림이 핸드페인팅된 도자기와 접시가 즐비한 곳으로 여행자의 눈을 홀리는 곳이 더 있었다.

나 역시 산골에 어울릴 유럽풍 벽화분들을 캐리어가 미어터지도록 사 넣었다. 여행지에서 산 소품들은 여행을 끝내고 내 자리로 돌아와서도 그곳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삶에서 잠시 벗어나 미하스처럼 이쁜 동화마을에서 잠시 마음의 때를 씻어낼 수 있어 세계인의 발길을 붙잡는 것 같다.

지자체가 관광을 말할 때, 거대한 규모가 아니라 이제는 벽에 걸어둔 꽃화분도 관광상품이 된다는 것을 세심히 인식해야 한다.
스페인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다음은 포르투갈이 이어진다.

*배동분: 한국생산성본부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2000년 울진으로 귀농. <산골살이, 행복한 비움>과 <귀거래사>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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