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문 (시인/논설위원)

 

오는 3월 13일은 농,수,축협,산림조합장을 뽑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일이다. 지역별 선거가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로 바뀐 것은 2015년이다. 이번이 두 번째다.

선거방식을 바꾼 가장 큰 까닭은 『돈 선거 근절』이다. 하지만 이번에 치러지는 선거도 이미 돈 살포로 전국서 썩은 내가 진동하고 있다고 어느 중앙 언론은 다음과 같은 부정사례를 보도하고 있다.

『농협조합장 출마를 준비하던 ㄱ씨는 고무줄로 동여맨 5만원권 10장을 쥐고 있다가 악수하는 틈을 타 조합원에게 건넸다. 이번선거에서 자기를 뽑아달라며 건넨 성의 표시였다. 열흘 뒤 선거관리위원회에 ㄱ씨의 금품살포 신고가 접수되었고 그는 결국 구속되었다.』

이처럼 선거바람이 불고 있는 농어촌 마을에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금품살포,음식물 제공,조합비 대납 등 혼탁사례가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신고 포상금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린 중앙선관위가 돈 선거를 뿌리 뽑겠다고 하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조합장 선거가 돈 선거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조합장 처우가 대기업 임원 못잖기 때문이다. 출마자들은 『인생 이모작』을 위한 『고위험 투자』를 서슴치 않는다. 조합장은 억대 연봉과 판공비, 차량을 제공받고, 인사권, 예산권한, 사업결정권 등을 갖고 조합경영을 사실상 좌우한다. 일반 공직 선거와 달리 유권자가 적어서 마음만 먹으면 일대일로 만나 표를 살 수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선만 되면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농어촌 지역에서 조합장은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으로 도약하는 정치적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둘째 지연, 학연, 혈연 등의 고질적 연고주의가 금품 살포 등 불법행위를 눈감는다. 실타래처럼 얽힌 관계 속에서 매부 좋고 누이 좋으니 금품을 살포해도 당국에 신고할 확률이 낮다. 평생을 지역에서 얼굴 맞대고 살아야할 공생관계여서 누가 몇 만 원 정도의 금품을 받았다고 해서, 또 제3자가 인지했다고 해서 그걸 용기 있게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선거운동의 지나친 제약이다. 조합장 선거는 후보연설회, 정책토론회 등이 없기에 인물, 정책비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깜깜이 선거가 되기 쉽다. 인기선거, 연고선거, 평판투표로 이어 질 수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금품 선거에 약할 수밖에 없다.

후보자는 선거원이나 사무소도 둘 수 없고 혼자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일반 공직 선거와 달리 15%이상 득표해도 선거비용을 보전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죽자살자, 이판사판』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당선되어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한다.

이러한 조합장 선거의 과열 혼탁선거와 공정성 시비 등 조합장 선거적폐를 사전에 차단하자면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당국의 엄격한 선거관리, 시민단체 등의 감시활동은 물론 후보자들의 공명선거 다짐 같은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에 참여하는 각 조합원의 적폐청산 의지와 자정노력, 건전한 민주의식에 기초한 각성이다. 이러한 시민의식이 발휘되어 울진지역 조합장 선거도 공명정대하게 치러지고, 조합원의 복리 증진과 울진발전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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